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자료=한경DB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자료=한경DB
1. 부동산 매매 계약금 법리

부동산을 매매할 때 대부분은 계약금을 주고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계약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약을 맺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낭패를 본다.

먼저 흔히 하는 오해가 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부동산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오해이다. 그러나 매매계약은 양 당사자 간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는 것이지, 계약금 수수와는 전혀 무관하다. 나아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어도, 의사의 합치가 있다면, 계약은 성립하는 것이다. 다만 계약서가 없다면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또한 계약금이 지급된 경우에, 어느 한쪽이 잘못하여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금은 몰수하거나 2배를 물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오해이다. 계약금은 위약금이 아니다. 위약금은 별도로 약정을 하여야만 되는 특약사항이다. 따라서 별도 위약금 약정이 없는 한 계약이 해제된 경우 무조건 계약금을 몰수하거나 2배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해제 시에 위약금은 계약금으로 한다는 특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법원도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자, 그럼 계약금은 왜 주고받는가. 계약금은 반드시 주고받아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계약금은 양당사자간 부동산매매계약과는 다른 또 다른 ‘계약금계약’을 맺어 주고받기로 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이다. 즉, 계약금은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다만 양당사자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민법 제565조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위 법정해제권을 인정한 것이다.

즉,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해약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통상 중도금 지급을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수인은 중도금기일 도래 전 이라도 중도금을 먼저 지급하여 계약금에 의한 매도인의 해제권 행사를 막을 수도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2. 쟁점

그런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에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약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 지급기일 전에 매도인에게 일방적으로 일부 금원을 송금한 경우, 이로써 매수인이 계약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보아 매도인의 약정해제권이 제한되는지 여부이다.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이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을 소개한다.

3. 서울고등법원 2022. 6. 30. 선고 2022나2005213 판결

가.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20. 11. 3. 피고로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하였는데, 구체적으로 ① 당일 계약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중도금 없이 2021. 1. 4.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며, 시공사에 미지급 분양대금을 납부하고, 금융기관 중도금 대출을 승계하며, ② 특약으로 잔금일은 시공사 일정 및 상호 협의 아래 앞당겨질 수 있도록 하였고, ③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액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해제권유보 조항’)

원고는 2020. 11. 9. 사전 연락 없이 일방적으로 2,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피고는 뒤늦게 알게 되어 원고에게 항의하면서 위 2,000만 원을 반환하고자 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이에 2020. 12. 1. 해제권유보 조항에 따라 계약금의 배액을 포함하여 6,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원고는 잔금기일인 2021. 1. 4. 나머지 잔금 7,123만 원을 공탁하고, 피고를 상대로 분양자 명의변경 절차의 이행을 구하였다.

나. 판단
① 원고가 계약일로부터 불과 6일만에 피고에게 잔금 등 지급의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를 전혀 고지함이 없이 전체 매매대금 대비 5% 남짓에 불과한 금원만을 일방적으로 송금한 점, ② 기록상 시공사 일정에 변경이 생겼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상호협의 아래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문언상으로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금일을 앞당기는 데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2020. 11. 9. 피고에게 2,0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계약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2020. 12. 1. 해제권유보 조항에 따른 계약 해제 의사표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4. 대법원 판결

대법원 판결은 다소 엇갈리는 듯하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4393(본소), 2007다74409(반소) 판결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 상대방에게 계약금을 교부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그 상대방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해제권의 존속시한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와 달리 매매계약 체결시 별도로 해제의 사유를 정하여 해제권유보조항을 둔 경우 그 해제권유보조항에 정한 해제사유의 발생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제권의 존속시한에 관한 제한이 적용되지 아니하고(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다58571 판결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상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유동적 무효상태인 매매계약에 있어서도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해제권유보조항을 두었다면, 민법 제56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는 해제권유보조항이 정하는 해제사유와 시한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936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2003. 10.경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구 국토의 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상의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 안의 이 사건 토지를 6,000만 원에 매도하되, 계약금 1,5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잔대금 4,500만 원은 2004. 3. 25.에 각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작성된 부동산매매계약서(갑 제1호증) 제6조에는 '매수인이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을 때는 잔대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 당일 계약금 1,500만 원을, 2004. 2. 17. 중도금 명목으로 잔대금 중 2,000만 원을 각 지급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2005. 4. 29. 계약금 및 일부 잔대금의 반환을 위하여 3,500만 원을, 2006. 9. 1. 해약금의 지급을 위하여 1,500만 원을 각 변제공탁한 다음, 2006. 9. 5. 제1심의 제4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위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매매계약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에 별도의해제권유보조항이 마련되어 있는 이상, 민법 제565조 제1항이 아닌 해제권유보조항에 규정된 해제권의 존속시한이 적용되는 결과, 원 ・ 피고 상호간에 피고가 중도금 또는 잔대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만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가 이미 원고에게 중도금 명목으로 잔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였다면, 원고로서는 더 이상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그 이후에 행사된 해제의 의사표시에도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동적 무효상태에서 존속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해제권 행사가 해제권유보조항에 의거하고 있음에도, 이에 민법 제565조 제1항이 정하는 해제권의 존속시한이 적용됨을 전제로 그 해제 의사표시의 효력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의 이유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으나, 원고의 해제권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석 ・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없다.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3. 그러나 피고가 한 1990. 7. 13.자 토지매매계약해제통지(갑 제6호증의1)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은 합의해약이 성립되지 않아 부득이 민법 제565조에 의거 계약해제를 통지하니 계약보증금의 2배에 해당하는 변제금을 같은해 7. 18.까지 수령하라고 되어 있고, 지참서류로서 인감증명서 1부(변제금수령용), 사용인감계 1부, 계좌입금의뢰서 1부를 든 다음, 변제금을 기한내에 미수령시는 공탁처리한다고 되어 있는바, 그렇다면 그 취지는 피고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할 준비를 하고, 원고들에게 이 해약금영수에 관한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그 돈을 원고들의 계좌에 입금시키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공탁의 방법으로라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서, 결국 해약금을 제공함에 있어 그 영수증을 청구한 것과 다를 바 없어서, 피고가 엄격한 회계처리가 요구되는 공법인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경우에도 해약금의 이행의 제공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4. 또 이것으로서 적법한 해약금의 제공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도, 이와 같이 피고가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그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인 피고를 위하여서도 그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매수인인 원고들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고, 원고들이 그 이행기 전에 더욱이 피고가 정한 해약금 수령기한 이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피고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서둘러 중도금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아니하는 금 200,000,000원을 피고의 은행거래 구좌에 일방적으로 입금시킨 것은 피고의 계약해제권을 소멸시키고자 한 것으로서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이라고 볼 수 없고, 또 이와 같은 원고들의 행위는 피고의 해약금의 수령을 거절할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 결론

따라서 정답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봐야 한다. 대법원은 사안별로 약간 다른 취지의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해당 사안에서 누가 승소를 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지를 많이 본다.

참고로 위 제5조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쓰는 계약서이다. 왜 이렇게 모호한 내용을 부동문자로 그냥 쓰는지 알 길이 없다. 명확히 중도금이 없는 경우 잔금의 일부만을 지급하였을 경우에 그 법적효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약정하여야 할 것이다.

'부동산계약과 중개사고예방노하우' 책 참고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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