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과정에서 법정지상권 성립여부 판단에 소홀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지적하고자 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여부를 검토함에 있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하다가 그 토지 또는 건물만이 경매 기타 원인으로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경우 등 몇 가지 성립요건만을 대입해서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일관된 대법원 판례는, 동일인이 소유하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매매 기타 원인으로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으나 그 토지의 점유·사용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법원 2008.2.15. 선고 2005다41771,41788 판결), 이러한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약정내용은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경공매투자자들로서는 외관상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법정지상권 성립요건 몇 가지만을 기계적으로 대입해서 성립여부를 무모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매매 기타 원인으로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 토지의 점유·사용에 관한 당사자 간의 대표적인 약정이 바로 임대차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임대차계약을 통해서 이미 법정지상권이 포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제3자로서는 겉으로만 보면 마치 법정지상권이 성립가능한 것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 대법원 1991.5.14. 선고 91다1912 판결은, "--이 사건 대지는 원래 소외 김00의 소유로서 그가 이 사건 대지상에 건물 2동을 건축하였다가 1962년경 건물만을 피고에게 매도하고 그 대지부분은 이를 임대하였고 그후 피고는 위 건물 2동을 증개축하여 이 사건 건물로 만든 사실과 위 김00이 1970년경 사망후 소외 김호0이 이 사건 대지를 상속하여 1979.12.12. 원고에게 이를 매도하였는데 원고는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할 때 피고와 위 망 김00, 김호0과의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한 사실을 원심이 인정하고, 피고는 1962년경 위 각 건물매수시 위 망 김00과의 사이에 이 사건 대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 건물매수로 인하여 취득하게 될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것이라고 판시하였는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고,
▶ 대법원 1992.10.27. 선고 92다3984 판결 역시,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그 토지상에 건립되어 있는 건물 중 어느 하나만이 타에 처분되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를 각 달리하게 된 경우에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나,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사이에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포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 대법원 2008.2.15. 선고 2005다41771,41788 판결 역시, "--갑이 건물을 제외한 채 그 대지와 부근의 토지들을 함께 을에게 매도하여 건물과 대지가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더라도 갑이 위 대지 부분을 다시 매수하고 그 대신 을에게 위 토지와 인접한 다른 토지를 넘겨주기로 하는 특약을 맺었다면, 당사자 사이에 매수인으로 하여금 아무런 제한 없는 토지를 사용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특약이 매도인측의 귀책사유로 이행불능된 이상 매도인은 위 건물을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건물을 철거하여 매수인에게 아무런 제한 없는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정지상권성립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류상의 피상적인 검토 뿐 아니라 종전 토지건물 소유자들에 대한 탐문 등 심도있는 검토까지 필요할 수 있다. -이상-
<참고판결>
▶ 대법원 2007.8.24. 선고 2006다14684 판결 【건물명도등】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하던 토지·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에 대하여 전세권을 설정하여 주었는데 그 후 토지가 타인에게 경락되어 민법 제305조 제1항에 의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상태에서 다시 건물을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 그 건물을 양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를 가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권 관계도 이전받게 되는바, 민법 제304조 등에 비추어 건물 양수인이 토지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전세권자의 동의 없이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를 소멸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건물 양수인은 물론 토지 소유자도 그 사유를 들어 전세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전세권이 설정된 건물을 양수한 피고 1이 대지 소유자와 사이에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를 포기한 효력이 건물 전세권자인 피고 2 주식회사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민법 제305조(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
① 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대지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대지소유자는 타인에게 그 대지를 임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다.
▶민법 제304조(건물의 전세권, 지상권, 임차권에 대한 효력)
① 타인의 토지에 있는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전세권의 효력은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임차권에 미친다.
② 전항의 경우에 전세권설정자는 전세권자의 동의없이 지상권 또는 임차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58467 판결 【건물철거등】
[1]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을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
[2] 건물 철거의 합의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 발생의 소극적 요건이 되는 이유는 그러한 합의가 없을 때라야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후에도 건물 소유자로 하여금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케 하려는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있고, 한편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권리가 아니라,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권리여서, 위에서 말하는 '묵시적 합의'라는 당사자의 추정 의사는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한다'는 데 중점이 있는 의사라 할 것이므로, 건물 철거의 합의에 위와 같은 묵시적 합의를 깨뜨리는 효력, 즉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단지 형식적으로 건물을 철거한다는 내용만이 아니라 건물을 철거함으로써 토지의 계속 사용을 그만두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합의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3]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토지만을 타인에게 증여한 후 구 건물을 철거하되 그 지상에 자신의 이름으로 건물을 다시 신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 건물 철거의 합의는 건물 소유자가 토지의 계속 사용을 그만두고자 하는 내용의 합의로 볼 수 없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4189 판결 【토지인도등】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인 해당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의 동일인에의 귀속과 그 후의 각기 다른 사람에의 귀속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변동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므로, 원래 동일인에게의 소유권 귀속이 원인무효로 이루어졌다가 그 뒤 그 원인무효임이 밝혀져 그 등기가 말소됨으로써 그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경우에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허용할 수 없다.
▶ 대법원 1994.12.22. 선고 94다41072,94다41089(반소) 판결 【건물철거등】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이었다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그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경우에는 특히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나, 토지의 소유자가 건물을 건축할 당시 이미 토지를 타에 매도하여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면 토지의 매수인이 그 건축행위를 승낙하지 않는 이상 그 건물은 장차 철거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고 토지소유자가 이를 예상하면서도 건물을 건축하였다면 그 건물을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생기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인용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가 소외 장00를 거쳐 피고(반소원고,이하 피고라 한다)로부터 장차 피고가 취득할 택지분양권을 전전매수한 사실,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분양받기로 확정되어 피고와 한국토지개발공사간에 택지분양계약이 체결된 후 원고가 피고에게 토지대금을 원고가 납부할 수 있도록 납부고지서를 줄 것을 요구하자 피고는 땅값상승을 이유로 추가로 금원을 지급하여 달라며 원고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자신이 위 공사에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다음 이 사건 토지상에 단독주택을 신축한 사실을 각 확정하고,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할 당시는 토지 및 건물이 모두 피고의 소유이었으나 한편 위 신축이전에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권을 매도하였고 위 분양권이 전전 양도되어 원고가 이를 취득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물을 신축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이전되면 건물이 철거될 것임을 예상하였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그 건물을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 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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