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자로 “기간의 약정 없는 명시적 연장계약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가부”라는 칼럼을 발표하면서, 승소한 1심 판결을 소개했다. 최근 2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1심 판결이 취소되고 말았다. 피고인 의뢰인에게 명도를 명하는 패소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칼럼을 먼저 소개한다.


작년 9월에 “10년 갱신요구권 적용 여부, 구체적 사안에 따라 희비 엇갈릴 듯”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과 관련해서 최근 1심 판결을 받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판결 전문 소개에 앞서 지난번에 발표했던 사안을 일부 발췌해서 서술키로 한다. 복잡한 사안이라 판결문을 그대로 읽으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서울 요지에 상당한 임대차보증금에 월차임 2천만 원을 지급하면서 영업하는 임차인이다. 최초 임대차계약기간은 2015년 3월말에서 2018년 3월말까지 3년간이었다. 그 후 임대차만기 무렵에 임대인과 합의하에 월차임을 100만 원 낮추어 계약을 연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별도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 4월 초순경 임대인으로부터 ‘더 이상 계약연장을 하지 않을 예정이고, 계약만기는 통고서 수령일로부터 6개월 되는 시점이니, 그 때에 점포를 비워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받게 되었고 통고서 수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취지의 명도소장까지 받게 된다.


당황한 이 의뢰인은 여러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했지만, 변호사들마다 의견이 구구각색이어서 혼란한 마음에 필자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법리구성이 쉽지 않아 처음에는 정리에 애를 먹었는데, 결국 이 사건 관련 법리는 다음과 같다.


최초 3년 만기인 2018년 3월말을 앞두고 월차임을 100만원 인하하여 계약이 연장되었는데, 그에 따른 법적 효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묵시적으로 연장된 계약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을 뿐 명시적인 연장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응, 기간에 관한 별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계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계약의 효력은 민법 임대차편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공히 규정하고 있지만, 요건과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다.



★ 민법 제635조 (기간의 약정없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①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상대방이 전항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1.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하여는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월


★ 상임법 제9조 (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의뢰인의 경우, 월차임이 2천만 원에 달하고 있어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효력에 있어서는 민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 상임법 제2조 (적용범위)
① 이 법은 상가건물(제3조제1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한다)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그 결과, 임대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차인에 대해 해지통고가 도달한 때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즉, 임차인에게 해지통고가 도달한 2019년 4월 초순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10월 초순에 계약해지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임대인 주장은 일응 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인이 주장하는 해지효력 발생일이 2019년 10월 초순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018년 10월 개정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이 건 임대차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면, 10년 보장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임대차계약이 갱신가능 대상인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 셈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건 임대차계약은 2015년 3월말에 개시되었다는 점에서 5년이 되는 2020년 3월말이 아직 도과하지 않았는 바, 그렇다면 의뢰인으로서는 임대인이 주장하는 임대차만기인 2019년 10월 초순 무렵에 갱신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개정 상임법 부칙에서 정한 10년 적용대상자가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갱신요구권은 임차인에게 자동적으로 당연히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명시적 요구로만 효력이 있고, 그 행사기간은 임대차만기 6개월에서 1개월 사이라는 것이다.



★ 상임법 제10조 (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때문에, 해지통고서 도달로부터 6개월이 되는 2019년 10월 초순으로부터 최소 1개월 이전인 2019년 9월 초순까지는 반드시 갱신요구를 해야만 한다. 공교롭게도 의뢰인으로부터 상담 의뢰받은 시점이 9월 초순을 며칠 앞둔 2019년 8월말이어서 자칫 며칠만 늦었더라면 갱신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뻔했다. 정말이지 절묘하게 타이밍을 잘 맞춘 상담이었다. 이래저래 의뢰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칼럼을 발표했던 작년 9월 당시는 재판 초기여서 쟁점이 분명치 않았는데, 최초 3년 만기인 2018년 3월말을 앞두고 월차임을 100만 원 인하하여 연장계약된 점에 대한 해석을 “기간의 약정 없는 명시적 갱신”이라는 점에 대해 쌍방간 다툼 없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재판의 쟁점은 그렇게 연장된 계약에 대해 임대인이 해지통고를 했을 때 상임법상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가능할 수 있는지로 귀결되었다. 공방 끝에, 1심 판결은 임차인 승소로 임대인의 명도청구가 기각되고 말았다. 판결전문을 소개하기로 한다(칼럼에서의 사안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변형된 것임을 감안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2. 14.선고 2019가단236104 [건물명도(인도)]


1. 인정사실
가. 최00은 2015. 2. 13. 피고들과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중 3층 377.44㎡, 4층 368.08㎡(이하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이라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3억원, 차임 월 2,250만원(부가가치세 별도), 기간 2015. 3. 31.부터 2018. 3. 30.까지로 정하여 임대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임대차계약의 기타특약에는 ‘계약 종료 후 피고들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시 계약 연장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들은 ‘0000의원’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에서 병원을 운영하였다.


나. 피고들은 위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최00과 사이에 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차임을 2,2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감액하였고,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다. 원고와 주식회사 00000(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는 2018. 7. 10. 최00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9. 3. 27. 이 사건 건물 중 60/100 지분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40/100 지분에 관하여 소외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라. 원고와 소외 회사는 2019. 4. 4. 피고들에게 ‘민법 제635조에 따라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므로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6개월 내에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이는 2019. 4. 5. 피고들에게 송달되었다.


마. 이에 피고들은 2019. 9. 3. 원고와 소외 회사에게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위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이는 같은 날 원고와 소외 회사에게 송달되었다.


2. 판단
가. 첫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위 임대차계약이 2018. 3. 30.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피고들은 더 이상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점유할 권원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의 과반수 지분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판단
살피건대, 피고들이 위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임대인인 최00과 사이에 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차임을 2,2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감액하고, 기간은 별도로 정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두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1)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는, 위 임대차계약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와 소외 회사가 민법 제635조에 따라 해지통고를 한 날인 2019. 4. 5.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후인 2019. 10. 5.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여 종료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들이 원고에게 2019. 9. 3.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므로,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위 임대차계약은 종료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위 임대차계약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상가임대차법 제9조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각주 1). 피고들이 위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최00과 사이에 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기간은 별도로 정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임대차계약에는 민법 제635조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3항, 제3조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소외 회사가 2019. 4. 4. 피고들에게 ‘민법 제635조에 따라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므로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6개월 내에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위 내용증명우편이 2019. 4. 5. 피고들에게 송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상가임대차법 제2조 제3항, 제10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들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원고와 소외 회사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와 소외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위 해지통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2019. 10. 5.로부터 1개월 전인 2019. 9. 3. 원고와 소외 회사에게 위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위 내용증명우편이 같은 날 원고와 소외 회사에게 송달되었으며, 피고들에게 갱신 요구를 거절할 사유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의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위 임대차계약은 2019. 10. 5.경 갱신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갱신이란 기간이 정해져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에서는 처음부터 갱신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단지 민법 제635조에 따라 당사자의 해지통고에 의해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여 종료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원고는 위 주장에 대한 근거로 주석민법을 제시하고 있다(2019. 11. 26.자 준비서면 참고). 그러나 원고가 제시한 부분은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에 관한 것으로,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일(2018. 3. 30.) 이전에 피고들과 최00이 이를 갱신하면서 기간은 별도로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인 피고들이 새로운 임대인인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묵시적 갱신이란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고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임대차계약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② 원고와 소외 회사는 2019. 4. 4. 피고들에게 민법 제635조에 따라 해지 통고를 하였고, 이는 2019. 4. 5. 피고들에게 송달되었으므로,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19. 10. 5.까지는 임대차계약이 존속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2019. 10. 5.을 임대차기간 만료일로 볼 수 있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위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최00과 사이에 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기간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는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차임이나 기간 등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더욱이 최00은 2015. 2. 13. 피고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들이 원할 경우 계약 연장을 보장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피고들이 최00과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명시적으로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최00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고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의 해지통고에 의해 2019. 10. 5.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보는 것은, 보증금 환산금액이 상가임대차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경우에도 대항력에 관한 규정(제3조)이나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규정(제10조 제1항 내지 제3항) 등을 적용하도록 한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음은, 최근 선고된 2심 판결이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4. 30.선고 2020나41990 건물명도(인도)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3층 377.44㎡, 4층 368.08㎡
를 인도하라.
3.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 유>
1.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당사자의 주장
<중략>


3.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하여
가. 제1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당심 증인 임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최00과 피고들은 2018. 3.경 이 사건 임대차에 관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이 연장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판단된다. 즉 ① 쌍방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연장 당시에 새로이 기간을 정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② 임00은(최00의 남편), 피고들이 성실하게 차임을 납부했기 때문에 연장 당시에 임대차기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바 없고 차임만 일부 감액하기로 합의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③ 연장된 임대차기간에 대해서, 피고들은 일관되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연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 역시도 제1심에서는 피고들과 동일한 취지로 주장하다가 당심에서 임대차종료의 근거를 일부 추가하고 있을 뿐이다. ④ 이 사건 임대차의 특약사항으로 ‘계약 종료 후 피고들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시 계약 연장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 문언에 의하더라도 연장될 임대차기간이 특정되어 있지 않고 계약 종료 무렵에는 쌍방의 상황에 따라 임대차를 언제까지 연장할지 여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도 하다.


나. 이 사건 임대차에 대해서는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임대차기간 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피고들의 환산 보증금액은 25억 원으로 서울의 경우 적용되는 보증금액 6억 1,000만 원을 초과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는 원고 측의 해지통고가 피고들에게 도달된 2019. 4. 5.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9. 10. 5. 종료되었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기간의 약정없는 임대차 계약 연장이라는 사실관계에 관한 의뢰인 주장을 인정했지만,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뢰인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다는 법리적인 이유로 의뢰인의 패소를 결정하고말았다.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2심 재판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4. 피고들의 갱신요구 주장에 관하여


가. 상가임대차법 관련 규정
<중략>


나. 판단
상가임대차법의 원칙적 적용대상이 아닌 임대차로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 사건 임대차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 규정인 상가임대차법 제10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가임대차법은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라고 명시하고 있고(제10조 제1항), 상가임대차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차 중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차에 대해서는 그 존속기간을 1년으로 본다는 특별한 임대차기간 의제 규정을 두어 갱신요구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점(제9조, 제10조 제4항)을 감안할 때, 상가임대차법의 갱신요구권 행사는 그 문언상 기간의 만료를 상정할 수 있는, 즉 존속기간이 정해진 임대차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갱신’의 의미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즉 묵시의 갱신에서도 이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임대차에 한하여 생기는 문제이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에서는 처음부터 문제되지 않는다. 갱신이라는 의미 자체가 기간의 정함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2) 피고들의 주장이나 제1심 판단과 같이, 민법 제635조에 따른 임대인의 해지통고 효력 발생일을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임대차기간 만료일로 해석할 수는 없다. ①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민법 제635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민법 제635조의 입법 취지는, 임대차계약에서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당사자 일방이 언제든지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로 보아 자유로운 해지를 명문으로 규정하되, 해지 상대방이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지의 효과를 일정한 기간의 경과 후에 발생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상가임대차법은 민법 제635조에서 정한 계약 해지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결국 해지통고 효력 발생일을 임대차기간 만료일로 해석하는 것은 민법 제635조에서 인정한 자유로운 해지권을 명문의 규정도 없이 제한하는 결과에 이른다.② 위와 같이 해석할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관계가 불분명해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즉 갱신되는 임대차도 종전과 동일하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가 된다고 보아야 하는데(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3항 본문), 그 갱신 이후에 임대인의 민법 제635조에 따른 해지통고가 선행되어야만 그 임대차기간 만료일이 확정되어 임차인이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임대인의 해지통고와 임차인의 갱신요구라는 절차가,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내내 명확한 시기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피고들 역시 갱신 이후 임대차의 기간,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위와 같이 인도를 명한다.



판단컨대 이와 같은 2심 판결은 필자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의뢰인과 협의해서 즉시 상고하면서 명도 가집행을 막기 위해 집행정지신청도 제기했다. 다행히, 상고 후 며칠만에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 판결 선고시까지 집행이 정지되면서 일단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에 작성제출한 상고이유서는 다음과 같다.



1. 원고의 주장번복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약정없는 계약”이라고 사실판단한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습니다.


2. 다만, 기간의 약정없는 계약에 대해 계약갱신요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원심의 법리판단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가. 갱신이라는 의미 자체가 기간의 정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임대차에 한하는 문제라는 원심 판단은, 법의 취지를 완전히 오해한 것입니다. 상임법 10조 1항에서 계약의 갱신을“임대차기간”만료되기 일정 기간 이내에 가능토록 규정한 것은, 기간을 정하는 통상적인 계약의 경우를 일반적으로 상정한 것일 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배제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만약, 원심처럼 해석하게 되면 매우 부당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상가점포 임대차계약기간을 최초 1년으로 정한 후, 이 사건의 경우처럼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차임을 조금 조정하는 정도로 합의한 후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임대인의 해지통고로 인해 언제든지 계약이 종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사건처럼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뿐 아니라 기존 임대인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임대인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할 경우 그 이후 갱신요구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갱신요구권의 취지는 완전히 몰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갱신요구권은 환산보증금 초과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임차인에게 보장되는 매우 중요한 권리인데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이 되면 그 순간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됩니다. 어느모로보나 부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기간을 정한 최초 임대차계약서 작성 후 당사자간 합의로 별도 계약서 작성이나 기간 정함이 없이 약간의 차임조정을 하는 것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상당한 임차인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원심의 해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갱신요구권행사는 임차인이 합법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만기를 기준으로 일정기간 앞둔 시점에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임법 10조 1항은 그런 취지의 표현을 편의상으로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라고 했을 뿐입니다.


나. 피고 주장이나 1심 판결과 같이 판단하면 민법 635조의 입법취지를 몰각한다는 원심판단 역시 부당합니다.


원심은, ‘민법 635조에서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언제든지 계약종료할 수 있는 자유로운 해지를 전제로 한 것이다’라는 판단하고 있지만, 이는 당초부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럴 수 있지만, 이 사건처럼 기간을 정한 임대차계약으로 시작했다가 중도에 기간 정함없는 임대차로 연장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자유로운 해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민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1심 판단처럼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 한편 원심은, ‘1심 판단과 같이 해석할 경우 임대차관계가 불명확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주장합니다.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임차인 보호를 포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쟁점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물론 하급심 어느 다른 사건에서도 선례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건처럼 기간약정있는 임대차로 시작했다가 갱신과정에서 기간약정없는 임대차계약이 된 경우 임대인이 갱신거절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인의 이런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상식 밖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고는 상식 밖의 주장으로 인한 이례적인 상황으로 인해 비록 선례는 없지만 이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절한 해법을 내놓은 것이 법판단의 최후 기관인 법원의 역할이 아닐 수 없습니다.



2심판결은 명백히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파기될 것으로 확신한다. 올바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필자의 주장의 정당함을 확인받으면서 의뢰인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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