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명실 공히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만일 건강과 돈이 준비된 은퇴자라면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인생 후반전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여생을 힘겹게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은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은퇴 이후에도 예전만큼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걱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기대되는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돈의 수명이 늘어나지 않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노후연금이 확실히 보장된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생활비 마련조차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은퇴자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재테크의 유혹을 쉽사리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적지 않은 대한민국의 은퇴자들 혹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이로 인해 은퇴 이후의 제2의 삶이 즐겁기는커녕 감내하기 고단한 삶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은퇴자들을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상 투자의 3요소라고 하면 수익성, 환금성, 안전성을 말한다. 이는 투자성향, 투자경험, 자산규모, 연령 등에 따라 비중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자산 투자 시 우선순위를 정할 때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사용한다. 물론 부동산도 예외일수는 없다. 다만 현재 은퇴중이거나 조만간 은퇴생활을 준비하려는 목적이라면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쳇말로 한방을 노리고 투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원활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안정적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편이 좋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후유증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저성장 ․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퇴자가 매각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모해 보인다.

실패 없는 은퇴생활을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을 유형별로 살펴보자. 재테크를 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유형으로는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토지가 있다.

첫째,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다.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투기성향의 가수요적 접근보다는 이용의 관점에서 실수요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임대수익(월세)을 목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특히 서울 등 광역대도시권 소형아파트의 경우 1인 가구 시대에 힘입어 임대용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환금성도 뛰어나고 안정적으로 임대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다만 상가나 오피스텔, 원룸주택 등에 비해 임대수익률이 다소 떨어지고 비역세권으로 가게 되면 임대에 어려움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소형아파트의 경우 매매 및 임대수요가 풍부해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점,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가구분화가 1~2인 가구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은퇴자들이 접근하기에 무난한 부동산 상품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가 9억 원 이하에 투자한다면 주택연금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둘째, 상가에 투자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임대용 부동산인 상가는 주거용이 아닌 상업용이라는 특성상 임대관리가 수월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불황 및 상권흐름에 민감하고 임차인의 영업부진이 이어질 경우 임대료 연체 및 공실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맞이할 경우 영업부진에 따른 임대료 연체 및 임차인 이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신규로 분양하는 택지개발지구(신도시) 내 상가의 경우 아파트 분양시점에서 입주민 정착 시까지 통상 5~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은퇴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셋째,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경우다. 오피스텔은 상가와 더불어 은퇴자들이 임대목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한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공실률이 올라가고 임대수익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피스텔은 건물이 노후화될 경우 입주기피로 임대료가 급락하는 부동산 상품인 만큼 준공된 지 오래된 매물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끝으로, 토지에 투자하는 경우다. 토지의 경우 상품의 특성상 임대보다는 개발호재 유무에 따라 투자성패가 갈린다. 당연히 이러한 이유로 실수요자보다는 투기적 가수요자가 선호하는 부동산 상품이다. 따라서 안정적 현금흐름이 필요한 은퇴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토지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은퇴자가 있다면 생활에 전혀 부담이 없을 만큼의 여윳돈으로 투자하되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염두하고 접근하길 권한다. 토지의 경우 평소 정부정책 및 개발정보(도로 및 철도 개설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매입하기 직전 반드시 현장답사를 통해 진입로 존재 여부, 경사도, 정확한 시세 등을 파악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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