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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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뱅커' 운전 중에 나의 AI(인공지능) 금융비서 스피커를 호출하였다.

"네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30분 안에 미국에 간 딸 유진이에게 1,000불 송금해주고, 4월 말에 5억 원을 써야 하는데 어느 자산, 어디에서 인출하면 좋은지 알려주세요"

잠시 후 " 네 주인님 1, 000불은 박유진 님 미국 은행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4월 말 기준으로 인출 가능한 예금은 2억 원입니다. 그 외에 4월 말 기준으로 주식, 가상자산, 금, 부동산 등 총 시가기준 자산은 17억 원입니다."

" 오 마이 뱅커, 그런데, 2억 원은 은행에서 인출하고 나머지 3억 원은 어디서 인출해야 하지?"

"네. 주인님. 모르겠습니다." 가상으로 그려본 현재 AI 금융 자산관리의 현주소다. 아직 갈길이 멀다.

▲ 돈 버는 이상으로 쉽지 않은 자산관리, 재벌처럼 재정 전문팀을 둘 수 없지만.

전통적인 금융은 돈을 빌리는 수신, 빌려주는 여신 등 중개업무가 주이다. 이에 따라 보유한 자금 등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만기가 된 거액을 하루만 다른 투자처에 연결하지 못하면(미스 매칭) 연간 수익률은 푹 떨어진다. 피가 마르는 일이다.

대부분 자금부(자산운용부 등)에서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전통적인 자산관리는 자산을 보존하는 데 있다. 소극적인 자산관리에서 보존의 의미는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 자산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이에 반하여 적극적인 자산관리는 인플레이션 헤지는 물론이고 기대이익까지 내는 일이다.

국민연금,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은 금융회사 설립부터 보유자산의 자산관리에 최정예 인원을 투입하여 관리해왔다. 그러다가 은행 등은 ‘슈퍼리치’를 타깃으로 고객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WM)에 앞다투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 자산 유치와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차익에서 벗어나 자산관리를 통한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전통적인 금융자산, 실물자산 이외에 디지털 등 가상자산이 중요한 자산군으로 떠올랐다. / 이미지 출처 dreamstime
전통적인 금융자산, 실물자산 이외에 디지털 등 가상자산이 중요한 자산군으로 떠올랐다. / 이미지 출처 dreamstime
자산관리는 보유자산 및 확정적 예상 수입(소득)의 실시간 현황 파악, 통계를 기반으로 확률과 예측, 예측을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매수(가입) 및 매도(인출)의 정확한 행위가 핵심이다. 재벌이 아닌 이상 이러한 고급 자산관리업무를 할 재정팀을 별도로 둘 수가 없다.

그래서 개인이나 기업들은 은행, 금융, 증권, 자산운용사의 AI를 활용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t과 Advisor의 합성어)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현재는 각 금융사가 금융자산 위주로 AI 등을 통하여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취합하여 제공하는 수준이고, 판매하거나 관련이 있는 상품을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금융자산 투자자문 위주다.

그러나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금 등의 실물자산과 가상자산 등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들은 자산운용 수익 이상으로 절세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세무와 법률에 관한 정보 서비스를 곁들이는 정도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도 금융회사, 상품 추천·신용평가 등 금융연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에 AI의 오남용 및 신뢰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형편이다.

▲ 금융 및 실물자산 모두 사실상 데이터로 움직인다.

DIKW 계층 구조의 흐름도. /  출처 위키피디아
DIKW 계층 구조의 흐름도. / 출처 위키피디아
자산관리의 대상은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데이터로 움직인다. 심지어 부동산까지도 장부에 숫자인 데이터 등으로 관리된다.

단순한 기록, 상태에 대한 데이터(data)를 가공하면 유용한 정보(information)가 되고 이를 분석하여 체계화하면 지식(knowledge 또는 know-how)이 된다. 지식이 쌓이면 남에게 이유를 설명하여 이해시킬 수 있는 (understand and explanation- why) 단계에 이른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성 있는 지혜를 (wisdom)를 얻을 수 있다.

훌륭한 지혜는 양질의 데이터에서 시작한다. 이를 자산관리에 적용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자산을 안전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처럼 만만하지가 않다.

▲ 자산 현재 상태 파악 오케이, 그러나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원스톱은 아직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어카운트인포' / 이미지 출처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어카운트인포' / 이미지 출처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자산관리의 현재 상태는 보유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주는 데이터다. 한국은 현재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 인포' 등의 계좌정보 통합관리 서비스 등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자산은 현재 한눈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금은과 달러 등 안전자산, 가상자산과 부동산 데이터 그리고 급여, 임대수익 등 확정적 미래 수익 현금흐름을 반영하면 환가가 가능한 일정 시점의 자산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현재 상태 파악' 단계 수준까지는 대동소이하다. 이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인 예측 단계부터 금융사마다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양질의 빅 데이터 보유 또는 연계 여부, 알고리즘을 통한 분석 틀과 다양한 분석실적 등 로보 어드바이저 부문이다.

금융회사들이 AI를 활용한 대출 분석(신용등급 등), 금융회사 자산 자산군 구성(포트폴리오)에는 이미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효율적인 자산관리에는 몇 가지 제도적 한계가 있어 현재 AI 등을 활용한 자산관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현실에 맞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이고 이를 즉각적으로 매도 및 매수 등 자산 이동 및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증권사 고객의 주식 자산군 내에서 세부 투자 주식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설정한 목표대로 매도 및 매수를 자동으로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자산군, 예를 들면 부동산, 금, 가상자산 등은 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 전통적 포트폴리오에 금은(金銀), 달러, 디지털 자산 등 포함한 5가지 자산군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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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자산군은 은행 예금, 주식, 부동산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안전자산인 금은과 달러가 추가되고 최근에는 가상 자산군이 포함되어 크게 5가지가 된다. 이제 포트폴리오는 보유자산을 환가 하는 시간에다가 변동성 폭은 물론이고 환가 되는 화폐가 원화인지 달러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즉 유동자산과 고정자산,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분류는 기본이고 변동 폭(등락, 위험)을 기준으로 안전자산과 비(非) 안전자산의 정도까지 고려하여 잘 믹스(Mix) 해야 한다. 물론 같은 자산군 내에서도 유사하게 세 분류해야 한다. 전문적인 일이며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듯 24시간 365일 신경을 써주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산관리 목적이 자산 보존, 증식을 통한 일정 기간 후 목돈마련 또는 정기적 연금 수령 등의 욕구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힘들게 번 돈을 관리하기 위하여 돈 버는 이상으로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야 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자산의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며 적기에 빼고 넣으려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자산을 불리려는 중소 자산가를 포함해서 관리 대상 자산이 많은 부자는 사실상 늘 고민이 많다. 자산관리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빼앗겨야 해서 자산을 가지고 정작 누려야 할 자유와 행복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신경 별로 안 써도 척척 알아서 해주는 종합적인 AI 자산관리가 필요하고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중요한 서비스 부문 산업이 될 것이다.

필자는 금융업무의 최상위 분야인 유동화 업무를 해왔다. 그리고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뱅킹, 데이터 산업 등에 대해서도 최근 약 3년간 현장에서 체험하였다. 지금은 분명하게 데이터 금융 시대이다. 고객이 희망하는 기대이익과 부담 가능한 위험률 그리고 최적의 절세 등을 고려한 5가지 자산군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해야 한다.

또 적기에 매도 및 매수 등을 실행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가지 자산군의 데이터를 불러오고 분석해야 하며 실시간으로 매도 및 매수가 가능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제대로 된 AI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외 은행, 증권사, 보험 등은 물론이고 부동산,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금융과 실물자산 드리고 국내외를 통합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자산관리 플랫폼’ 회사가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큰 틀을 제대로 보고 먼저 하는 자가 자산관리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될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데이터 산업시대에 통합 AI 자산관리가 되도록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제도적 행정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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