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남북교역과 전라남도
(110-72) 남북교역과 전라남도



전라남도의 (사)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의 정영재 사무총장이 북측과 남북교류사업을 재개하고 새 사업을 발굴, 활성화하자는 합의서를 교환했다. 정총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 노무현과 북한 대표 김정일이 합의한 10. 4 선언 11주년 남북 공동행사 참석을 위해 2018년 10월 평양을 방문했었다. 이 합의서에는 (사)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 상임대표이자 전라남도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최형식 담양군수와, 북측 남북교류 공식 접촉 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리성일 협력부장이 각각 서명했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이하 민화협)는 북한의 정당, 사회문화계, 종교계 등 각계 단체와 인사들로 구성하여 조직한 대남 통일전선 단체로서 1998년 6월 8일 결성되었다. 이 단체는 경제를 제외한 분야의 남북교류협력에서 북측 창구역할을 담당한다. 민화협은 이후 실제로 민간급 남북교류에서 창구역할을해 왔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대남비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북측은 가까운 시일에 협력사업 활성화 논의를 위해 전라남도와 시장군수, 의회 의장, 민간인 등으로 구성된 (사)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를 초청하기로 했다. 전라남도는 남북교류사업을 통해 지난 2008년 평양에 준공한 발효콩 빵 1공장에 이어 건립이 추진되다 2010년 천안함 격침사건 이후 중단된 2공장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리적 특성을 살린 전라남도 차원의 종합적 통일정책인 땅끝협력사업, 목포~신의주 간 국도 1호선을 연계한 스포츠 교류, 수산양식 분야 기술교류 등 23가지 남북교류협력사업과, 시군에서 발굴·추진하는 사업들을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농업기술, 산림, 해양수산, 희귀광물자원, 에너지,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라남도가 개최하는 ‘국제농업박람회’에 북한 사절단을 초청하고, 선진농업기술 교류, 국제심포지엄 참석, 북한 농식품 홍보·판매 부스 운영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업 분야 우수 품종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 등도 진행되도록 논의할 계획이다. 전남도의 다양한 남북교류 계획 중에 특이한 것은 전라남도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북한의 마그네사이트와 남한의 첨단기술 연계를 대비한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부품산업 육성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그네사이트를 가공한 마그네슘은 철과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높으면서 가볍고 진동 흡수성이 우수하다. 전자파 차단 효과가 뛰어나 자동차, 항공기, 철도 등 수송기기와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본체와 부품 등으로 활용된다. 세계 시장 규모 면에서도 2015년 175조 원에서 2023년 475조 원까지 8년간 2.7배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세계 각국의 마그네슘 산업 분야의 특허출원은 중국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일본과 한국 등이 뒤를 쫓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그네슘 분야 시장 선점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마그네슘 소재부품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광양만권 첨단 신소재산업 육성’을 대선 공약에 반영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적으로 추진된다면 잠재가치 3200조 원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광물자원과 남한의 첨단기술 연계를 대비한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부품산업 육성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



남북교역이 중단되기 이전에도 2018년 말 현재 국무총리인 이낙연 전 전라남도 지사시기에도 남북교역에 적극적이었다. 2003년 이낙연 전 지사는 (사)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를 창립했고, 이 협의회에서는 2003년 ‘대동농기계수리공장’을 세웠다. 이는 평안남도 대동군을 남북농업의 협력과 통일의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하며, 모내기에 있어 우리 측 농법의 대대적인 도입과 원예단지 조성 등을 통해 북한 농업의 현대화와 생산력 증대에 기여하기를 원했다. 또한 남북시범 협동농장으로 약 4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단지를 조성하여 모내기와 채소 재배를 병행하는 시범 영농을 하기도 하였다. 전라남도는 평안남도 대동군을 남북교류 협력의 집적화 단지로 조성하려고 했었다. 이외에도 2004년 북한 평안북도 룡천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났을 때도 475백만 원의 모금액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협의회는 전라남도 22개 기초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내의 기업과 민간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재원은 22개 시·군 및 도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것은 비수도권 지역의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전라남도의 대북사업의 특성은 주로 인도적 차원의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인천시나 경기도가 남북 경협을 통한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과는 방향이 많이 다른 점이다. 농업분야의 농기계 지원, 교육분야의 교육기자재 지원사업, 룡천 대폭발 후 지원 사업 등이 그렇다. 농수산분야에서 협력은 현재에도 남한 내 지자체 간에 협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산업적 특성이 지역을 이동해서 할 만한 사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까지 전남도가 추진했던 농업분야의 남북교류가 전남도에 어떤 특정한 이득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여 북한의 주요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 마련, 고흥의 로켙발사기지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을 접목하는 우주산업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그리고 현재까지 남한 등산객들의 성지라고까지 불렸던 지리산 관광사업은 북한의 관광객 모객이 시작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