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혹시 인생 멘토가 있나요?
 가끔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다. 당시 필자에게 영향력을 준 상사 이야기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포스코에 입사해 처음 배치 받은 곳은 제철 연수원이었다. 80년대 초에는 신입사원 공채 시 수천 명이 지원자가 응모하는 터라 서울 소재 대학을 빌려 필기시험을 치뤘다. 시험 감독관이 많이 필요해 포항본사와 공장에서 도움을 주는 일도 있었다.

# 이야기 하나

일요일 시험 감독을 위해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탔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옆자리에 연수원장이 앉는 것이 아닌가. 원장 방은 따로 있었고 당시 결제도 상급자들이 들어가는 상황이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연수원장은 신입사원인 필자에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김영헌 씨 신입사원이라고 본인 업무만 해서는 안되요. 연수원 전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늘 파악하면서 업무를 해야 해요.” 그후 필자는 교무과 업무 이외에도 직업훈련, 정비훈련, 교수실 등 업무를 익히기 위해 자주 타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 덕에 폭넓게 업무도 익히고 인간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었다. 나아가 자진해서 직업훈련생 수업도 맡았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하는 일이 전체 속에 어느 부분인가를 알게 해준 고마운 선배다.

# 이야기 둘

다른 연수원장 이야기다. 당시 계장(지금은 이런 직급이 없어졌다.)시험을 6개월 앞둔 필자를 포함 직원 2명을 원장실에 불렀다. 대뜸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 우리 연수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다소 당황했지만 나름 생각한 바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이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가 이어지고 필자에게는 <대졸 신입사원교육의 획기적 개선방안> 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한 달 정도 기간이 주어졌고 직접 보고 하라는 것 이었다. 그래서 국내외 선진기업 교육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선배들 조언도 귀담아 들었다. 그 과제안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 신입사원 긍지와 자부심을 베양하자 ▪ 최고경영자와 신입사원과의 대화 시간 등등 당시로선 좀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그후 신입사원교육이 달라졌다. 지금 하는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를 항상 생각하게 해준 선배였다.

# 이야기 셋

이러한 과정에서 <포스코 판매 요원>과 <7개 종합상사 요원> 대상 교육과정 기획 운영이란 업무를 맡게 됐다. 그 때 특강을 했던 강사는 지금 필자 멘토가 되어 가끔 만나고 있다. 그 분는 직장생활에 귀감이 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필자에게 개별적으로 해 주었다. 그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게 있다, 바로 <건곤병건(乾坤竝建)>이다. 풀이하면 세상의 이치는 건(乾)과 곤(坤)이 나란히 서 있다는 뜻이다. 건은 하늘이고 태양이고 남자요 아버지요, 곤은 땅이고 달이고 여자요 어머니다. 이중 하나만 있다면 우주나 사람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삶도 힘든 일과 즐거운 일이 항상 나란히 있으니 너무 교만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되 버렸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 이야기다. 그는“인생은 어려운 일과 좋은 일을 꼬아놓은 새끼줄과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즉 처음부터 철저하게 나쁜 일도 철저히 좋은 일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입사원 시절 이야기는 있기 마련이다. 이 시절 어떤 상사와 만나는가에 따라 직장생활 질이 달라 질 수도 있다. 당신이 리더라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그것이 후배들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사내외에서 멘토 한 두 명 정도를 정해서 주기적으로 소통을 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우(愚)> 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혹시 당신은 멘토가 있나요? 그런데 멘토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찾아 나서는 것이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