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증시 토파보기] 또 다시 돼지가 날아 오를까?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미국이 꺼내든 무기는 기존 달러 발행 총액의 5배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쏟아 부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이 무지막지한 돈 풀기의 영향으로 ‘리먼브라더스’ 파산 6개월 후 거의 50% 가까이 폭락하며 최저점을 기록했던 다우지수는 불과 4년만인 2013년 3월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인 14,000p를 회복했다.

그뿐 아니라 1년 5개월 후인 2014년 8월, 지수 17,000p를 돌파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증시는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언제 버블이 터질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필자는 당시 현대경제연구원 H원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미국증시가 거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얘기를 잠시 나눴는데, 전날 미국 주가가 2% 가까이 폭락했기에 나온 대화였다.

당시 전 세계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금융위기가 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홍콩사태를 비롯한 악재가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기에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주가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미국 증시의 버블 여부와 붕괴 가능성에 대해 물었고, 나의 질문에 H원장은 아래와 같이 아주 재미있고 의미 있는 비유를 통해 당시 미국 증시의 상황을 표현 하였다

H원장님은 나와 만나기 직전 전 미국 최대 헤지펀드의 CEO와 나눈 대화에서 나와 똑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로 현재 미국 투자자들의 (물론 전체 의견은 아니겠지만)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 미국 헤지펀드 CEO 자신은 오래 전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앨런 셰퍼드’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셰퍼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미국인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얼마나 멋진 순간을 보내셨는지요?” 잠시 CEO의 얼굴을 바라보던 셰퍼드는 “물론 파랗고 멋진 지구를 바라보는 그 순간은 엄청난 환희와 감격이 몰려 왔습니다. 하지만 최초 몇 분의 시간을 제외한 우주공간에서의 나머지 시간은 그야말로 극한의 공포 속에서 떨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미국에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사람이 무사히 귀환한 사례가 전혀 없었기에, 창 밖으로 저 멀리 까마득하게 보이는 조그마한 점에 불과한 미국 어딘가의 목표 지점으로 과연 내가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공포심이 귀환할 때까지 내내 자신을 괴롭혔으며 그런 상황에서 여유 있게 지구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얘기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꺼내며 그 CEO는 “지금 미국은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QE라는 ‘양적완화’ 수단을 발휘하여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 다른 나라의 재화를 수입하고 소비하며 억지로 경기를 부양하는 비 합리적인(?) 경제 상황을 만들어 냈는데,

거기에 더해서 현재 기업 순익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높은 주가 수준을 바라볼 때, 현재의 주가는 언제 버블이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상황이라 마치 셰퍼드가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그런 공포감이 자신을 감싸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하였다.

나는 이 얘기를 들으며 그 당시 왜 미국의 억만장자들의 현금보유 비율이 과거에 비하여 10배이상 증가하였는지? 또 안전자산이 다시 각광을 받는지 이해가 되었으며, 그 당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 상황은 과거의 그 어떤 경제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동시에 2008년도 금융위기와 같은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이 다시 한번 찾아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대다수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며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시장은 인간의 소심함을 비웃듯이 꾸준히 상승하여, 올 1월 초 3만 포인트에 근접하며 지난 5년간 미친듯한 장기 상승장을 만들어 냈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순식간에 30% 넘게 폭락한 후 추가적인 양적 완화의 효과로 V자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며칠전인 4월8일(미국시간)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첨부 사진과 같이 금융위기 때 풀었던 4조달러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6조 달러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10조달러 돌파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발행량(M1)이 아닌 광의의 통화량(M2)을 감안한다면 무지막지하다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거기에 중국, 일본은 물론 EU와 우리나라까지 국가마다 무너지는 산업과 일자리를 지탱하여, 국민 모두의 삶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별 화폐발행량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늘어나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이 흘러 넘치는 미래가 바로 코 앞이다!

우리는 이 격랑의 흐름 속에서 어디로 투자와 자산 배분의 방향타를 돌려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횡행할 때 어떤 자산은 안전했으며, 가치를 보전하고 유지했는지를 되돌아보고 한발 앞선 자산 배분과 유동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 증시가 한참 고공 행진을 할 때, ‘태풍을 만나면 돼지라도 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었는데, 바람을 잘 타는 건 엄청난 기회일지 모르나 돼지가 바람에 날아 오른다고 해서 날개가 자라는 건 아니다.

그 바람이 지나고 나면 수많은 돼지들이 떨어져 죽는다.

한발 앞선 자산 배분과 유동성확보의 뒤편에서 태풍이 잦아질 때,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 낙하산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인류는 과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우주 공간에서 티끌만한 착륙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앨런 셰퍼드와 같이 두렵고 공포스런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공황과 경제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항상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으며 결코 뒤로 후퇴한 적이 없었다.

인간에게 미래는 두렵고 가늠하기 힘든 영역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작품이며, 이를 미래로 인도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조금 더 겸손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야 할 것이다.





신 근 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