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보고서의 3박자는 무엇일까?


 “도대체 어떻게 상사에게 보고 타이밍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코칭 대화시 모임원의 하소연이다. 그는 상사인 회장과 사장을 넘버1, 넘버2 라고 부르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두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니 힘들다고 했다. 최근에 특정사안에 대해 넘버2는 천천히 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갑자기 넘버1이 보고서를 가져오라는 상황이 발생해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보고 받는 스타일이 달라서 넘버1은 요약 보고서를 선호하는데 반해 넘버2는 보고서가 일단 두툼해야 보고를 받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 모두 바쁜데 어찌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요?”라고 질문했다. 회장 사장 계층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보고서와 관련해 세 가지 생각을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적용되는 납기, 가격, 품질이 보고서에서는 타이밍, 가치, 품질로 그대로 적용된다.

  첫째, 납기 즉 타이밍이다. 특히 보고받는 상사가 급한 성향일 때는 더욱 힘든 요소다. 예전에는 퇴근하면서 상사가 <이 보고서 내일 아침에 보자>라고 지시하곤 했다. 그렇게 지시받고 일했던 시기에 필자도 그렇게 지시했던 사례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이다. 이제는 상사에게 이 보고서의 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후 상사의 대답에서 자신도 급하다는 인식을 공감하면 서두를 수밖에 없다. 집중하면 성과도 오르는 편이다. 과거 필자의 상사는 <예정된 야근은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왜냐하면 눈치보기식 야근은 근무시간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 때는 시간상 완벽한 보고서보다도 결정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한편 상사의 보고 타이밍을 맞추는데 하나의 팁은 메모 형식 등의 중간보고를 통해 진행사항을 상사가 공감토록 하는 것이다.

  둘째, 보고서의 가치다. 이 보고서가 진정 가치 있는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해 보야야 한다. 사실 조직내 불필요한 보고서도 적지 않다. 관행적으로 보고하는 사례가 많다. 이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으면 우리 조직의 미래에 큰 타격이 있는가?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보고서 없으면 우리 회사 망하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한편, 이슈나 과제에 대해 우리 조직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가? 보고서 작성부서와 실행부서가 다를 경우 더욱 그렇다.

  셋째 보고서의 품질이다.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가 통과되어 실행되려면 우선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The One Page Proposal의 저자 패트릭 라일리는 “1페이지 Proposal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많은 내용의 서류를 짧게 줄여 놓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서류이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의 형식을 제목, 부제, 목표, 2차 목표, 논리적 근거, 재정, 현재상태, 실행 등 8개 부문으로 나누고 이 형식은 논리적 사고 순서에 따른 것이므로 신성불가침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조사내용이나 분석내용이 많아 보고서가 불가피하게 많아 질 경우 반듯이 Executive Summary를 통해 보고받는 상사가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하고 궁금한 사항은 해당분야를 찾아 볼 수 있도록 권유한다.

  직장생활 할 때 한 임원이 보고서란 보고할 때 까지 고치는 것이라고 조크를 한 적이 있다.보고서의 품질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채택되었을 때 작성자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조직에서 경험하였을 것이다. 보고서 작성하고 상사가 채택케 하는 일은 리더로서 성장하는 역량개발이기도 하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