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 자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아직도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왜 갑자기 이 책이 잡혔을까?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5-6년은 족히 지났다. 그런데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은 요즘 장하준이 지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와 연관되어서이다. 어느 곳에서는 이 책을 좋아하고, 어느 곳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자기가 보고 싶은 곳만 보고,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거야 뭐 사람이니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나야 경제학자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니 그저 쳐다보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장하준의 책은 서너권정도 읽었는 데, 난 대체로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 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차와 앞 뒤장을 읽다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나의 저조한 기억력을 탓하면서. 책장을 펴면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나의 비생산적인 책읽기를 탓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기업으로 들어간 돈보다 기업에서 주식시장으로 들어간 돈이 더 많았습니다. 기업들이 경영권방어 등의 목적 때문에 자사주 매입같은 것을 많이 했거든요. 결국 주식시장이 기업에 돈을 공급하기는커녕 기업의 자금을 삼키고 있는거죠. …….. 또 주식 발행이 기업의 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하는 나라는 오히려 독일과 일본, 프랑스등 비(非)영미권 국가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이전에는 주식시장이 그런 역할을 했고요. 미국과 영국등 영미권의 주식시장은 오히려 기업의 자금을 수탈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미형 주식시장이 정착되는 2000년 이후에는 주식시장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낮에 어떤 기업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충분히 그럴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보다는 ‘주식회사’였던 회사를 ‘유한회사’로 바꾸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미 자본이 충분하고 주주로부터 간섭을 받기가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회사는 형제가 회사를 키우는 회사로 가족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이다. 결국 그도 주식시장이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셈이다. 이미 5-6년이 흘렀지만, 이 책의 내용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아마 더 심화된 것은 ‘양극화’일 것이다. 한 10년전쯤만 하더라도 나는 어디가면 한국이 난장판인 것같지만 그래도 부의 분배가 고루 이루어진 나라라고 말하곤 하였다. 사실이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처럼 되버렸다.



이 책도 최근의 책과 같이 ‘자유시장’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초점이 ‘오로지’ 한국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 특히 집중하게 하였다. 나 역시 무역으로 먹고 살지만 ‘자유시장’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자유화되어 있고, 지나치게 지구의 모든 나라들이 엮여있어서, 지나치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나의 관점이다.



아, 또 하나가 있다. 얼마전에 어느 회사의 사장과 저녁을 먹으면서 ‘재벌’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현재의 세제상 10억이 넘어가면 상속액의 50%이상의 세금으로 내야하는 데, 그럼 거의 모든 회사를 국세청이 소유하게 된다. 그럼 과연 국세청 또는 그 대리인들이 주인의식이 철저한 상속받은 재벌 2세보다 더 경영을 잘 할 수있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재벌이 될 꿈이 없다면, 장사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