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위나라에는 ‘화타’라는 명의(名醫)가 있었다. 양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 시기에 이미 외과술을 터득한 화타는 자주 두통을 앓았던 조조에게 뇌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의심 많은 조조는 화타가 수술을 빙자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그를 처형할 것을 명한다. 조조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발전할 수 있었던 의학의 대들보가 무너졌다.

1942년, 진주만 기습에서 성공한 일본 해군사령부는 축제 분위기에 도취되어 이 기회에 미국 태평양함대까지 진격하여 전쟁의 쐐기를 박자는 참모들의 의견을 묵살한 결과로 미국에게 이후 전열을 가다듬을 기회를 제공, 태평양 전쟁에서 대패함으로써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된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의사결정 한방으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른 방향으로 돌게 된 것이다.

의사결정은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자칫하면 최악의, 몹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하기 까지 신중해야 하고 다각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잘 되어 대박의 순기능 보다는 못 되어 쪽박의 역기능이 더 많은 경우도 그 이유에서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심판들의 편파적 의사결정에 우리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렸고 북한 김정은은 고모부 처형에 사인을 하는 바람에 정권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정도로 의사결정이후의 파급효과와 후폭풍 또한 거세다. 그래서 차라리 속편하게 결정자체를 안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결정을 해야 한다면 정말 몹쓸놈의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다음 세가지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객관적 정당성이다. 의사결정자의 지극히 주관적 판단에 기인한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오류를 양산할 수 있다.

둘째, 논리적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의사결정자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집된 합리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최종안을 낙찰 시켜야 한다.

셋째, 결정이후 잡음이 많지 않아야 한다. 말 많은 의사결정이 탈도 나게 마련이다. 부작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 결정권자의 역량이다.

최근 돌아가는 사태를 보니 또 한번 우려되는 몹쓸놈의 의사결정이 정치권에서 벌어진 것 같다. 그저 국민을 위한 다는 ‘볼모적 사고’로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사람들을 배신하고 무슨 깜짝쇼처럼 정치판을 흔드는 ‘통합신당’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과 자기 자신의 영달을 좆는 행위는 언제나 대의의 칼날앞에 무릎꿇게 된다. 도장은 아무데나 찍는게 아니며 또 찍는 대로 잘 되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