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주말 아침,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전직 대통령의 서거소식은 아직까지도 충격과 비통함에서 국민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였던 자가 허공에 몸을 맡기는 극단의 선택을 하여 굴곡된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린 이 전례 없는 사건 앞에 모두들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왜 하필 ‘죽음’이라는 삶의 종착점을 선택했을까? 그러한 결정은 웬 만큼의 자존감이 강하지 않고서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과제이거늘, 고인의 그동안 받았던 정신적 아픔과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왜 그러한 선택을?……

죽은자는 말이 없다지만 고인은 생을 마감하면서 까지 무엇인가를 대변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고인의 서거 앞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인은 죽음을 통해 몇 가지 커다란 메시지를 남긴 것임에 틀림 없을 것 같다.

첫째, 대의를 위한 희생을 선택한 것이다.
역시나 민감한 이야기지만 사실 조여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 속에 앞으로 전개될 파장을 생각하여 보다 크고 먼 안목에서 이를 잠재울 결심을 한 것이 아닐까? 개인 한사람만의 희생으로 하여금 많은 주변사람들은 검찰조사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의 단면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고 했을 것이다.
뇌물수수의 부끄러운 죄의식과 도덕적 상처를 통감함을 넘어 경우야 어떻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비극이 결코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복선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신은 투명한 정치가 곧 민주주의의 정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더 괴로워 하면서 현실 위정자에게 암묵적인 일침을 놓은 것 일게다.

마지막으로 죽음으로서 모든 것에 대한 사면을 암시하려고 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적 용서를 구하고 그동안의 각종 연루된 사건들은 소위 ‘공소권 없음’이라는 판정을 자동적으로 얻어 냄으로써 하루 빨리 국민들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포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결과에는 부정의 골도 사라지고 관대해 지기 마련이다. 이제 아무도 고인을 질책하지 않는다. 결국 고인의 서거는 그동안 필자를 포함하여 그를 비방하고 비판했던 사람들마저 애도하고 추모하게 하는 대 변환을 이끌어 냈다. 이번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그만큼 충격파가 큰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죽은자는 말이 있다.
이제 우리에겐 죽음의 문턱에서 정리한 고인의 무언의 항변을 되새겨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삼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