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올 한해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벌써 송년회 날짜를 잡는다고 하는군요. 올해도 여러 기업과 대학에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를 할 때마다 많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미래를 불안해 하며 질문을 했습니다만, 그런 질문들에 대해 모두 답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중요한 몇 가지 질문을 선별하여 아래와 같이 공개적으로 답을 해 드립니다. 다만,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은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며, 필자의 의견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참고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강의를 하고 있는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제가 불행해 보이나요? 그럴 수 없지요. 강의를 들어 주시는 여러분이 있고, 훌륭한 분들이 모인 자리에 불러 주시고, 박수 쳐 주시고 좋은 음식과 차량까지 지원해 주시면서 강사료도 주시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나요?

그것보다 지금 행복한 이유는,

저와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살아 갈 날이 남아 있다는 것이며,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혼자 화장실 다녀 올 수 있고, 책 읽고 음악 들으며 기뻐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리며 행복을 느낍니다. 오랜 친구들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수다 떨다가 노래방 가서 노래 몇 곡 부를 수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은가요? 아침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올렸을 때 어머님의 목소리가 명랑하고 힘차게 들리면 행복해집니다.

물론, 불행을 느낄 때도 있고 불행한 상황에 있을 때도 있지만, 행복할 때가 더 많이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짧은 행복과 작은 기쁨의 합(合)이 행복의 기준 아닐까요?

버트란트 러셀은 이야기 합니다.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가? 미래에 행복하게살기 위해 현재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좀 행복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2. 직장 동료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직장 동료들간에 또는 상하간에 갈등이 자주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요? 갈등과 문제는 항상 생기는 것이고 누구나 있는 것입니다.

갈등은 기대와 인식의 차이(The gap between expectation and perception) 입니다. 사장은 월급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은 항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희망, 바램이 너무 크거나 잘못되었을 경우 실망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친절을 베푼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지나치게 생각하여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서로의 DNA 가 다르고 유전인자가 다르고 성장 배경과 성품이 다른데 어찌 갈등과 문제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때로 갈등과 문제, 스트레스 등은 발전과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인식을 바꾸거나 기대를 포기하면 갈등은 쉽게 해결 됩니다. 또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입장, 그렇게 형성된 성품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아직 답답할 것입니다. 각자 개인 스스로의 마음과 지혜에서 조차 갈등은 쉬지 않고 일어 나고 있습니다.


3. 게으름을 이기는 법은?

원래 게으른 사람도 있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듯이 모든 일을 귀찮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 세상 사람 모두가 게으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날씨가 너무 더워 게으를 수 밖에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가난하게 사는 걸 아실 겁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가난하게 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게으르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이나 공부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이를 이루어 내려는 의지가 강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야 할 곳이 있거나 오늘 안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게으를 수가 없습니다. 이 달 말까지 제출해야 할 보고서가 있거나 내일 아침까지 보내야 할 제안서가 있다면 이부자리에 널브러져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나요?

보다 유능한 인재가 되고 탁월한 실력을 쌓고, 오랫동안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면 게으를 수 없습니다.

바라는 건 많고 기대하는 꿈은 많지만 행동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날마다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하면서 결심만 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한답니다.

작은 공부 작은 일이라 해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면 게으르지 않은 겁니다. 작은 성공을 누적시켜 나가는 것이 큰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4. 직장생활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은?

직장생활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나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술을 잘 마시거나 골프를 잘 쳐서 인정받는 사람도 있고, 대인관계가 좋아서 업무 실적을 잘 내는 사람도 있고, 탁월한 창의력과 기술을 갖고 승부를 거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직장에서의 성공은 자신이 맡은 일과 적성, 그리고 자기만의 독특한 끼와 기(氣)가 들어 맞을 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30년 넘게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한 우물을 파서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된 분도 있고, 외국계 기업과 국내기업을 오가며 탁월한 외국어 실력과 시장 경험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사장도 있고, 이런저런 회사를 중개하고 합병하여 시장을 장악한 M&A 전문가도 있습니다.

독서를 즐기며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도 있고, 씨름을 잘 했던 선수가 MC를 보면서 개그맨처럼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기업을 경영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멋진 책을 써내는 작가도 있습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다른 사람과 협력을 할 줄 알고, 과감히 양보를 하면서 오랫동안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업가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온갖 좌절과 고통을 이겨 내며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연예인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거나 최고의 소설가가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습니다.

공짜는 없다는 것이며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은 없다는 점입니다. 단 몇 가지의 조건이나 비결은 없을 것입니다.


5.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책은?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7년째 강의를 하다 보니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본래 독서가 취미는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책은 가까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재에 책이 많이 쌓여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좋은 책을 고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백 권 정도를 최고의 책으로 골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중에 아주 멋진 추억이 담긴 책들이 있습니다.

공과대학 학생이 대학원 진학을 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며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 “과학의 역사(The history of science)”였습니다. 영국 사람 Paul Mason 이 쓴 책인데 정말 정교하고 세밀하게 쓴 책이라 밑줄 쳐 가며 암기하듯이 읽었습니다. 지금도 공대생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90년 전에 나폴레옹 힐이라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해서 공통점을 찾아 정리한 책 “성공의 법칙(The law of success)”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라스베거스에 머물고 있던 99년도 어느 날, 서점에 들러 바겐세일을 하는 책 바구니에서 골라낸 책은 1,400페이지가 넘는 원서였는데 2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꺼운 양장 표지에 멋진 제목이 어울려 무조건 샀습니다. 너무 좋은 책을 골랐다는 즐거움에 6개월 만에 밑줄 쳐 가며 읽은 책인데 아마도 우리나라엔 없을 듯 합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남경태씨가 쓴 “역사”와 로버트 C. 솔로몬이 쓴“세상의 모든 철학”은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제가 홀딱 반해서 읽은 책입니다. 두껍기는 하지만, 동서양을 아우르며 고금을 설파한 역사와 철학의 줄거리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시간 내어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지만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