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다. 


문화예술을 기반한 도시재생 사례와 도시 브랜딩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도시브랜딩: 노래하는 음유시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다.
2016년 늦가을, 캐나다 몬트리올 시내의 한 건물에 중절모를 쓴 신사의 벽화가 완성되었다.

Gene Pendon (제네펜돈)과 El Marc (엘마크)라는 두명의 아티스트와 13명의 스텝, 240통의 페인트와 수천 시간의 작업으로 완성된 이 초상화 속 주인공은 Leonard Cohen(레너드 코헨).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며 한국에선 1988년 발매된 “I’m Your Man” (아임 유어맨)이란 곡으로도 꽤나 친숙한 싱어송 라이터 이자 가수, 시인, 소설가,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같은 해 고향인 몬트리올 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몬트리올 시내 중심부 크레센트 거리 (Crescent Street)에 자리한 이 건물은 원래 도시의 가난한 학생들이 거주하는 낡은 렌탈 아파트에 지나지 않았지만, 코헨의 초상화가 그려진 후 몬트리올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꼭 한번씩 들러 인증샷을 남기는 도시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덕분에 밤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 했던 거리의 상권은 낮에도 활기를 띄었고, (물론 코로나 이전 이야기 지만) 도시는 또 하나의 스토리와 색을 입었다. 학창시절 수없이 오가던 익숙한 거리는 특별한 거리가 되어 돌아왔고, 그렇게 평범했던 대학가의 낡은 건물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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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던 코헨은 1960년대 중반즘 그리스의 히드라 섬으로 집필 활동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그의 평생 작품속 뮤즈인 마리앤 일렌 (Marianne Ihlen)을 만난다. 1967년 발표했던 그의 첫 음반의 수록곡, “So Long, Marianne” (쏘롱, 마리앤) 은 두사람이 헤어지고 코헨이 그녀를 위해 만든 노래로 유명하다. 마리앤은 그가 머물렀던 섬의 아파트에 함께 거주했던 노르웨이 작가 악셀옌센 (Axel Jensen)의 부인 이었는데 옌센이 코헨의 여자친구와 바람이 나면서 마리앤을 떠나자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약 10년간 연인으로 지내며 평생 그의 작품속 뮤즈가 되었다. 2016년 7월 마리앤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코헨은 옛사랑에게 “나도 곧 당신을 따라갈것 같다”는 마지막 편지를 전했고, 마리앤은 편지를 받은후 이틀뒤 세상을 떠나고 코헨은 마리앤이 세상을 떠난 100일 뒤 그녀를 따라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 코헨의 벽화는 도시에게 또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코헨은 떠났지만 영화처럼 아름다운 예술가의 사랑이야기와 그가 남긴 음악은 오늘도 그가 살았던 이 도시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해 주겠노라고 말하고 있다.

문득 비슷한 사례로 2008년 방문했던 벨기에 브뤼셀이 생각났다. 파파스머프와 땡땡이 탄생한 곳, 만화의나라 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브뤼셀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이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특히 방문 당시 공사중 이었던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박물관은 수리기간 중임에도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 외벽에 천막 그림을 덮어, 마치 또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게 만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전세계 포토그래퍼들 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만화의나라 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시이미지를 잘 활용한 좋은사례가 되었다. 여행하는 내내 도시 곳곳의 벽화와 이를 활용한 작품들로 브뤼셀은 나에게 행복한 추억과, 거리곳곳 숨겨진 볼거리, 고디바와 와플, 맥주의 나라다운 다양한 먹거리 들로 무거워진 위장과 캐리어를 선물했던 가장 충만한 기억의 도시로 남아있다.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도시브랜딩: 노래하는 음유시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다.
이처럼 도시를 외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을 잘 연구한 것이 바로 도시 브랜딩 인데, 도시의 전체적인 자산가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도시재생과 도시개발의 한 방식으로 볼수 있다. 오래된 건축물에 새로운 색을 입혀 또다른 명소가 생겨나고 도시가 이전부터 간직해온 문화와 철학,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시각적으로 비시각적 으로 재해석 하여 도시의 매력을 보여주는 일. 꼭 한번 방문하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 비지니스와 투자욕구가 생겨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 힘, 바로 도시 브랜딩의 핵심이자 매력 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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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학창시절 부터 알베르까뮈를 너무도 좋아했던 나는 소설 “페스트”의 실제 배경 이었던 아프리카 알제리에 업무수행을 위해 방문 하였을때 그가 즐겨찾던 일 자제어 호텔 (Hotel El-Djazair) 커피숍을 직접 찾아가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마셨던 첫 민트티의 감격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알제는 그렇게 나에게 까뮈의 도시이자 매일 치열했던 기억의 도시로 남아있다. 도시브랜딩은 도시를 보다 아름답고 강렬하게 기억 하게하는 힘이 있다.

도시 브랜딩은 오랜시간 쌓아온 문화 예술적 유산과 옛것과 공존가능한 새로운 도시개발 정책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도시재생과 도시개발은 단순히 부동산의 개발 만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시의 하드웨어 구축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많은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그를 뒷받침해줄 필수 컨텐츠와 인프라, 그리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잘 짜여진 커뮤니케이션 계획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도시브랜딩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는 주최는 단순히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 개발자,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정부와 주민 모두가 함께 구축해 가야하는 팀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의 도시브랜딩은 이제 또다른 국가경쟁력의 핵심임을 기억하자.

지난 가을 오랜만에 다시찾은 크레센트 거리의 테라스 펍에서 코헨의 벽화를 바라보며 이전에 미처 몰랐던 도시의 또다른 매력과 올드 팝송의 감성에 다시한번 젖으며 코로나가 끝나면 꼭 다시한번 브뤼셀 에도 가봐야겠다 다짐해 본다. 마찬가지로 이글을 읽고 코헨을 추억하며 몬트리올을 방문해 주는 이가 있다면 참 좋겠다.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도시브랜딩: 노래하는 음유시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다.
제시카정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