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도 역시 디즈니의 계절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1’에 이어 ‘겨울왕국 2’가 영화 ‘아바타’(2009)를 제치고 역대 국내 개봉 외화 중 흥행 2위에 올라섰다. ‘겨울왕국 2’의 누적 관객 수는 1천362만7천118명으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의 최종 관객 수인 1천 348만 6천 963명을 넘어선 숫자다. 이 수치는 ‘어벤져스:엔드게임’(2019)에 이어 외화 중 2위에 해당되며, 수익을 보면 북미에서는 4억6,600만 달러(한화 약 5,400억 원), 전 세계에서는 14억 달러(한화 약 1조 6,226억 원)를 벌어들였다.

전 세계 여러 기관들로부터 ‘창의적 인물’로 소개된 것이 총 950번, 아카데미상만 48번, 에미상 7번. 월트디즈니사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가 이룬 결과물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월트 디즈니는 유년시절 창의력이 부족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예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히며, 상상력을 상품으로 만들고 창업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월트 디즈니가 성공의 정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힘은 끝없는 상상력이었다. 학창시절 월트는 미술시간에 꽃을 그리라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어린 월트는 꽃송이마다 한가운데에 얼굴을 그려 넣어 작품을 멋있게 꾸몄는데, 지금의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전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 소년의 독창적인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꾸었던 꿈으로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항상 그려왔다. 이런 환경에 자란 월트는 휘하의 장인들과 수백 명의 직원들도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독려했다. 재정상 손실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도 월트는 회사가 스스로 상상력을 고수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힘쓸 것을 요구했다. 그는 만화영화를 제작하든 테마파크를 짓든 관객에게 조악한 제품을 팔기를 거부했다.

평작과 수작의 차이

1940년 1월 『피노키오』가 처음 발표되자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제작된 최고의 만화영화”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탄생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이 작품이 완성하기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월트 디즈니는 돌연 작업을 중단시켰다. 애니메이터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미 절반 가까이 진행한 시점이었다. 월트의 생각에는 피노키오가 너무 나무 같은 느낌이 강했고, 지미니 크리켓으로 표현된 캐릭터도 너무 귀뚜라미처럼 보였다. 이미 제작비 50만 달러가 투입된 상황이었지만 월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제작을 중단시켰다. 당시 디즈니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그냥 상영했더라도 회사나 자신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낼 일은 없었을 것이고 제작비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월트는 평작과 수작의 차이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피노키오』가 완성되기까지 총 3백만 달러가 투입되었다. 당시로서는 유례없이 매우 높은 제작비였지만 이 영화는 한층 진일보한 정교한 애니메이션, 기술, 그림의 완성도 면에서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월트가 거둔 놀라운 업적만 보고 ‘그가 비용관리 면에서 너무 소홀한 사람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1950년대 초 디즈니랜드가 건설되고 있었을 때 월트는 온갖 세부 사항을 점검했다.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에 있는 반딧불이든, 오리와 미키마우스를 재현한 그림이든, 고객 응대든, 디즈니의 멋진 공원을 더럽히는 사탕 비닐 껍질을 치우는 일이 되었든 월트는 마지막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완벽주의자였다. 사탕 비닐 껍질을 치우는 일은 디즈니 공원의 거리 청소부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쓰레기를 발견한 직원 누구나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즉시 치우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디즈니의 평범하지만 차별화된 DNA이자 조직문화의 일부이다.

우리는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상상력과 창의력이 나오는 걸까?”라면 감탄과 동시에 의문을 품는다. 디즈니사는 2006년에 74억 달러에 픽사(Pixar)를 인수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들이 합작품으로 내놓은 ‘토이 스토리 1~4’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1, 2’가 연달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3D 애니메이션계를 주도해 왔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CEO인 에드 캣멀(Edwin Catmull)은 이러한 성공의 원인을 ‘끊임없는 실패’에서 찾는다. 픽사는 완벽한 스토리보드를 찾기 위해 시도하는 횟수가 계속 증가해왔는데, 이것은 바람직한 성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는 의미다. 영화 ‘벅스 라이프’에는 27개의 스토리보드가 있고, ‘니모를 찾아서’에는 43개가 있었으며, 2년 후에 나온 ‘라따뚜이’에는 69개가 필요했고, ‘윌-E’에는 98개의 스토리보드와 125,000장이 넘는 도안이 필요했다. 이런 작업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만족할 만한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기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실패를 개인의 문제나 판단 탓으로 돌리지 않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픽사와 디즈니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지켜야 할 ‘플러싱Plusing’이라는 기본 원칙을 도입했다. 한 그룹에 스토리보드를 보여주고 더 나은 개선 방법을 포함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초당 6~8장의 그림을 사용하던 시기에 디즈니는 24장을 고집했다. 수치로 보면 4배 이상의 노력을 더 하는 셈이다. 그들에게는 결코 만족이란 없다. 끊임없이 진보할 뿐이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

디즈니랜드의 재 방문율을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동경 디즈니랜드의 재방문율은 97%가 넘는다. 디즈니랜드는 타 테마파크를 경쟁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오로지 고객감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야간에 디즈니랜드를 청소하는 직원은 다음 날 아침 고객의 아기가 기어 다닐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5만 평을 하루도 빠짐없이 물청소한다. 하루는 월트가 새로 개장한 디즈니랜드에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여는 문제로 인해 직원 간 갈등이 있었다. 퍼레이드를 준비하는데 수십만 달러의 비용이 소비된다는 것을 알고 사치스런 이벤트에 돈을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직원의 주장에 월트의 대답은 이랬다. “바로 그게 핵심입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고 오기 때문에 퍼레이드를 꼭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고객이 기대한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속 놀라게 하는 한 고객들은 다시 찾아올 겁니다. 그러나 만약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그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10배의 비용이 들 것입니다.”

이러한 고집스런 디즈니의 서비스 철학을 고객들은 신뢰한다.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보여지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곳까지 예외없는 고객감동을 실천한다. 실제로 2011년 3월 11일 지진이 났을 때 동경 디즈니랜드의 직원들은 자신보다 고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왜 신규고객보다는 기존 고객들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베인&컴퍼니의 조사결과 기존 고객은 총 고객의 20% 내외 정도이며, 기업 이익의 70~80%가 이들 기존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의료 컨설팅 프레스 가니(Press Ganey) 보고서에 의하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보다 기존 고객과 재계약하면 비용이 90%나 절감된다고 한다.

꿈과 상상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어 오늘날 전 세계를 제패하며 콘텐츠 제국을 완성한 설립자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 모든 것이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