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에 먹구름이 밀려 오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성이 되살아 나고, 중국이 백두산을 점령하고 있고, 미국이 쇠고기 협상을 배경으로 방위비 분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이 치고 빠지는 장난을 반복하고 있다. 순진한 개미군단들은 뒷북만 치고 있다.

곧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려했던 것보다 빠른 시일 안에 나라가 망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엔 자원이 없다.

철광석 90% 이상을 수입한다. 식량자급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나무와 종이는 70% 이상 수입해야 한다. 끝없이 오르는 석유는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자원 전쟁이다. 식량과 석유는 무기가 된지 오래다. 실업자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 논과 밭은 폐허가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해 아프리카 54개국 정상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벌이고 미래의 자원확보에 기반을 닦고 있다. 우리는 먼 나라 이웃나라와 다투기만 한다. 외교적인 실리는 얻지 못하고, 그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다.



둘째, 데모와 파업이 멈추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의 평화를 위한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정치가와 노동자, 종교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뒤엉켜서 저마다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 모두들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대부분 틀렸다.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젊은이들을 우롱하거나 반복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덮어 두려고 한다.

대내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은 엉뚱한 일에 정신이 팔려 있고, 매사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맨날 거리에서 우리끼리 소리만 지른다. 지방자치단체끼리 이해관계를 따지며 이전투구(泥田鬪狗)하고 있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끼니도 채울 수 없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셋째, 법과 원칙이 없다.

정해 놓은 법률이 힘을 잃고 있다. 떼를 쓰거나 집단의 힘으로 밀어 부치면 법이 된다.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과 수십 명의 장관과 수석들이 무슨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지 알 수 없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 게으르거나 무능한 리더들의 무책임과 직무유기는 적당히 넘어간다.

기업에서 수천 억을 들여 수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고, 중요한 국가 기밀을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끼리 주고 받는다. 공기업의 비리와 방만 경영이 매일 같이 뉴스에 올라도 누구 하나 눈깜짝이지 않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셋째, 학생과 지도자들이 공부하지 않는다.

4년 동안 4천만 원을 들여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머리에 4천만 원어치의 지식이 들어 있지 않다. 학생들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돌기 않고 자신감을 보이지 않는다. 막연히 불안해 하며 대책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듯하다. 남의 이야기 듣듯이 강의를 들으며 중학생 수준의 질문을 한다. 지도자들도 공부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은 거부하면서 쉽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만 선호한다.

지도층의 말과 글의 수준이 형편없이 낮다. 의미 있고 논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내면의 지적 수준과 심오한 생각이 공유되지 않는다. 빈부의 차이보다 중요한 문화와 교양의 차이가 무시당하고 있다.




넷째, 우민정치(愚民政治)가 판을 친다.

전 국민을 TV 앞에서 넋을 잃은 웃음에 빠지게 만들고 스포츠에 열광하게 만든다. 문화의 이름으로 몇 달씩 길거리 시위를 해도 막을 법과 령(令)이 서질 않는다. 재미있는 영화와 불륜 투성이의 드라마에 웃고 울며 떠든다. 스팸으로 전달되는 섹스와 게임에 젊은이들이 빠져들고 있다. 깊이 있는 책과 논리적인 신문은 점점 멀어진다. 국민을 무식하게 만드는 정치의 3대 요소인 스포츠, 스크린, 섹스(3S)에 사회는 혼탁해진 지 오래 되었다.



끝으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지 않는다.

현실과 세계의 흐름을 좀 알만 한 분들이나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은 애써 외면하고, 모르는 분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식층과 리더들은 몸을 사리며 숨어 있고, 어설피 아는 사람들은 생각 없이 덤벼든다. 잘 모르는 분들은 걱정만 하고 있다. 설명해 주어도 들으려 하지 않으며 배우려 하지 않는다. 모르는 게 상책이라고 핑계를 대거나 알고 싶지 않음을 내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



한국은 강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조선산업은 요지부동의 세계 1 등이다. 골프와 수영, 피겨스케이팅도 세계 1등을 다툰다.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도 세계 5~6위이다. 손톱깎이와 오토바이 헬멧도 세계 1등이다. 나비를 길러 지역경제를 살리고, 스며 든 바닷물을 식수로 퍼올려 불티나게 팔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 선수들, 뒤안길에서 땀흘리는 일꾼들이 국가의 기둥을 받쳐 주고 있다.

갈등과 불협화음이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한다. 과거 60년간 뒤엉켜 혼란스러웠던 역사는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데 필요했던 발자취일 뿐이다. 정말 대단한 나의 조국이다. 강자들과 경쟁하는 기업과 개개인의 땀과 눈물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머지 않아 국민 모두는 제자리로 돌아 가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한강의 기적”과 “IMF 극복의 추억”은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의회에서 최고의 법을 수립 제정하고, 학생은 도서관으로 가서 코피 흘려 가며 공부하고, 종교인은 각자의 성전으로 돌아가서 국리민복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고 교사는 올바르게 가르치며, 경영자는 투자를 아끼지 말고 정도 경영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우물쭈물한다면 나라는 언제든지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전 국민이 다시 뭉치면 살 수 있다. 우리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강하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