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삼성이 강했던 이유
삼성이 강했던 이유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삼성이 흔들린다

지난 7월22~24일 3회에 걸쳐 한국경제신문사는 ‘삼성이 흔들린다’는 기사를 실었다. 특히 1부에서는 사라진 자부심· 조직력· 1등 주의를 이야기하며 밤을 새워 해결하던 삼성 특유의 DNA가 실종되었다고 한탄한다.

여러 이슈가 있다. 외부 요인으로는 2년 넘게 이어진 각종 검찰 수사, 한일 갈등의 여파에 따른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위기와 시장 점유율의 하락, 전년 대비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매출과 이익 감소 등이다. 내부 요인으로는 혁신부재, 목표의식 약화, 비전 실종, 중앙 컨트롤 타워의 기능 부재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삼성인이라면 불량이 발생해 제품 출시가 연기되면 밤을 지새워 원인을 찾아 출시 일자를 앞당겼는데, 주 52시간의 영향 탓인지 기강이 해이해지고 목표의식이 약화되었다고 지적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조직력, 악착같은 실행력이 중심이었던 삼성 DNA가 안 보인다고 한다. 2년 동안 100번 넘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기록문화가 실종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신주의와 권위적 문화로 핵심인재가 이탈하거나 뽑으려 해도 입사하려 하지 않는다. 비전과 혁신이 보이지 않고 중앙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회사와 조직 간 유기적 협력이 어렵다고 한다.

삼성이 강했던 이유

17년간 삼성에서 근무하고, 국내 타 그룹과 회사를 경험했다.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하고 100곳이 넘는 기업 강의를 하면서 삼성이 강했던 이유를 나름 6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중앙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그룹 차원의 빠른 방향 설정과 의사결정, 관계사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과 협력체계 구축, 전문경영인에 대한 관리 등이 비서실(구조조정본부)에서 이루어졌다.

둘째, 시스템 경영이다.

경영혁신, 인사관리, 성과관리, 감사 등이 모두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사람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낮다. 삼성이 계열사 사장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면서 그룹 차원의 싱글 삼성을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셋째, 인재중심의 전략 경영이다.

1957년 공채 채용을 시작으로 인재제일의 경영이념을 실천해온 삼성은 삼성인이라는 자부심을 입문교육에서부터 강하게 심어준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S급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룹 차원의 핵심인재 조직과 별도의 제도를 가져가고 있다. 또한,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선도하는 신경영, 질경영, 시나리오 경영, 시장 선도 및 사업구조 고도화 등의 전략경영을 펼쳐왔다.

넷째, 무노조 경영이다.

노조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는 극명하다. 삼성은 노조 있는 회사보다 더 잘해준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무노조 경영을 이끌어 왔다.

다섯째, 청결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조직

국내 그 어느 기업보다 삼성은 부정과 인맥 그리고 내부 끼리끼리 문화가 적은 청결한 회사이다. 철저하게 본인의 역량(실력)에 의해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승진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죽도록 노력하여 S등급을 받은 직원이 대충대충 하고 조직에 피해를 줘서 D등급을 받은 고참에 비해 연봉이 적고 인센티브도 겨우 3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삼성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가 통하고, 성과가 있어야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섯째, 일등주의와 부단한 학습이다.

삼성인은 ‘1등이 아니면 죽는다’는 의식이 있다. 1등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삼성인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부족함이 있으면 끝까지 개선한다. 입문교육부터 자기개발까지 철저하다. 그룹 차원의 교육 뿐 아니라 현장의 일을 통한 학습이 상상을 초월한다.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떠나고 떠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삼성인은 일하며 학습한다.

삼성에 대한 인사적 제언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한 순간에 무너지기는 쉽고, 무너진 후에 다시 쌓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무너지기 전에 이전의 신뢰 수준을 올려야 한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껏 강점이라고 생각한 것을 계승하고, 새로운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원칙을 심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중앙 컨트롤 타워의 기능 회복으로 이들에 의한 사업 전략, 관계사 간의R&R정리 및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 그룹 인재 육성과 선발, 한 방향으로 가는 제도의 정비, 무엇보다 강한 삼성의 DNA를 심는 문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직원들은 힘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경영층이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한 원동력에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1등이라는 자부심과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앞세운 조직력이 살아나야 한다. 더욱 청결하고 정도를 걷는 기업으로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 범 그룹 차원의 HR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