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즐기기

뭐든지 아는 만큼 즐긴다. 산을 가더라도 나무, 꽃, 지저귀는 새들의 움직임과 꽃말을 알면 한 걸음 한 걸음이 즐겁다. 꽃 한 송이 지저귀는 새소리를 감상하면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온 몸이 상쾌하다. 그리고 산 정상에 올라가 발아래 보이는 세상 전체를 보면 눈이 환해지고, 가슴이 탁 트인다. 나무와 숲을 모두 다 볼 수 있으면 등산이 더 즐겁다. 마찬가지로 박람회장도 디테일과 전체를 조망하는 방법을 알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흥겨운 관람이 된다.

우선 박람회장에 가면 무턱대고 들어가지 말고 안내 부스에서 나누어주는 부스 배치도를 받아보자. 그 부스 배치도에는 참가업체들이 명단과 참가 규모가 한눈에 보인다. 참가 면적이 넓어 크게 그려진 업체가 그 업체의 지도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영향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스들은 보통 입구 정면에, 전시장 가운데 위치한다. 이 부스 배치도가 바로 그 업계의 지도이다. 그리고 이 부스 배치도를 몇 년에 걸쳐 모으거나, 박람회 주최자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서 지난 부스 배치도와 비교해보면 이 업계의 흐름이 보인다. 매년 새로운 참가자가 나오고, 부스의 크기도 커졌다가 작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장하고 사라지는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의 상품이 바로 산업계의 흐름이다. 시장 상황에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업계의 흐름을 이렇게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박람회 100배 더 즐기는 법
이렇게 부스 배치도를 보고 어느 부스를 신경 써서 보아야 할지, 어떻게 전시장을 돌아야 할지 대략 동선을 그려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나는 무역이나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박람회를 자주 가보라고 한다. 박람회를 가봐야 해당 산업계의 최신 흐름과 미래를 볼 수 있다. 각 부스는 자사 제품 중 나름 최대한 경쟁력이 있고 보기 좋은 제품을 전시회에 가지고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나는 최대한의 여유를 가지고 전시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부스 배치 도면을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해서 도는 경향이 있다. 꼭 봐야 하는 부스가 있다면 그곳부터 들러야 하겠지만, 골고루 보려면 첫 번 골목부터 차근차근 순서대로 군중이 도는 방향에 따라 거스르지 않고 흐름을 따라가면 편하다. 관심 있는 품목에 대하여 전시자에게 물어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들은 질문받기를 즐겨한다. 다만, 전시품에 대한 어설픈 지식으로 충고를 하는 것은 그 업계에 있는 사람이거나, 전시자와 아주 친한 사람 아니면 삼가는 것이 좋다. 전시회에 나올 정도면 그 제품에 대한 전문가이고, 오랜 기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제조. 판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소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개선점이 있더라도 참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전시장을 돌다 보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 있다. 북적대지는 않지만 바이어와 진지하게 상담하는 부스도 있다. 그런 부스들은 떠오르는 기업이고,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흐르는 부스는 전시회 자체의 성격을 몰라서 부스 디자인이나 내용물을 채우지 못하거나, 이미 철 지난 제품을 전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박람회장에서 어떤 부스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를 보아야 한다. 경품이나 매우 싸게 할인해서 판매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전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제품이어서 업계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박람회는 참가하여 신제품을 소개하는 기업에게는 향후 시장성에 대한 안테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람회장의 분위기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그 안의 소리들이 울려서 마치 장마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거니와, 인터넷이나 광고로만 보아오던 제품들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흥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흥분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든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소비하는 사람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장소는 박람회장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