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한국인같은 외국인들의 이문화 적응 6단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들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보면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도 참 많은 듯 하다.
그들 중 일부는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고 한국역사를 더 잘 아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다른 유형 이민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익히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 청산별곡 첫 문장인 ‘살어리 살어리랏다’을 읊어대는 외국인을 만났다. 한국말을 열정적으로 배운 그녀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점점 높아지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수가 과거보다 대폭 증가한 것은 한국어 구사 능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배우자 또는 자녀와 ‘모국어’로 소통하는 결혼이민자는
한국어가 서툰 경우가 적지 않다.
영어 원어민 중에 그러한 사례가 특히 많다.
그들은 일반 한국인과는 거의 소통하지 않은 채, 한국 사회에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폐쇄적 관계를 맺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는 조금 더 관대한 우리 사회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문제다.
영어를 사용한다고 대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고 피부색으로 상대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올 때 한국말로 대답한다고, 외국어를 모른다고 창피한 일은 절대 아니다.
영어를 모르더라도 세계만국공통어인 미소를 보내준다면 상대의 마음을 열수 있음을 기억하자.
지구촌 시대에 외국인들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고 다문화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와 동고동락하는 외국인

2004년 고용허가제 이후 매년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농촌지역에서도 거리에 나가거나 농가에 가보면 외국인 근로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외국인들이 우리의 한 삶의 터전으로 자리매김 한지도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얼굴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와 함께 삶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이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같은 사회에서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임을 기억하고
따가운 시선을 거두자.

주변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한국인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대립되는 것들과도 골고루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태극기가 좋은 예다.
가운데 있는 태극문양도 직선이 아닌 S자 모양의 곡선으로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고, 4괘도 하늘, 땅, 물, 불의 조화와 발전을 뜻한다.
국내 다문화 학생의 수만 해도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 2017년에 외국인이 거의 11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미 다문화 사회에 도달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는 외국인을 볼 때 이상하게 보기보다는 우리와 조금은 다른문화를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그러면서 조화롭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문화를 그들에게 성의껏 알려주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문화 적응 기간

각 문화에 대한 반응은 일반적으로 6단계를 거친다.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1. Denial of Difference (문화 차이의 부정)
→ 순수한 자민족중심의 단계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으며, 문화 차이의 존재로 전혀 고려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사회로부터 철저한 방어벽을 친 상태로 고립되어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인사는 코를 부비는 것이다. 이런 인사법을 망측하다면서 인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배척한다면 바로 1단계인 문화 차이의 부정이다.

2. Defense Against Difference (문화 차이에 대한 방어)
→ 이질적인 다른 문화와의 차이로 인한 충격으로 문화수용을 거부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서구인이 인사로 상대를 끌어안는 인사법인 허그를 할 때 상대를 자동으로 밀쳐낸다면 문화차이에 대한 방어 단계라고 볼 수 있다.

3. Minimization of Difference (문화 차이의 최소화)
→ 다른 문화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하지 않는 보다 우위적인 단계. 그러나 문화 차이에서 다른 문화와 관련된 비슷한 부분만을 찾아서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악수를 힘있게 하는 미국인과 악수를 부드럽게 하는 프랑스인과의 차이를 인식하고 어느나라 악수법이 옳으냐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악수문화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는 단계다.

우리가 지금 3단계에 있지 않나 싶다.
이 3단계에서 잘 발전하면 4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4. Acceptance of Difference (문화 차이의 수용)
→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단계로 직접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5. Adaptation of Difference (문화 차이의 적응)
→ 문화적 차이가 더 이상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문화차이 적응과정을 통하여 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된 관심을 쏟는다. 문화적 차이의 개념이 성립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다른 문화권에 적응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단계다.

6. Integration of Difference (문화 차이의 통합)
→ 문화적 한계 속에서 자신이 속한 문화와 공통점이 없는 문화일지라도 통합하려고 시도하는 시기. 국제화된 시각으로 세계를 보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단계다.

6단계인 문화 차이의 통합단계로 접어드는 그 날을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록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음식도 다르며 성장 배경도 다르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바라보는 인지능력과 감정,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발전하는 것 등 본질적인 면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꾸준히 문화차이를 수용하고 적응하다보면 분명 6단계인 문화 차이의 통합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