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시들면 뿌리를 봐야 한다. 원인은 십중팔구 뿌리에 있다. 치명적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새 살이 돋는다. 통증이 겁난다고 적당히 연고나 바르면 환부가 더 깊어진다. 미봉(彌縫)은 응급조치, 임시변통이다. 미봉은 근본을 바꾸지 못한다. 악은 뿌리를 뽑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번성한다.

주나라 주공(周公)은 공자가 평생 흠모한 인물이다. 유가들이 고대 중국의 최고 성인으로 추앙하는 주공은 문왕의 넷째 아들이며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다. 문왕은 강태공이라는 책사를 얻어 망조가 짙어가는 은나라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 세력을 키웠고, 그의 아들 무왕은 동생 주공을 책사로 중용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다. 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져 있는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는 “주공은 형이자 천자인 무왕의 스승 노릇을 했다”고 적고 있다.

무왕은 주나라를 세운 뒤 6년 만에 어린 아들 희송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주나라 2대 왕 성왕이 바로 희송이다. 주공은 모든 권력을 쥐었지만 어린 조카의 왕위를 넘보지 않고 ‘조카’를 충(忠)으로 보필했다. 주공은 7년 섭정을 마친 뒤 성왕에게 온전히 권력을 넘겨줬다. 피비린내 풍기는 권력 찬탈의 시대를 산 공자는 이런 주공을 평생 흠모했다.

성왕에게 주공은 태산 같은 존재였다. 《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성왕의 말은 그가 주공을 얼마나 의지했는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나에게 백부(伯父)는 옷에 갓과 면류관이 있으며,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고, 백성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다. 백부께서 만약 갓을 부수고, ‘근본을 뽑고 근원을 틀어막아(拔本塞源)’ 지혜로운 임금을 버리신다면 비록 오랑캐라 할지라도 어찌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겠는가.” 주공은 성왕의 숙부지만 우러름의 뜻을 담아 백부로 부른 듯도 하다.

성왕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은 원래 ‘근본을 뽑고(拔) 근원을 틀어막다(塞)’는 뜻이니, ‘폐단의  원인을 뿌리째 없앤다’는 현대적 의미와는 뜻이 어긋난다. 참고로 색(塞)은 가로막다는 뜻이고, 변방이란 의미로 쓰일 때는 ‘새’로 읽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요새(要塞)가 그런 사례다.

말단에 매이는 자는 본질을 보지 못한다. 가지만 흔드는 자는 뿌리를 보지 못한다. 만물의 해답은 근원에 있다. 용기 있는 자는 뿌리를 캐고, 나약한 자는 곁가지만 붙잡는다. 악성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근원을 제거해야 새 살이 돋는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바람난 고사성어]  발본색원(拔本塞源)-환부를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