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 없는 듯 반을 남긴 유 대리에게 강 팀장은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유 대리. 숙제는 다 했어?”

머뭇거리는 유 대리에게 강 팀장은 웃으며 “유 대리. 인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유 대리는 기다렸다는 듯 “팀장님. 국정원의 표어 아닌가요?”

“맞아. 기본적으로 인사부는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부서야.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표어의 의미와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직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여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부서가 인사부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일은 음지에서 하지만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양지를 지향하는 셈이지”

유 대리 심오한 뜻을 다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공감의 의사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 대리는 영업부서에서 줄곧 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거야. 인사부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보다는 직원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가 더 중요해”

이 말을 듣다가 유 대리가 궁금한 듯 “회사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이 다른 경우 인사부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좋은가요?”

“참 어려운 질문이야. 기본적으로 경영진과 직원들 모두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해야겠지. 그런데 현실적으로 경영진의 입장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더 많지 않겠어. 물론 직원들의 의사를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인사부가 해야겠지만, 그게 쉽지 않아. 그래서 인사부는 힘든 거야.”

 

 

“팀장님. 그런데 인사는 문서에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난다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자네는 무슨 의미인 것 같아?”

“글쎄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뜻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회사와 직원간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으니”

이 말은 들은 강 팀장은 손뼉을 치며 “오케이. 바로 그거야. 사람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달라지잖아. 특히 돈과 관련된 부분은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지 않겠어. 가령 성과급 지급일에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는데, 퇴사하는 직원이 비례해서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 대리 머리만 만질 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규 등에 성과급이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어야지. 직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문서가 필요해. 백 마디 말보다 문서 하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만약에 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 기본적으로 입증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점 명심해.”

강 팀장 유 대리가 아직 자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 “그건 차차 알게 될 거고. 인사의 힘은 일관성에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유 대리 웃으면서 “낙장불입 이란거 아닌가요?”

강 팀장 웃으면서 “그것도 말이 되네. 한번 시행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번복하기 어렵다는 거야. 번복하게 되면 바로 형평성 문제가 생기거든. 인사는 그래서 관행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 직원들이 반론을 제기하면, 인사부에서는 전에도 그렇게 했다는 논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

“팀장님. 개념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그림이 떠오르지 않네요”

“당연하지. 이제 시작인데 그것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나? 그럼 내일부터 근로계약서를 한번 작성해 보게. 그게 기본이니까. 오늘은 분위기 봐서 일찍 퇴근해”

내일부터 유 대리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기본 중에 기본인 근로계약서를 잘 작성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광일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