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자기도 바탕은 진흙이다. 천하명검도 바탕은 쇠붙이다. 도공은 진흙에 땀과 영혼을 섞어 명품을 구워낸다. 장인은 쇠붙이를 자르고 쪼고 갈아 명검을 만들어낸다. 세상에 위대하게 태어난 것은 극히 적다. 마음을 쏟고, 갈고 닦으며 용기를 내 걸으면 누구나 한발씩 위대함에 다가간다. 앉아 있는 천재는 한발씩 내딛는 범부를 결코 좇아가지 못한다.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도 ‘타고난 시인’은 아니었다. 그도 여느 아이들처럼 배움보다 노는 데 마음을 두었다. 보다못한 아버지가 이백을 상의산으로 보내 공부를 시켰다. ‘산중 과외선생’을 붙여준 거다. 얼마 되지 않아 싫증이 난 이백은 공부를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 도중 산 입구 물가에서 도끼 가는 노파를 만났는데, 가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이백이 물었다. “도끼날을 세우려면 날 쪽만 갈아야지요. 왜 이렇게 전부를 가시는지요” 노파가 답했다. “이렇게 다 갈아야 바늘을 만들지.” 엉뚱하다시퍼 이백이 웃었지만 노파는 진지했다. “이리 갈다보면 도끼도 언젠가는 바늘이 되겠지.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노파의 말이 이백 가슴에 꽂혔다. 그는 다시 길을 돌려 산에 들어가 배움에 정진했다. 중국 당나라 역사책 ≪당서(唐書)≫에 나오는 얘기다.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아무리 힘든 일도 노력하고 버티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바꿔쓰기도 한다. ≪시경≫에 나오는 시 구절 절차탁마(切嗟琢磨·자르고 쓸고 쪼고 간다)도 뜻이 같다. 시는 학문과 인격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비로소 군자에 가까워진다고 깨우친다. 옥(玉) 역시 절차탁마를 거쳐 태어난다.

세상에 ‘타고난 천재’로 성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성공한 사람의 99%는 남달리 노력한 자다. 처음에 앞서가다 ‘노력하는 자’에게 밀린 천재들은 역사에 무수하다. 세상에 노력만한 재능은 없고, 인내만한 용기는 없다. 세상 이치는 단순하다. ‘안 된다’하면 100% 가까이 안 되고, ‘된다’하면 절반 정도는 된다. 그건 엄청난 차이다. 세상 길이 어디 편하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자신에게 이 질문은 던져봐라. “그래, 너는 끝까지는 해봤느냐?”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바람난 고사성어] 마부위침(磨斧爲針)-갈고 닦으면 돌도 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