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기업 CEO를 접할 기회가 많다. 지난 해 만난 CEO 중 가장 기억에 남는 CEO가 있다. 바로 ㈜삼구 구자관 회장이다. 구 회장을 한 특강자리에서 만났다. 강사로 나온 구 회장은 강의 중 전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는 해는 막을 수 없지만 뜨는 해는 막을 수 있다!” 이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가끔 만남의 자리에서 인용하곤 한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구 회장이 젊은 시절 청소업체를 창업해서 일을 할 때다.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야간학교를 다녔다. 주경야독을 한 셈이다. 그런데 청소업체에게 주어진 시간은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고 한다. 늘 시간에 쫓기다보니 야간학교 다니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아침 출근 시간을 1시간 정도 앞당긴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일을 잘 수행하고 여유 있게 학교에 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일이나 그 게 익숙해지면 새로운 관점을 가지기가 어렵다. 이럴 때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맞서게 하면 돌파구가 나온다. 와톤 스쿨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이야기다. 제자 중 한명이 창업한 와비파커의 탄생을 미시감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시감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와비파커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이야기 했다.

2010년 와비파커 창업자들은 “안경은 꼭 안경점에 가서 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온라인 안경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들이 안경 값을 지불하지 않고 안경을 주문해서 착용하게 했다. 그리고 착용감이나 모양이 들지 않으면 그냥 반품하도록 했다. 와비파커는 오프라인 대비 가격을 대폭 낮춰 착한 마케팅의 대명사가 됐다.

애덤 그랜트는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다. 출발점은 < 호기심>이다. 우리는 < 기시감(데자뷰)>의 정반대 현상인 < 미시감(뷰자데)>을 경험할 때 현재 상태에 의문을 품게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 기시감>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전에 본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현상을 말한다. < 미시감>은 그 반대다. 익숙한 것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필자가 코칭 현장에서 강조하는 것도 관점 전환이다. 고객은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기존 관점으로는 찾기 어렵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새롭게 시도해 본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지요? 향후 5년 후에 현재를 본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이 존경한 분이 이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 볼까요?”

다들 어렵다고 한다. 이럴수록 구 회장처럼 < 지는 해>와 < 뜨는 해>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이 차이점을 찾으면 지금 처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지 생각을 조금 비틀어 보자. 그러면 틈이 보인다. 그 틈에 집중해보자. 돌파구가 보일 것이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