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는 두 종류의 협상이 있다. 파이키우기 협상(Integrative negotiation)과 파이나눠먹기 협상(Distributive negotiation)이 그것이다. 파이키우기 협상은 파이를 구워 서로 큰 조각을 나누어 먹듯 서로 협력하여 서로 윈-윈하며 협상 성과를 도출하는 게임이다. 조인트벤처나 전략적 제휴 등이 이에 속한다. 반대로 파이나눠먹기 협상은 정해진 파이 내에서 상대를 후려쳐야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이 커지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가격 협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6월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의 특혜 취업 정황 증언이 조작되었음을 시인했다. 박 위원장은 “당원 이모 씨로부터 관련 카톡 캡처 화면 및 녹음 파일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제보를 받았고, 신빙성이 있다고 확인해 이를 공개했다”면서 “그러나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 이 씨가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고백했다”고 설명했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었을까? 당시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한 제보라며 녹음파일 2개를 공개했다. 선거는 상대를 후려쳐야만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오는 파이나눠먹기 협상, 즉 제로섬 게임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제쳐야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기만전술을 사용해야만 했다. 결국 대선도 패배하고 당의 평판까지 훼손한 루즈-루즈(loes-loes) 상황이 도래되고 말았다. 국민의당은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국민과의 신뢰를 고려한 정당한 전술을 활용해야 했다.

2007년, 하나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미국 뉴욕의 한 KFC와 타코벨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쥐떼들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12시간도 채 안되어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뒤늦게 KFC, 피자헛, 타코벨 브랜드로 세계 각지에 가맹점을 둔 얌브랜드(Yum!Brands)가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칠쳤다. 그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유튜브에는 그때 그 문제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기만전술은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올린 평판이 클릭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듯이 정치 역시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로 퇴출 대상 1호로 낙인찍힐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냈는데도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다른 정치 동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면, 승진이나 이직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평판을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서일까. 2500년 전 서구 철학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소크라테스도 인간의 정당하고 도덕적인 행위를 강조한다. 소크라테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을 때 이야기다. 소크라테스의 부유한 친구인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게 감옥에서 탈출함으로써 사형 집행을 모면하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응수한다. “하고 싶은 것을 행해서는 안 된다. 누가 이 상태에 있으면 도망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행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도리에 합당한지 음미한 뒤에 올바르다고 인정되는 것을 행해야 한다.”

오늘날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위상을 이어가는 것도 숭고한 도덕주의적인 사상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에게는 어디에도 이러한 숭고한 도덕주의적 사상을 찾을 수 없을까…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