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나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미국 뉴욕의 한 KFC와 타코벨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쥐떼들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12시간도 채 안되어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뒤늦게 KFC, 피자헛, 타코벨 브랜드로 세계 각지에 가맹점을 둔 얌브랜드(Yum!Brands)가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칠쳤다. 그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유튜브엔 그때 그 문제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듯 평판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올린 평판이 클릭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듯이 개인 역시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로 퇴출 대상 1호로 낙인찍힐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냈는데도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면, 직장 동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면, 승진이나 이직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평판을 점검해봐야 한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커리어케어에서 진행한 평판 조회는 200여 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20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한 곳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평판조회로 인해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의 과반수를 넘는 51.4%는 이미 채용 시 평판조회를 시행 중이며 무려 71.6%에 달하는 지원자를 평판조회 결과 때문에 탈락시킨 것이 있다고 답했다. 불확실하고 힘겨운 시대에 평판은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이력서와 추천서로 통하고 있다.


이처럼 평판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평판의 진정한 의미가 능력을 포함한 그 이상의 것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능력은 물론 인간관계, 리더십, 자기계발, 심지어는 사생활관리까지도 녹아들어있는 것이 바로 평판이라는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평판을 잘 관리하려면, 자신의 장점이나 긍정적인 부분은 스스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고, 단점이나 평판을 손상시키는 부정적인 부분들은 스스로 경고해서 아웃시켜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나쁜 평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질까? 잊지 말자. 스펙은 묻혀도 평판은 절대 묻히지 않는다. 더욱이 이것이 자신의 경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가능한 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여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문제와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적인 요소를 제거하면 문제를 보다 객관화해 볼 수 있다. 또한 잘못된 것이 있다면 거짓을 말하거나 억지 주장을 하는 것보다 그 부분을 깨끗이 인정을 하는 편이 낫다. 단, 그것이 지금은 어떻게 개선이 되었고 이후 어떤 형태로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나쁜 평판이 있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정면으로 보아야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평판 관리가 스펙 관리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결과는 때로 운에 의존하고 성과는 포장될 수 있고 이력은 과장될 수 있으나, 오랫동안 쌓이고 여러 개의 눈과 입이 만들어낸 평판은 마음먹는다고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판관리는 평소에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평판을 그저 성공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현재 자신은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지, 왜 그런 평판이 형성되었는지 되짚어 보며 자신에게 적합한 평판관리 방법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by.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 / www.vc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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