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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을 다녀온지 두달 남짓, 그새 지리산 병(?)이 다시 도진 건가?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능선이 자꾸만 뇌리에 박힌다.

그러던 차, 山友 C로부터 문자가 날아들었다.
“지리산 남부능선, 어때?”
“좋지!”

주말 지리산대피소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지라
금요일(7/10)로 대피소 예약을 하겠단다.
평일 업무를 펑크 내야 하나, 도진 병도 다스려야 한다.

그리하여 지리산 남부능선을 도모코자 산우 넷이 번개처럼 뭉쳤다.
코스는 ‘백무동-한신계곡-세석대피소-삼신봉-하동 쌍계사’로 정했다.
7월 10일,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 첫 버스(07:00)에 올랐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태반이 빈 좌석이다.
주말을 피해서인지, 도로 사정은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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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동 종점에서 내린 산객이라 봐야 우리 넷을 포함, 10여명 정도.
내일(토요일)이면 아마도 북새통일텐데… 한갓져 좋다.
올갱이국 백반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산행은 곧 뱃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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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교를 건너 야영장을 지나자,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는 左로 장터목대피소 5.8km, 右로 세석대피소 6.5㎞를 가리킨다.
오른쪽으로 들어섰다. 계류가 굽이친다. 물소리가 우렁차다.
엊그제 내린 비로 수량이 넉넉해 계곡미 역시 빼어나다.
바로 여름 지리산의 일품, ‘한신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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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와 沼가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울창한 원시림은 햇살을 가려 여름산행코스로 그만이다.

한신계곡은 지리산의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 협곡에서 시작되어
가네소폭포에서 한신지계곡과 합류, 백무동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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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보고 싶으면 삼신봉에 오르라<上>

굽이쳐 흐르는 계류가 옥빛 소(沼)로 내리꽂힌다.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포말은 더없이 눈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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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에 넋을 잃은 山友 넷은 감전된 듯 멈춰 섰다.
너른 반석에 배낭을 내렸다. 신발을 벗고서 계곡물에 발목을 담갔다.
채 1분을 버틸 수 없을 만치 차갑기가 얼음장 같다.
괜히 지리산이 아니다. 계곡에서부터 뭔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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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계곡에 들면 세상과의 소통은 잠시 내려놓는 게 좋다.
아니,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계곡 초입, ‘첫나들이폭포’에서부터 스맛폰의 통신 기능은 아웃.
‘이동통신 통화불능지역’이란 안내 글귀가 이정표에 걸려 있다.
SNS는 먹통이 되고 오로지 디카로서의 기능만 가능하다.

그러나 山友 J의 017번호 2G폰은 예외였다.
스마트폰 창엔 한결같이 ‘서비스 안됨’이 표시되나 017번호 2G폰은
‘통화불능지역’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빵빵 터졌다.
스마트폰에 눌려 기를 못피던 2G폰이 여기선 ‘오메~ 기 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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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나들이폭포, 가네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를 지나왔다.
폭포음이 잦아들면서 산길은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세석대피소까지 남은 거리는 1km 남짓.
온 몸은 땀범벅이 되고 숨은 턱끝까지 차올라 할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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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1km 구간을 고되게 올라서니 대피소 지붕이 설핏 모습을 드러낸다.
지리산 주능선 상의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 세석평전 갈림길에 섰다.

두 팔 벌려 가슴을 크게 열었다. 산소포화량을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다.
안개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하다. 안개는 눈앞의 세석평전을 지우개로
지우듯 없애버리기도, 거짓말처럼 복원시키기도 하는 재주를 부린다.

지리산이 보고 싶으면 삼신봉에 오르라<上>

갈림길 한 켠에 옆구리 튿어진 쓰레기봉지에서 내용물이 빠져나와
이리저리 나뒹군다. 오가는 그 누구도 끌끌 혀만 찰 뿐,
선뜻 거두질 않는다.
산 매너 좋은 山友 J에게 딱 걸렸다.
잽싸게 노란 새 비닐봉지를 꺼내더니 흩어진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했다.
적지않은 양의 이 쓰레기는 다음날 하산 때까지 J의 배낭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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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족인 山友 L은 이미 세석대피소에 도착해 야외 데크를 차지하고서
프라이팬에 갈매기살을 쫄깃하게 구워내고 있었다.
세석평전과 촛대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데크에 걸터앉아
‘권커니 잣거니’하고 있자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지리산이 보고 싶으면 삼신봉에 오르라<上>


지리산이 보고 싶으면 삼신봉에 오르라<上>


지리산이 보고 싶으면 삼신봉에 오르라<上>

운무가 촛대봉을 집어삼켰다가 다시 토해 내길 거듭하는 사이
산그림자는 서서히 세석평전을 접수했다.
서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뻗치더니 이내 어둠이 내려앉는다.
지리산에서의 몽환적인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는데 山友 넷은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취해 쉬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下편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