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주도하는 베트남 비지니스



베트남은 음기(陰記)가 강한 나라라고 한다. 역술학에서 음기를 여성, 양기(陽氣)를 남성으로 연결한다면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쟌 다르크와 같은 여성 투사와 혁명가들을 많이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모든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다. 특히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여성파워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방문한 많은 중소기업은 여성에 의하여 경영되고 있었다. 남자에 비하여 비공식적 접근이 쉽지 않은 비즈니스 여성은 상담을 매우 까다롭고 난감하게 만드는 대신에 모든 계약조건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장점이 있다. 그리하여 사장(Director, 베트남에서는 중소기업 사장을 Director로 표기함)인 남편과의 협상조차도 사장의 ‘보스’인 부인에게 확인을 받아야 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남자가 창업한 기업이라도 사세가 확장되는 시기에는 여성이 절대적으로 역할을 하는 사례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실권있는 여성과의 상담이 맘이 더 편하다고 하는 기업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내부의 리더로 불리는 베트남 여성들은 가정이라는 조그만 왕국에서 실제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흔히 베트남 남성들로부터 가정의 여황제 (Nu Hoang)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베트남의 남자는 부인과 모든 일을 일일이 상의하고 사전에 허락을 맡아야 할 정도다. 실제 베트남 비즈니스맨들이 술약속을 대낮에 잡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노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성에 대한 관념이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베트남에서 술을 먹고 늦게 들어가는 남편은 외도를 의심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남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결코 불만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여성들은 자신의 남편들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심지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베트남 여성들이 비즈니스나 가정에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이 겪어온 끊임없는 전쟁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약소국가였던 베트남은 수천 년간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면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문제 등을 비롯한 집안의 모든 대소사들이 여자들 차지가 된다. 그리고 전쟁이후에도 그녀들은 불구의 몸이 되어 돌아온 남편을 기꺼이 돌보기까지 했다. 이런 베트남의 독특한 역사는 부녀자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대대로 학습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왔다고 생각된다.



또한 중국지배기 독립전쟁을 지휘했던 쯩 자매(하이바쯩)를 비롯한 수 많은 여성 투사, 여성군인,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베트남의 홍득 (Hong Duc)법전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지위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베트남 여성들은 가정을 이룰 때도 결코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을 정도이다.

베트남과의 무역거래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좀더 많은 여성기업가를 만나게 된다. 베트남 여성들의 위치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비즈니스 협상을 보다 즐겁고 내실있게 이끌어 나갈 수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끝.

글 : 코트라 장진 베트남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