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도 용도를 넓혀보자
(무역마케팅) 같은 제품도 용도를 넓혀보자
한동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제품이 있다. 바로 ‘식품팽창기계’였다. 그걸 파는 사람은 자기 말로는 식품을 늘려서 파니 세계의 식량 부족에 기여할뿐더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니 그야말로 천사같은 기계라는 것이다. 게다가 축제라도 열릴라치면 그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데 그만한 기계가 없다는 것이다. 쉬운 우리 말로 ‘뻥튀기’기계이다. 난 그게 우리나라에서만 팔리는 그저 그런 기계인 줄 알았는 데, 그게 중남미와 서남아 쪽으로 꽤 나간 품목이란다.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가난한 지역에서 약간의 재료를 가지고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를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런 지 미국이나 유럽쪽으로는 별로였던 모양이다. 얼마전에 농수산식품 박람회장에 가니 그런 기계가 여러 회사에서 내놓았다. 모양도 아주 예뻐진데다 크기도 앙증맞도록 작아져서 예전에 내가 생각하던 그런 뻥튀기 기계가 아니었다. 해외 시장에 팔려도 디자인도 많이 발전했다. 카다로그도 한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도 되어있었다. 아직도 해외 수출이 되고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뻥튀기 기계로 다시 돌아가보자. 일단 이 기계의 약점은 뻥뻥대는 시끄러움이다. 그런데 그걸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차라리 그걸 이용해보면 어떨까? 조용한 실내나 총소리가 자누나는 거리보다는 시끄러움이 오히려 일반적인 파티장이나 카니발하는 곳에서 팔아보면 어떨까? 그들이 좋아하는 솜사탕대신에 뻥과자를 보여주면 될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둘다 식품팽창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하지만 역시 이 기계에 대한 주 수출국은 동남아나 중남미같은 곳이다. 아무래도 우리처럼 간식거리가 별로 많지 않은 중동이나 아프리카쪽에서도 더 인기가 있을 것같다. 그런데 의외로 이 기계가 팔리는 해외 시장은 미국, 유럽, 중동등 생각보다 다양해서 60개국이상에 수출했다고 한다.



이 뻥튀기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델리만쥬’로 알려진 ‘델리스’이다. 이 회사는 2005년 온도와 압력 등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즉석 스낵 제조기술 특허를 따낸 이후 ‘매직팝’과 ‘델리팝’이라는 즉석 뻥튀기 제조기로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수출방식이 재미있다.



뻥튀기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파는 뻥튀기와는 다소 컨셉이 다르다. 미국시장의 경우 뻥튀기를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샐러드나 아이스크림, 육류를 넣어 한마디로 빵 대용으로 즐기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하다. 양상추, 토마토 등을 뻥튀기 사이에 넣은 샌드위치가 식빵 대용으로 큰 인기를 얻어 지역 토착사업으로 자리 잡은 이곳엔 이미 100개 가까운 매장이 생겨 누구나 델리스 제품을 즐기고 있으며, 원재료를 한 달에 한 컨테이너씩 수입해 가고 있다. 최근 이란에서 열린 식품전시회에서는 이런 반응을 잘 보여주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이란 대통령과 관계 장관이 뻥튀기 기계 앞에 한동안 머물며 맛을 보는 장면이 이란 최고 권위의 일간지에 실리면서 화제가 됐고, 이란 현지 파트너사가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간식산업이 척박한 이란에 ‘저렴하고 양 많은’ 간식을 들여온 공로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뻥튀기 기계를 처음 접한 해외바이어들은 접시처럼 생긴 과자가 퐁퐁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는 모습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홍콩에서는 일명 ‘날아다니는 과자’로 신문과 TV에 소개된 적도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파티문화에 파고들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뻥튀기 한류열풍’이라 할 만하다. ‘최소 재료로 최대 포만감’을 주며 ‘뻥튀기 한류’를 불려가고 있다.



만일 델리스가 뻥튀기를 뻥튀기로만 팔았으면 어땠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뻥이요~’하는 아저씨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먹거리가 다양한 선진국에서 팔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뻥과자가 아닌 다이어트 식품,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하면서, 먹는 방법을 더 다양화했기 때문에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많이 팔리게 되었다. 이건 마치 식품이 얼리지 않는 용도로 해서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았던 대우라든가, 원색적이고 다양한 색상이 들어있는 스타킹과 같은 발가락양말을 파티용으로 파는 필맥스가 그렇다. 상품이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이 그걸 이용해서 어떤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때로는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은 자신이 의도했던 바와는 다르게 이용되는 것에 모욕감을 느끼는 사람마저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가치만족’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건 순전히 사용하는 사람의 몫일 수도 있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뻥이요~’하면 우리는 기다리다가 터져나온 부스러기라도 주워먹으려고 했던 뻥튀기는 배고픔과 심심함의 상징이었던, 미국에서는 치즈와 야채를 둘러싸고 식당에서 먹는 다이어트식품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제품의 가치는 내가 머리를 둘러싸매고 개발할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방향에서 우연히 나올 수도 있다. 비록 처음에는 하나의 용도로 개발했지만, 그 사용처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나의 시장도 넓어진다.







뻥튀기 사례 출처 : http://blog.naver.com/merrily899/150050234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