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객관화시켜보자
나를 객관화시켜보자
장사를 하다보면 시장분석과 사업성 분석을 자주하게 된다. 도대체 이 일이 시장에는 잘 맞는 건지, 돈을 벌게 해줄 것인지, 혹시 그냥 애만 쓰게 하고 돈만 말아먹는 것은 아닌지. 그럴 때 아마 가장 자주 쓰이는 방법이 바로 위와 같은 SWOT 분석일 것이다. 이는 기업의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을 분석하여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으로, 기업의 내ㆍ외부 환경 변화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내부 환경을 분석하여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며, 외부 환경 분석을 통해서는 기회와 위협을 찾아낸다.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지만 상당히 쓸만한 상황분석 도구이다.



그럼 저걸 이용해서 나를 평가해보면 어떨까?
나를 객관화시켜보자
이 걸 만들어보면서 난 참 어려운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세상을 너무 낙관적이고 이상적으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도대체 장사를 하면서 세상을 이상적로 본다니 그건 뭔말? 그건 내 나름대로 ‘필맥스’라는 이름하에서 새로운 장사방법을 만들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다. 거대한 자본이 아닌 ‘Feelmax’라는 겨우 발가락양말이나 팔기 시작한 소규모업체 몇 개를 묶어놓고는 ’차세대 양말의 산실, Feelmax 가족, 세대를 뛰어넘는 가족기업 연합체‘라는 거창한 이상향을 그렸었으니까. 난 변화에도 둔하더라. 책도 많이 읽고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양말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 전 세계에서 우리만 만드는 발가락양말이 몇 개는 된다. 그래서 난 내가 변화에 빠르고, 혁신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어려우나 좋을 때나 ‘필맥스’라는 브랜드에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나마 몇 번인가 주어진 기회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흘려버린 적이 이제와서 보니 여러 번 있었다.



이 책을 쓰면서 이런 나 자신에 대한 분석은 처음이다. 그리고 난 내가 여태껏 잘났지만, 아직 시대를 만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업성과 홍재화에 대한 분석을 간단히 해보는 것만으로도 난 전혀 혁신적이지도 강단이 있는 사장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난 사실 내가 상당히 과감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만나는 그룹만 만나고 다녔다. 자주 술먹는 사람도 꼽아보니 10여명내외, 등산그룹 2개, 인터넷 그룹 1개에 그쳤다. 고연히 바쁘게 저녁이면 언제나 술취해 있었지만, 난 쳇바퀴돌던 다람쥐에 불과했다. 나에 SWOT분석을 해보면 강점+기회 측면에 집중했다면 인맥 +변화민감 +외곬수가 낮거나 없어야 했지만, 내가 보아도 뜻밖에 그런 단어가 적혀져 있다. 실제로 사업이 가야할 방향과는 다른 분야에서 몸만 바빴던 것이다. 아니면 소심+끈질김+다국적 경험의 강점을 살리려면 차라리 코트라에 그냥 있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르고, 내가 직접 사업을 하는 것보다 임원이나 참모로서의 직업으로 전환하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래 한번 나를 다시 돌아보자’고 작정한 것은 처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나를 꾸준히 나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내가 책을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 거의 반드시 ‘그럼 나는 …..?’이라는 질문과 대답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가 나를 다르게 볼 수있다는 게 의아스럽기도 한다.



나에 대한 SWOT와 사업성의 SWOT를 연결시켜보니 나의 ‘스토리텔링이나 다국적 경험’이 사업성 평가의 ‘기능성신발에 대한 수요증대’를 연결시키는 것은 강점이기는 한데, 개인적 약점이 사업상의 강점을 강화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본력이나 이런 점에서도 좀더 인맥을 넓혀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평소 막연하게 자기를 평가하는 것과 어떤 도구를 이용하여 자기를 평가하는 것이 많이 다를 수있다. 물론 남에게 나에 대하여 물어볼 수도 있지만, 솔직한 대답을 듣기도 어렵다. 그리고 정말로 솔직한 대답을 들으면 상대에게 ‘나를 겨우 그 정도밖에 못 보았어!’라며 신경질을 낼 수있다. 언젠가 나도 절친한 친구로부터 신랄한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사실 고마웠다기 보다 화부터 났다. 그래서 위의 SWOT 이나 MATRIX를 이용한 자기 평가를 스스로 내려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게 좋다. 그리고 그 것을 사업계획 또는 사업진도와 맞추어보면 어느 정도는 자기가 방향을 잘 잡고 나가는 지 알 수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세상은 강점, 약점, 기회 그리고 위협이라는 4가지 변수와 이에 대입되는 내부적 변수만으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SWOT과 같은 2차원의 세계가 아닌 공간이 있고, 시간이 있고 또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60억명의 인류가 서로 얽히고 섥혀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태계이다. 예를 들면 최희갑이 지은 ‘불확실성을 경영하라’에서 말하는 복잡계같은 것이다. 복잡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선 매트릭스와 같이 사물을 분해해서 분석을 한 후에, 이를 종합하면 그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알 수있다는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즉, 동물을 해부하여 심장, 폐, 다리등 각 부분에 대하여 충분히 알았다고 해서 이를 다시 결합하여, 해부된 동물을 살려낼 수도 없거니와, 신체의 각 부분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에서 구성요소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 요소들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지식의 정도는 증가하며 시스템의 무질서도 역시 증가한다. 반면 파악 가능한 구성요소가 그리 많지 않을 경우 질서를 갖추었다고 할 수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는 더 복잡해졌고, 불확실성은 커졌고, 변화는 빨라졌기 때문에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졌다. 글로벌 경제의 출현, 상호 작용을 현격히 높이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 지속적인 생산 및 기술혁신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시장이라는 시스템을 몇 개의 간단한 구성요소로 분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분석이 된다고 해도 그것들이 종합될 때는 각 부분, 또는 요인들이 서로 상승 작용하여 전체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2차원적 분석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기도 하다. 세상은 분명 어떤 흐름, 즉 패턴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그 변화의 시작점과 크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단순화하여 보고, 복잡한 상태에서도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충분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사업을 하면서 ‘자기를 돌아보자’라는 말은 깊은 산속에서 명상을 하며 고요에 침참하며 자기 내면의 진실을 찾아가는 스님들의 언어와는 매우 다르다. 사장의 ‘자기를 돌아보자’라는 말은 저 복잡한 생태계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성격, 능력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게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 그리고 사업을 둘러싼 환경과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있을까?’하는 의문이다. 그러니까 사장은 매일, 매 시간마다 달라지는 환경에 대하여 자기가 그만큼 잘 적응할 수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하고, 고민해야 하는 변수가 많아질 수록 불확실성은 커져간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경영자가 느끼는 확실성의 정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의 결정은 아무리 많은 자료와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핳고 조직적인 판단 근거가 있더라도 결국은 사장 개인의 지식과 경험에 근거한 직관에 따라 내려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장은 사업이 객관화되는 만큼 자신도 객관화시켜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