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책은 1년에 약 130권정도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3년 10월 – 2010년 8월까지 매월 11.62권을 읽었다. 왜 이렇게 정확하냐고? 난 독서목록표를 만들어가며 읽기 때문이다. 목록표에는 책 제목,구매일자,저자,출판사,구매한곳,읽은 횟수가 적혀있다.



좀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난 책상앞에서 책을 읽은 적은 거의 없다. 책상앞에 앉으면 일밖에 하지 않는다. 책은 주로 버스. 기차. 지하철등으로 이동하면서 읽는다. 지하철이나 기차는 물론 요즘은 버스도 그리 흔들리지 않아 눈을 망칠 정도는 아니다. 난 운전하는 게 정말 싫다. 예를 들어 공장이 있는 대구까지 갈 때는 승용차로는 집에서부터 5시간, 버스로는 6시간 걸린다고 하면 보통의 경우는 차로 가는 게 1시간 절약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오히려 차로 가면 5시간을 통째로 낭비한다고 생각한다. 왕복 12시간이면 중간에 한숨 자고, 식사해도 왠만한 책 1권을 읽을 정도의 시간은 된다. 그리고도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뭔가를 쓸 수도 있다. 이런 나를 보면 사람들은 대단한 ‘속독’이라고 말할이지 모르지만, 사실 난 ‘숙독’을 한다. 난 일단 편 책은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무조건 책장을 다 넘겨야 내 직성이 풀린다. 전혀 경제적이지도 못한 전형적인 ‘숙독’이다. 그럼에도 남들에게 책을 빨리 읽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것은 빨리 읽고자 해서 빨리 읽는 게 아니라, 자꾸 읽다보니 오랫동안의 습관에 활자가 익숙해져 빨리 읽는 것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어딜 가나 반드시 책 한두권은 가지고 다닌다. 중간에 비어있는 시간이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예비로 한권을 더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삶에서 그냥 의미없이 사라지는 시간이란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이처럼 책을 무작정 읽는 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 할 수있다.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어떤 활력소 같은 것이 아닌, 내 삶을 지탱해주는 아주 건조한 작업의 상당히 중요한 일부분이다. 따라서 내가 읽는 책이 나에게 어떤 뜨거운 감동을 주는 일이란 거의 없다. 다만, ‘아하 이 걸 내가 몰랐구나!’, 또는 ‘아하 이렇게 하면 좋겠구나!’하고 무릎을 치는 일은 많다.



난 무슨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그 주제에 대한 책부터 산다. 예를 들면 ‘맨발신발’을 수입하기로 했다하면 책방부터 간다. 그리고 보이는 대로 고른다. 그래서 산 책이 ‘신발의 역사’, ‘신발 재료학’등을 샀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발에 관한 책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코트라에 가서 신발에 대한 세계 동향과 국내 산업계 현황보고서등을 빌려 보기도하였다.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한다. 사실 양말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도 양말에 관한 책을 구하려고 했지만, 양말에 관한 책은 전무이다. 다행히도 인터넷을 뒤지니 어느 양말회사에서 짧게나마 정리해놓은 자료가 있어서 양말제조와 역사에 관해 공부한 적도 있다. 물론 동종 업계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에 비하여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깊은 이야기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차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타진하는 식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항상 최고의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책을 통하여 길을 찾고자 한다. 책을 쓴 사람은 이미 그 업계에서 오랜 세월을 지냈고,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적어놓았다. 책을 한권 읽는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여러 사람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때로는 내가 읽은 책 때문에 비록 일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전문가와 말이 통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어떤 책이 그 분야에서 좋은 책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일단 그럴 듯해보이면 산다. 사서 보다보면 그게 눈에 들어온다. 아, 이 책은 잘쓴 책이구나!. 쓴 사람이 많은 생각을 하며서 썼구나 하는 게 다독을 하다보면 판단력이 생기고, 그 사람이 했던 방식을 따라 해본다.



예를 들면 신발에 대한 내수영업을 해야겠기에 ‘세일즈’에 대한 책을 구해 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쓴 ‘판매의 심리학’을 읽었다. 그 중에서 세일즈맨이 하루 일상 중에서 실제로 영업을 하는 시간은 매우 짧고, 오후에 고객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 것은 세일즈맨들이 고객들을 만나면서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충고를 하는 것이 ‘가장 하기 두려운 일부터 하라!’였다. 사람들이 거절하는 것은 ‘영업’ 그 자체일 뿐, ‘홍재화’라는 사람을 거절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서 난 결심했다. 앞으로 신발에 관련있는 사람을 100명을 만나기로 했다. 시한은 한달이내 50명, 석달내 나머지 50명. 그리고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전화를 했다. 만날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이처럼 ‘책은 삶에 있어서 등대와 같다’는 말이 그냥 형이상학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나에게는 일상적인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저지르고 본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냥 아무대나 저지를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다. 나름대로 책에서 찾아낸 등대 불빛을 따라 출발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을 모를 뿐이다.



그리고 난 항상 무언가에 대하여 쓰려고 한다. 무슨 유명한 저자도 아닌, 그저 자기 사업에 대한 생각이나 독후감을 쓰는 아마츄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쓴다. 나의 글을 남에게 읽히기 위함이라기 보다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독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글을 쓰는 곳이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수가 많든 적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없다. 다만, 글을 쓰는 목적이 ‘온전히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내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남에게 읽히는 글’이 되는 것이다.



왜 정리가 필요한 가하면 책의 내용이 나에게 불빛을 비추어주기는 했지만, 나에게 꼭 맞는 말을 해주는 저자는 없기 때문이다. ‘신발의 역사’나 ‘재료학’이 도움이 되기는 신발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나처럼 ‘Feelmax라는 브랜드로 양말을 수출하면서 신발을 수입하는 비즈니스’에 대하여 쓴 사람은 없다. 사실 신발비즈니스에 대하여 쓴 사람도 없다. 옷에 대한 비즈니스 책은 많지만, 양말과 신발을 결합한 비즈니스 책은 없다. 그것도 내수와 수출을 같이 하는 경우는 더더구나 없다. 그래서 내가 읽었던 책을 내나름대로 소화하고, 실전에 접목시켜야 한다.



내가 이 ‘소기업 사장이야기’를 쓰는 것도 ‘내가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는 지, 잘하고 있는 지’를 스스로 검증함으로써 좀 더 잘해보기 위한 글이다. 난 원래 글재주가 있던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읽었던 자료들과 책들을 정리하다보니 글을 쓰게 되었다. 정말 의도하고 쓴 책은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이다.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 길벗에서 먼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람회와 마케팅’, ‘홍사장의 책읽기’는 원고부터 써놓고 출판사를 찾았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원고도 두 권분량이다.



지금껏 내가 쓴 책의 내용을 간단히 본다면

1) 박람회와 마케팅 : 코트라 전시부에 있으면서 박람회가 뭔지를 알고 싶어서 자료를

구하며 읽다가 마무리로 쓴 책.

2)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 창업하고 15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내가 제대로

무역을 알고나 하는 지 정리해보기 위해서 쓴 책.

3) 홍사장의 책읽기 : 애초에는 독후감을 쓰려고 했는 데, 출판사에서 거절하면서

출판용으로 다시 고쳐쓴 책.

4) CEO 경영의 서재를 훔치다 : ‘홍사장의 책읽기’의 원형. 두 권의책을 비교하면서 쓴

독후감. 처음 쓰기 시작한 지 4년만에 두 곳의 출판사와 계약하였고, 3-4번의

전반적인 원고 수정이 있었고, 약 40여곳 이상의 출판에 출판 문의하였었음.

5) 경제.미래 위기 그리고 가족 : FEELMAX의 경영이론을 정립하기 위하여 쓴 원고.

A4용지로 약 200페이지. 그냥 경험삼아 쓴 것으로 남겨둠





난 내가 무엇을 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게 있다. 그리고 대충하는 게 싫다. 업무처리 방식이 꼼꼼하다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거다. 사업을 하다보면 하나의 일을 풀어가는 방법이 많다. 어떤 사람은 10가지를 알고, 어떤 사람은 100가지를 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풀어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100가지의 방법이 얽혔을 때 풀어가려면 어디부터 풀어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도 눈에 보여야 한다.



난 그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글을 쓴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미리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데, 내가 부담없이 쓸 수있 정도보다 좀더 많은 양을 정해놓는다. 너무 작으면 쓰는 사람이 재미가 없다. 자기가 아는 것보다 많은 분량을 정해야 그 간 읽었던 책들을 펼쳐보고 써야한다. 그러다보면 내용이 충실해지고 나도 쓰는 맛이 난다.



지금 이 책을 쓰는 것도 사업의 방향성을 다시 돌아보면서, 새로운 사업에 맞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함이다. 어떻게 보면 난 거의 교과서적인 마케팅을 하고, 경영을 하고 있다.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마케팅 기법을 나의 경영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책도 ‘자금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을 해야 할 때는 이러이러하게라도 해야 한다’에 대한 사례는 없다.



경영학 책들은 거의 대기업 경영에 대한 것이고, 최소한 중견기업까지의 이야기다. ‘소기업 경영’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 따라서 소기업 사장들은 자기가 읽을 책을 나름대로 소화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