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 칼럼] 직장 때려치우고 창업?…배부른 소리 하지마라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기획/특집

일자 : 2008년 9월 5일




“승진이 안 되면 창업하면 되지 뭐.꼭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 “매일 아침 숨가쁘게 출근하고 별을 보며 퇴근하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지.상무 꼴도 보기 싫고.아무래도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해야 될 것 같다. ”




직장생활하는 사람치고 한두 번쯤 이런 생각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의견을 구한다면 “자영업 절대 하지 마라”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사회에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을 중시하는 ‘폭풍’이 불어닥쳤다. 부모 같던 회사가 동료를 내쫓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오랜 신화가 무색하게 거대 재벌들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내가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다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계발 열풍이 불면서 학원은 자격증을 따고 영어 구사능력을 키우려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반면 직장의 위상은 초라해질대로 초라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직장을 벗어나 독립적 활동을 하는 게 많은 직장인들의 목표가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사업을 꿈꾸면서 ‘창업열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직장을 떠나 자기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후일은 참담했다. 직장을 떠난 사람들 중에 자영업으로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는 자영업을 전전하다 최빈층으로 전락했고,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직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기업의 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중상계층으로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임직원들은 높은 연봉을 기반으로 새로운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 대기업 임직원의 연봉은 이제 웬만한 자영업자의 소득을 훨씬 웃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개인 중심의 커리어 관리 전략은 이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개인보다 조직이 중요해졌고,개인에서 조직으로 직장인들의 관심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돼 온 일자리 부족에 경기침체가 가세하면서 취업시장의 냉기는 직장인들에게 또 한번의 구조조정을 예감하게 만들고 있다. 퇴출압력이 높아지면서 마음을 다부지게 먹지 않으면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을 그만둘 이유는 도처에 존재한다.




그러나 자영업은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 창업의 의지와 용기가 있다면 직장에서 승부를 걸자. 자영업에 투입하는 노력의 절반만 가지고도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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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노동의 종말

저자 : 제리미 러프킨




전 국제 기계협회의 회장이었던 윈피싱어는 제네바에 있는 국제금속노련의 다음과 같은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향후 30년 이내에 전 세계 수용에 필요한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현 세계 노동력의 단지 2%만 필요하게될 것이다>. 일본의 컴퓨터 정보화 사회의 주창자인 마수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만간 모든 공장들이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고, 아마도 향후 20-30년간에 사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산업국가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사람들이 지금까지 고대해왔던 풍요와 레저라는 <꿈>의 실현이 다름이 아닌 바로 정보화 시대의 여명인 지금 왜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가에 대해서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은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살면서 실패를 해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두려운 말이다. 그 한없이 깊고, 끝이 없을 것같은 심연을 겪어본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과거형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현재형인 사람들에게는 그처럼 무서운 말도 없다. 실패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패를 해보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 최소한의 생계에 대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이 평생을 순탄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난 그래서 지금 직장다니는 친구들에게 직장에서 끝까지 성공하라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나같은 친구를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자유를 갖기 위한 대가’는 무척 크다. 인생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꽤나 많다. 어항속의 금붕어가 보기에 바다에서 사는 고기는 엄청난 기회와 자유가 주어지지만 사실상 바다 물고기는 자기 생의 거의 전부를 ‘생존’ 그 자체에 써버려야 한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그 엄청난 자유는 없지만, 어항 속에서 그림도 그려보고 테니스를 쳐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금붕어는 바다 물고기를 부러워할 뿐이다. 어항 속의 제한된 자유를 누릴 방법이 꽤나 많은데도 말이다.




게다가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은 대개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미 능력을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높은 직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의 치열한 정치적 싸움의 결과가 높은 직위이다. 그러나 밑에 있는 사람들은 이사급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보여주었던 정치적 능력만 보기 쉽지만, 정치적 능력을 발휘하기 위하여 그 사람이 보여주었던 업무상의 능력(신입사원부터 부장급까지의 진급과정)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미시적,거시적 능력을 다 갖춘 사람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그리 불공평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나도 직장인들에게 될수록이면 직장에서 승부를 걸라고 한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우리가 너무 오래 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남자들 평균 나이가 75세이다. 30년뒤 남자들 평균 나이는 120살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40-50세 전후의 사람들은 100세 넘어서까지도 살아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남녀간의 평균 연령 차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여자들도 사회생활을 해야하면서 늘어난 스트레스때문이란다. (하기사 근세 이전에는 남자들의 평균 수명이 길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니지만).




게다가 일자리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이다.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이 가져다 준 극적인 혜택은 궁극적으로 보다 값싼 재화, 보다 큰 구매력, 보다 많은 일자리의 형태로 노동자 대중에게 흘러들어 간다는 개념이 기술확산(Trickle down technology)이론이다. 그러나 사실 기술의 발전은 ‘모든 사람에게는 값싼 재화, 한정된 사람에게는 보다 큰 구매력, 보다 더 많은 실업자 양산’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수명, 줄어드는 일자리!




결국 어떤 삶의 과정을 거쳤든 간에 재산을 특별히 많이 모아둔 사람을 제외하고는 ‘창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나이 60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정말로 성공해서 나머지 5년을 추가로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여도 120세까지의 기간인 55년간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금은 너무 기대하지 말자. 미국의 어떤 조사기관에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연금을 받을 확률보다는 UFO를 더 믿는다는 결과도 있었으니까.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그만큼 연금제도가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창업의 시기이다. 그리고 창업의 가장 기본은 자기가 가장 잘하고 즐길 수있는 분야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남들이 정말로 인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현재 분야에 있는 선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창업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지금있는 직장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이 창업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무식하고 용감한 창업이 성공하기도 하고, 유식하고 용감한 창업이 성공하기도 한다. 단지 천하를 얻을 시점이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