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이 대기업 가기 어려운 이유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중소기업 직원이 대기업 가기 어려운 이유
A이사의 한숨

20년 여러 중소기업을 거치면서 안 해본 것이 없다는 A이사를 만났다. 영어와 중국어가 능통하고, 영업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직무를 거쳐 지금 회사에서는 인사 재무 등 경영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질문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고 막힘이 없었다. 4곳의 중소기업을 경험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중소기업은 CEO가 전부’ 라고 한다.

대기업도 CEO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일의 대부분이 1차적으로 조직에 분담되어 있다. 나아가 개인의 업무 분장이 명확하다. 역할과 책임의 갈등이 적을 뿐 아니라 책임의 소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CEO 개인의 영향력 보다는 조직의 전략과 시스템 경영이 중요하다.

A이사는 다양한 직무와 여러 회사를 경험한 이유는 CEO 영향이라고 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CEO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지만, 영향권 밖을 살피게 되니 성장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 일이 처음이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일들을 하면서 순간 순간을 헤쳐 왔건만,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그 순간에 머물게 된 이유는 더 이상의 일을 할 수 없는 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50세가 넘어 다른 회사를 옮길 수 없는 상황에서 CEO눈 밖에 나는 일 자체를 할 수 없고 더욱 CEO가 원하는 의존적인 일을 하면서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다며 한숨을 쉰다.

중소기업 직원이 대기업에 갈 수 없는 이유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왠만한 수도권 대학의 졸업생 또는 졸업 예정자도 대기업에 입사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이들은 수도권 중견 기업이나 교통이 편한 중소기업에 지원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 대기업이 대졸 공채에서 경력 사원 중심의 수시 채용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실력을 갖고 있는 직원이 대기업에 입사할 가능성은 조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직원이 중소기업을 떠나 대기업으로 가지 못한다.

첫째, 수도권 상위 학교와 학과, 어학과 자격증을 갖춘 학생 중 일부는 아무리 교통편이 좋다고 해도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다양한 일을 배우고 성장한 후 대기업으로 옮긴다는 생각보다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일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 시험 준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입사 자체를 하지 않는다.

둘째, 일을 통한 성장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처럼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고, 입사 후 숱한 조직개편과 다양한 업무 분장 속에서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 이기 때문에 한 분야 성장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 CEO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직원은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CEO가 하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조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닌 CEO가 시키는 일에 익숙해지게 된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무엇이며, 전공분야가 있어도 너무 폭넓게 일을 해 깊이가 없다.

셋째, 주변 선배와 상사의 영향이 크다. 사람이 성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주변에 자신보다 뛰어난 선배와 상사가 있어 그들에게 영향을 받고 배우는 과정에 자신이 성장하고 보다 큰 꿈과 목표를 갖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선배와 상사를 보면, 경쟁사 또는 업계에서 인정하는 차별화된 실력보다는 CEO와의 관계가 더 실력이라고 느껴진다.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CEO 눈에 들까 고민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표준화된 업무 매뉴얼도 적고, 힘든 일을 전부 낮은 직급의 직원에게 넘긴다. 방향 설정이나 의사결정이 없이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이나 일에 익숙해 있다. 지금의 성과가 창출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고 어느 순간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넷째, CEO의 직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많은 중소기업 CEO들은 한번쯤은 자신이 성장시킨 직원이 타 회사로 이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을 보내고 자격증을 따게 하면 오래가지 않아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을 갖고 육성시키려 하지 않는다. 회사와 직무에 대한 로열티 보다는 자신에 대한 로열티가 중요하며, 일 잘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조금 더 인정해 주고 보상을 조금 더 높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회사 내에서 자격증 취득 책을 보면 격려하기 보다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직원 중에 이력서를 가지고 있으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중소기업 CEO가 직원의 대학원 진학을 지원해 주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박사 과정을 지원해 주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직원의 직무 역량뿐 아니라 학력 수준, 자격증이 높으면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보다 회사와 직무에 몰입하기 보다는 이직을 생각한다고 판단한다. 이 정도면 됐다는 이들의 생각이 직원을 더 성장하게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 글은 중소기업 일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직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 CEO와 조직장들이  있다면 생각을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작성한다. 우리 회사에서 근무한 직원은 대기업이 스카우트하기를 원하는 1순위라는 소문이 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육성된 직원이 대기업으로 가면 업무 공백과 조직과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만큼 우리의 역량이 높고, 회사가 사람을 육성한다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보다 수준 높은 신입사원들이 ‘저 회사는 직원을 성장시킨데’ 하며 우리 회사를 지원하지 않겠는가? 보내지 않으려고 갖은 조건을 걸고, 성장시키지 않는 기업보다는 서로에게 배우며 보다 높은 목표와 자부심이 강한 직원이 많다면 회사는 성장하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대기업이었던 회사는 없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