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인도네시아에 대해 처음 알아갈 때 인도네시아 인구가 약 2억명 정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동남아시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인구가 네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현재 인구는 2억 7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성장률은 연 1%가 조금 넘어 지금도 매 4년 마다 약 천만명씩 사람수가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으로 약 2.3명 정도이다. 2000년 출산율이 2.5명이었으니 근 20년간 매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전에는 출산율이 1970년 5.5명, 1980년 4.4명, 1990년 3.1명이었다. 2000년 이전에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였으나 이후에는 큰 변화없이 현재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98년까지 정권을 잡고 있던 수하르토 정부에서는 높은 인구성장률 반전을 위해 ‘두 아이면 충분하다’며 가족계획 정책을 펼쳤는데, 2000년 이전까지의 출산율 감소세를 볼 때 이 프로그램은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인도네시아의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2010년 경 말레이시아에 머물 때의 일이다. 명절이 되어 쇼핑몰을 가면 가족들이 초록색이나 분홍색 같이 눈에 띄는 명절의상을 색을 맞춰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인데, 서너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들이 꽤 많았다. 그 때로부터 15년 전인 1995년경 말레이시아의 합계출산율이 3.3명이었으니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했을 무렵에 자녀가 서너명인 가족들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반면, 1995년 인도네시아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2.7명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인도네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처럼 다둥이 가족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감당해야 할 인구압력도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여유가 있는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지금의 인구수준도 부양하기가 버거운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의 출산율은 약 0.2~0.3명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함께 일하거나 공부했던 이들로 관찰대상이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도시지역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패턴을 보면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시골에서는 지금도 여성의 경우 스물 두세살만 되어도 벌써 결혼이 많이 늦었다며 걱정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던데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서른 전에 결혼을 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공부도 해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왠만큼 자리를 잡은 후에야 결혼 생각을 해 보겠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결혼 연령이 뒤로 밀리는 것은 인도네시아라고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도 하나둘만 낳는 경우가 많았다. 주위에 보면 첫째와 둘째 사이 터울을 크게 띄우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는데 두 자녀를 짧은 터울로 낳아 부양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첫째를 낳고 어느 정도 키워놓은 후 둘째를 낳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높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아서 키우기가 더 쉽지 않다. 결혼은 점점 늦게 하고, 아이는 점점 적게 낳는 것이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다. 물론 인도네시아에는 아직까지 전통적인 결혼관과 자녀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것이 출산율이 더 떨어지지 않고 20년 이상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 수하르토 정부 이후에는 가족계획 정책을 그다지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은 좀처럼 다시 오를 줄 모르고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화와 가족관이 변화한 것이다. 가장 강력한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교육과 소득증가라는 말이 있다. 일단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더 나은 생활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하면 결혼 연령도 늦어질 뿐 아니라 아이들도 적게 낳게 된다. 대신 자녀 하나하나에 대한 투자는 늘어난다.

합계출산율 2.3명이라는 숫자는 괜찮아 보인다. 우리처럼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내려간 초저출산 국가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치인 인구대체출산율은 2.1명 정도이지만 유아사망률이 높거나 성비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이보다 높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대체출산율에 근접한 출산율에 연간 인구가 1% 정도 늘어나는 인구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곳이었다면 충분히 괜찮은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지금도 인구가 2억 7천만명이다. 연간 1%가 늘어도 한 해 2백 7십만명이 는다. 지금 추세라면 인도네시아 인구는 계속 증가하여 2065년과 2070년 사이에 3억 3천 5백만에서 3억 4천만명 사이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하게 하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UN, 세계인구전망 2019 개정판)

풍부한 자원과 일자리가 뒷받침하면 완만한 추세로 증가하는 인구는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지금 품고 있는 사람들을 부양하기도 버거워 보인다. 광물자원은 풍부하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석유는 이미 순수입국으로 돌아선지 15년이 지났다. 주식인 쌀은 간신히 자급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육류나 어류, 채소 등 양질의 영양원이 되어야 할 식품들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이다.

인적자원 개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연령별 인구구성비는 지금이 가장 좋다. 인도네시아처럼 출산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나라들은 어느 시점에서 인구 보너스를 맞게 된다. 과거에 높은 출산율을 보일 때 태어났던 세대가 생산가능인구에 진입하고 새로 태어나는 인구는 많지 않을 때 고령층이나 어린이 등 피부양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지금 그렇다. 2019년 있었던 총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총유권자 중 17세부터 35세까지가 42%인 7천 9백만명이라고 한다. 이 세대가 바로 앞으로 약 20년 동안 누리게 될 인구 보너스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국가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세대이다. 인구 보너스의 끝자락에는 이 많은 사람들이 생산가능연령층에서 이탈하여 고령층으로 편입되고 출산율이 하락했을 때 태어난 세대가 늘어난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인구 오너스의 시작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게 앞으로의 20년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난 1월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지는 젊고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특집기사를 냈다. 조코 위(조코 위도도) 대통령 2기 정부에 젊은이들이 참여해 주목을 받고 젊은 사업가들의 성공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는 선택받은 일부의 이야기일뿐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궁핍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통계청 자료(2017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월수입은 210만 루피아(한화 약 1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 기반 온라인 저널 ‘인사이드 인도네시아’지도 2018년 가을호에서 인도네시아 젊은이의 현실에 대해 다루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농촌에서는 농지와 자본이 부족하여 농업에 종사하기도 어렵고, 도시로 나와 고등교육이나 직업교육을 받아도 이에 걸맞는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 인구 보너스는 말이 좋아 보너스지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풍부한 젊은 인구는 축복이 아니라 짐이다. 이 상태로 20년을 그냥 보내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생산가능연령층의 상단을 지나 고령층의 초입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기회는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인도네시아에 근무하면서 자카르타 인근 지역의 비싼 인건비를 피해 중부자바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들의 新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여럿 있었다. 이전한 지역에서 적게는 몇백에서 4~5천명에 이르는 직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사람이 부족해서 공장을 돌리지 못하겠다는 회사는 없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자리가 없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30분, 1시간이 걸리는 곳에서부터 와서 일하는 그 많은 젊은이들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인구대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이 엄청난 오토바이의 물결을 보며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다. 이 많은 젊은이들을 교육시키고 이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주어 생활수준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게 해 주는 일에 이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회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한국수출입은행(crosus@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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