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려 하지 않는 계약직 직원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일하려 하지 않는 계약직 직원
어느 매니저의 고민

김매니저는 요즘 계약직 직원인 홍길동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면접에서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다고 해서 믿고 뽑았는데 8시 55분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는데 당일 해야 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 매일 해야 할 리스트와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중간 점검을 하지 않으면 엉망이거나 해 놓은 것이 없다. 왜 안 했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 지 모른다고 한다. 이제는 알려 주고 해보라고 한다. 지시도 전부 메모지에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적어 주며, 1번부터 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중간중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고 일하면서 음악을 듣는다. 모르는 일이 있으면 물어야 하는데 묻지 않는다. 지적을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를 흘리는 느낌을 받는다. 김매니저는 자신의 일이 많아 부가가치가 낮은 일상적 업무를 덜어내려고 계약직을 선발했는데 상전 모시는 상황이 되었다. 어제는 팀장이 불러 가니 홍길동씨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어려운 일은 제대로 가르친 다음에 시키라고 한다. 홍길동씨가 이제는 자신을 건너 뛰고 팀장에게 직접 불만을 토로한다. 김매니저는 팀장에게 홍길동씨에 대해 말하려는 것을 참고 자리에 앉았다. 홍길동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에 빠진다.

계약직 사원의 한숨

홍길동씨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 다닐 때만해도 왠만한 기업은 입사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공무원 공부에 매달렸다. 3번의 공무원 시험에 탈락하고 공기업과 대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20번 넘게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동기들은 어느 기업에 합격했다고 좋아하는데 자신은 단 한번도 면접을 본 곳이 없다. 결국 수준을 낮춰 중견기업에 응시했지만 매번 면접에서 떨어졌다. 졸업 후1년 넘게 취업 준비생으로 있다가 집에서 용돈 받는 것도 눈치가 보여 결국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대학을 다녔나 하는 생각이 많다. 하는 일마다 단순 반복의 몸으로 하는 일이다. 일을 지시하는 사람도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여직원이 대부분이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2년이 되면 무조건 그만둬야 한다. 가는 곳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곳은 없다. 일 자체는 단순한 일이다. 하루 종일 출근해 일을 하고 있지만, 이 것이 내 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매니저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일하려는 마음이 있고, 임하는 자세와 일의 결과가 좋은 직원은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일하려는 마음이 부족하고 임하는 자세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대충하거나 성의가 없으면 알려주거나 도와주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그 일이 안되면 중요한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사무실과 화장실을 생각해 봐라. 밑반찬과 설거지가 되지 않으면 식당을 운영할 수가 없다. 계약직들이 하는 일이 단순하고 일상적 일이지만, 이 일이 안되면 성과가 나지 않는다. 이 일도 제대로 수행되어야 한다.

일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열정과 책임을 지며 끝까지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마음이 우선이다. 지금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일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어진 일을 수용하고 그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여 좋은 결과를 내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다음에 알려줄 것은 일하는 방법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지식이나 스킬 그리고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하나하나 알려 줘야 한다. 해보게 하고 그 방법을 익히고 고민하게 해야 한다.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게 해야 한다. 일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건의하며 보다 좋은 성과를 낳게 해야 한다. 단순한 일이지만 그 일을 통해 배우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고통이다. 면담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선이 없다면 상사와 의논하여 상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반대로 매우 좋은 품성과 역량을 가진 직원이라면, 회사의 정규직 채용에 적극 추천하여 기회를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함께 하는 동안 매니저로서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자신을 이해하고 가치를 높여 준 존경하는 사람으로 간직되어야 한다.

결국,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사랑받는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