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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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월드컵 16강 무대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53) 감독을 향해 찬사가 쏟아지면서 과거 2002년 한국-포르투갈전 패배 후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뛴 그가 한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02년 6월 14일 촬영된 인터뷰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했다. 벤투 감독은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카드 없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영상에서 포르투갈 리포터는 "혼자 남아 인터뷰에 응해줬다"며 "파울루, 꿈이 깨졌다"고 경기 소감을 물었다.

이에 대해 벤투는 "깨졌다. 끝났다"면서 "시작도 안 좋았고 끝도 안 좋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간에 우리가 우세했던 상황도 있었지만, 여기까지다. 이제 생각해볼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의 플레이는 어땠는지 말이다"고 말했다.

벤투는 "특정 상황이 일어났고 경기 막판에 운은 없었지만, 9명으로도 기회는 있었다"면서 "하지만 게임은 무너졌고 기회는 한국에게 찾아왔다"고 전했다.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선수가 9명으로 줄어들면서 어려워진 경기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을 축하해주는 일"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팀이었다. 이제 유로2004를 준비하면 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리포터는 "고맙다 벤투. 고통에 잠겨있는 우리에게 쉽지 않은 말이었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영상에 누리꾼들은 "지금부터 벤투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벤투 감독님 4년 동안 고생하셨다", "16강 진출 실패 후 저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인성이 대단하다", "벤버지, 그동안 몰라봬서 죄송했습니다. 욕한 것 취소하겠습니다" 등 반응을 내놨다.

그간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과 전략 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기도 했으나, 월드컵 본선 무대 후 여론은 긍정적으로 전환된 분위기다. 16강 브라질전에서 패배했지만, 후반전 백승호가 중거리 골을 성공시키는 등 희망을 보이면서 여론은 "재계약은 안 하겠다"고 선을 그은 벤투 감독을 향해 아쉬움을 보내고 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그를 '벤버지'(벤투+아버지)라고 부르며 과거 그의 발언이나 사진 등을 재조명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과거 벤투 감독 아내가 SNS에 올린 부부 일상 사진도 뒤늦게 퍼지고 있다. 사진에서 벤투 부부는 한국의 흔한 부부처럼 제주도 천지연 폭포, 서울 석촌호수 등 유명 포토존에서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했다.

경기 중계화면에서 잠시 포착됐던 벤투 감독의 딸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전에서 벤투 감독이 한 여성과 웃으며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여성은 벤투 감독의 딸이었다. 포르투갈 국적의 벤투 감독 딸은 한국 대표팀 유니폼과 태극기를 준비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