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잊고…유쾌하게 '서로를 복사한' 키움 이정후와 푸이그
10일 키움 히어로즈는 안방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잡았어야 할 경기를 놓쳤다.

에이스 안우진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등에 업고 1-0으로 앞선 채 맞이한 8회, 셋업맨 이승호가 대타 신용수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1-4로 끌려가던 9회말에는 1사 만루에서 이정후의 2타점 적시타로 맹추격했지만,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와 김휘집이 범타로 물러나며 3-4로 져 3연패에 빠졌다.

당시 푸이그는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여러 번 배트를 내려치기까지 했다.

낙천적인 성격 덕분인지, 11일 고척 롯데전을 앞둔 푸이그는 전날 패배를 잊은 듯 즐거운 표정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배팅 케이지에서는 여러 차례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고, 팀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이정후와 타격 폼에 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후는 몸통만으로 강한 스윙을 하는 푸이그의 타격 자세를 마치 복사한 것처럼 따라 했고, 이를 지켜본 푸이그는 폭소하며 이정후의 스윙 흉내를 냈다.

시즌 초반 KBO리그 투수들의 유인구에 고전했던 푸이그는 7월 이후 타율 0.342에 홈런 5개, 15타점으로 적응을 마친 모습이다.

특히 8월 들어서는 타율 0.400에 홈런 3개로 팀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뽐낸다.

이정후가 푸이그의 타격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인데 말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스윙 메커니즘이 저는 배트가 밑으로 내려와 공을 맞힌 뒤 앞으로 뻗어주는데, 푸이그는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맞히고도) 밑으로 간다.

서로의 스윙을 똑같이 따라 하며 스윙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경기 중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푸이그는 최근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진지한 푸이그'를 두고 기죽은 '야생마'의 야성이 그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타석에서는 3번 타자와 4번 타자, 수비에서는 중견수와 우익수로 항상 붙어 다니는 이정후는 푸이그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최근 잘 맞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