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사나이'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랭킹 3위)는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10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악동' 닉 키리오스(27·호주·세계 랭킹 40위)를 3-1로 물리쳤다. 우승 상금은 200만 파운드(약 31억2000만원).

윔블던은 조코비치에게 '약속의 땅'이다. 이 대회에서만 총 7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설' 피트 샘프라스(51·미국)와 같은 기록이다. 조코비치는 2011년 첫 우승 이후 2014년, 2015년 연달아 우승했고 2018년부터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우승을 이뤘다.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정상에 오른 로저 페더러(41·스위스) 이후 16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조코비치는 "내가 네 살, 혹은 다섯 살 때 샘프라스가 윔블던에서 처음 우승하는 것을 보고 부모님에게 테니스 라켓을 사달라고 부탁했다"며 "테니스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잔디 코트와 윔블던이었다. 이곳에서 트로피를 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 이뤄져 정말 감사하다"고 감격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스페인·36·세계 4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지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가 연승을 이어가면 결승에서 맞붙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달이 준결승전을 앞두고 복근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두 라이벌의 경기는 불발됐다.

대신 결승전에는 키리오스가 나섰다. 키리오스는 세계랭킹은 뒤쳐지지만 유독 조코비치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조코비치는 키리오스와 2017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0-2로 패했다.

이날 첫 세트에서 조코비치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진출한 키리오스는 시속 21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조코비치를 몰아쳤다. 결국 1세트는 키리오스의 승리였다. 하지만 2세트부터 조코비치 특유의 무결점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3세트를 내리 따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키리오스는 조코비치에 대해 "그는 조금 신과 비슷하다(He's a bit of a god). 진심이다"라며 극찬을 내놨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올 초 있었던 불운을 한방에 날리며 자존심도 되살렸다. 지난 1월에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지만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으로 강제 출국당했다.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는 8강에서 나달에게 패했다.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서 우승했지만 조코비치의 해외 랭킹은 오히려 내려갈 전망이다. 올해 윔블던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이 금지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는 이 대회에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 우승 랭킹 포인트가 빠지기만 하면서 세계 랭킹은 3위에서 7위로 오히려 내려갈 전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