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늑장 플레이 때문에 경기에서 이기고도 1패를 떠안은 선수가 나왔다. 비운의 주인공은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31·사진)다.

시간다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섀도 크리크GC(파72·6777야드)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미국의 세라 슈멜젤(27)에게 1홀 차로 패했다. 시간다는 2016년 인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국내 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선수다.

시간다는 공식 기록상으로는 1패를 남겼으나 원래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는 이날 17번홀까지 올스퀘어(AS)로 스코어가 같았으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슈멜젤을 따돌렸다. 하지만 투어 측으로부터 슬로 플레이로 인한 페널티를 받으면서 18번홀을 이기고도 슈멜젤에게 홀을 내줬다. 1 대 1로 맞붙는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슬로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는 그 홀에 대한 패배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매치플레이에서 선수들은 샷마다 30초를 쓸 수 있다. 한 홀에서 초과되는 시간의 합이 10초가 넘으면 페널티 대상이 된다. 시간다는 샷마다 30초를 채우고도 추가로 10초 이상을 썼으나 정확히 얼마나 규정 시간을 넘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간다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슬로 플레이와의 전쟁을 선언한 골프계는 느리게 경기하는 선수들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LPGA투어는 지난 3월 기아클래식에서 늑장 플레이를 한 재미동포 노예림(20)에게 1만달러(약 1117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당시 공동 61위였던 노예림은 대회 상금(4247달러)의 갑절이 넘는 돈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

한국 선수들은 대회 첫날부터 승전보를 타전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미국의 내털리 걸비스(38)를 4홀 차로 누르고 쉽게 첫 승을 따냈다. ‘남달라’ 박성현(28)은 호주동포 오수현(25)을 3홀 차로 누르고 부활 조짐을 보였다. 박성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에서 ‘매치퀸’에 등극한 적이 있다.

유소연(31)은 라이언 오툴(34·미국)을 3홀 차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K자매’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지은희(35)는 이미림(31)을 4홀 차로 따돌리고 먼저 웃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33)는 재미동포 제니퍼 장(22)과 비겼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