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돌아본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23년이라는 긴 시간, 헤아리기에 아득한 세월이지만 그래도 아직 선명한 행복했던, 또 아쉬웠던 순간은 분명 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이동국이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동국은 지난 26일 은퇴를 발표하고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이동국은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부상 이후로 나약해진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만감이 교차한다. 서운한 마음도 있고, 기대되는 것도 있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여느 선수보다 훨씬 더 긴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동국은 선수 생활 중 최고의 순간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어렵겠지만 몇 가지 뽑자면 프로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가 기억이 난다`며 `당시 포항에서 고등학생인 나에게 등록되어 있지 않은 33번과 내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특별 제작해 선물로 줬다. 며칠 동안 그걸 입고 잤던 기억이 날 정도다. 너무 좋았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유니폼 하나에 설렜던 때를 지나, 이동국은 팀의 우승을 이끄는 선수가 됐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 와서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가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장면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포항에서 10년, 그리고 미들즈브러와 성남을 거쳐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은 이적 첫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전북에서만 7번을 우승하며 역대 개인 최다 우승 역사를 썼다.

좌절했던 때도 있었다. 이동국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아무래도 2002년 월드컵을 뛰지 못했을 때다. 그때의 심정을 기억하면서 살다 보니 내가 지금까지, 늦게까지 운동할 수 있는 보약이 된 것 같다.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유독 인연이 없었던 월드컵, 이동국은 `2006년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2002년 실패를 털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준비했지만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 것`도 이동국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여러 가지 기록들을 뒤로한 채, 이동국은 이제 유니폼을 벗는다. `오버 42세 룰이 생긴다면 1년 더 뛸 생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짜놓은 것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더는 은퇴를 미룰 수 없음을 얘기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새로운 '최고의 순간'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전주,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