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격과 현란한 구종…나란히 몸값 90만달러로 가성비 '탁월'
'망명객' 페르난데스·데스파이네가 펼치는 '쿠바 야구'의 진수

아마추어 야구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쿠바의 위상은 추락했다.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망명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탓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세계랭킹에서 쿠바의 순위는 7위로 밀렸다.

국제대회에서 쿠바를 두려워하는 나라는 이제 별로 없다.

쿠바에 남은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일 뿐 다른 나라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의 기량은 알아준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도 가성비(몸값 대비 성적) 좋은 쿠바 듀오가 시즌 초반 투타 타이틀 순위 상위권을 점령해 팬들의 시선을 끈다.

'망명객' 페르난데스·데스파이네가 펼치는 '쿠바 야구'의 진수

kt wiz의 외국인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와 두산 베어스 교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2)는 쿠바 야구의 강인함을 알리는 주인공이다.

둘에겐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쿠바 대표선수를 지냈고, 이후 쿠바를 탈출했으며 몸값도 90만달러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데스파이네는 쿠바 대표로 뛰던 2013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려고 이동하던 중 경유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팀을 탈출했다.

쿠바 자국 리그에서 8시즌을 뛴 뒤였다.

이후 멕시칸리그를 거쳐 2014년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뒤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애미 말린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6시즌을 보내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망명객' 페르난데스·데스파이네가 펼치는 '쿠바 야구'의 진수

쿠바 리그에서 정교한 방망이 솜씨와 매 같은 선구안을 뽐내던 페르난데스 역시 한 차례 망명 실패 후 2015년 12월 쿠바를 탈출해 아이티에 정착한 뒤 2018년 에인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페르난데스는 쿠바 리그 시절부터 정교한 타격, 높은 출루율,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기록 덕분에 미국 유명 야구 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 먼저 온 페르난데스는 단숨에 최다안타(197개)왕에 등극하고 역대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손쉽게 갈아치웠다.

'망명객' 페르난데스·데스파이네가 펼치는 '쿠바 야구'의 진수

올해에도 27일 현재 타격 1위(타율 0.481), 최다 안타 1위(38개), 출루율 2위(0.506)를 달리며 성공적인 2년 차 시즌을 보낸다.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35만 달러 등 최대 70만 달러였던 페르난데스의 몸값은 올해 연봉 45만달러, 옵션 45만달러 등 최대 90만달러로 총액 기준 불과 20만달러 올랐다.

27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8이닝 동안 변화무쌍한 투구로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역투한 데스파이네는 새내기답지 않게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5경기에 등판해 2승을 챙겼고, 평균자책점 1.69로 순항 중이다.

평균 6이닝 이상 던져 가장 많은 32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고, 4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망명객' 페르난데스·데스파이네가 펼치는 '쿠바 야구'의 진수

능글능글한 투구가 인상적인 데스파이네는 속구와 싱커,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한다.

땅볼 유도를 잘해 땅볼을 뜬공으로 나눈 비율이 2.67(48/18)로 KIA의 에런 브룩스와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데스파이네의 몸값 또한 계약금 30만달러, 연봉 45만달러, 인센티브 최대 15만달러 등 총액 90만달러다.

데스파이네의 경기를 지켜본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구종에 따라 팔 높이를 달리해 던지는 데스파이네의 현란한 투구 폼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타격 때 오른쪽 어깨가 좀처럼 열리지 않아 어떤 공이든 끝까지 따라가 타격할 줄 아는 페르난데스의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왼손 투수 프란시슬리 부에노가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고 쿠바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O리그에 왔다.

이후 유니에스키 마야(2014∼2015년 두산), 아도니스 가르시아(2018년 LG 트윈스) 등이 쿠바의 맥을 이었지만, 페르난데스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데스파이네도 페르난데스처럼 코리안 드림을 이루면 쿠바 야구를 보는 시각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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