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퍼블릭, 품질은 명품 회원제…세상에 없는 '가성비 골프장' 만들 것"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 클럽하우스 내 여성용 락커에는 남성용 락커에 없는 물건이 몇 개 있다. 머리띠와 머리핀, 여성용품 등이다. 모두 무료일 뿐 아니라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남녀 모든 락커에는 모자 안에 받쳐 쓸 수 있는 땀패드도 진열돼 있다. 이 골프장의 장수진 총지배인이 지난 3월 대표로 취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는 앞서 코오롱 계열인 강원 춘천 라비에벨듄스코스 총지배인을 지냈다.

그는 “저도 그랬고 다른 고객들도 작지만 꼭 필요한 물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를 심심찮게 봤다”며 “골프처럼 예민한 운동은 작은 물건 하나에도 멘탈과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구력 20년, 핸디캡 20의 아마추어 골퍼이기도 한 그의 경험이 특별한 서비스로 발현된 것이다. 라비에벨 시절 혹서기 때 카트를 페어웨이에 진입하게 한 일은 무더위 속에 걷기 힘든 고객을 배려한 대표적 ‘눈높이 서비스’다.

40명의 직원에게 라운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어 있는 티 시간에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주차도 직원용이 아니라 고객용 공간에 하게 하는 등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움직이게 한다. “직원이 골퍼여야 고객의 마음을 A부터 Z까지 헤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수진 대표(사진)는 국내 골프업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대다수 여성 CEO가 오너 일가인 것과 달리 기자에서 골프장 마케터로 변신한 뒤 CEO에 오른 게 다르다. 여성으로서, 또 골프장 외부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다.

골프업계에선 그를 ‘1세대 마케터’라고도 부른다. 마케팅 개념을 처음 골프장에 도입해서다. 2003년 제주 CJ나인브릿지에서는 ‘세계 100대 코스’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2006년에는 스카이72로 옮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최 작업을 책임졌다. “영업이 상품을 파는 데 중점을 둔다면 마케팅은 상품을 좋아하게 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장 대표는 “명문 CJ나인브릿지와 국내 최대 퍼블릭 스카이72, 우정힐스 대표로부터 잘 배운 덕분에 전문 마케터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기획하고 취재하며 협업하는 등 기자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익까지 챙겨야 하는 점만 빼면 기자와 CEO 역할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골프다이제스트 등을 창간하는 데 참여하고 기자로서 15년여간 펜대를 잡았다.

지난해 말 사우스스프링스 CEO를 맡기 시작한 이래 경영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목표 대비 105~110%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그는 “가격은 퍼블릭 수준이지만 품질은 명문 회원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퍼블릭 골프장으로 키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