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스. 이 단어에서 자유로운 골퍼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아마추어 80%가 골프채를 잡는 동시에 이 ‘난적(難敵)’과의 싸움에 빠져들고, 아예 슬라이스와의 ‘공존’을 택하는 분들도 있다니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예 왼쪽으로 공을 날려 크게 휜 공이 페어웨이로 돌아오는 샷을 하는 분들도 꽤 있죠. 코스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일명 ‘관광샷’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슬라이스와 씨름한 적이 있었고요. 미국에서 훈련할 때 만난 박세리 선배도 하루종일 나무 밑에서 공을 클럽헤드로 밀어내는, 그것도 뒤로 밀어내는 특이한 동작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슬라이스를 없애기 위해 스윙 궤도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프로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듯합니다.
‘훅’을 알면 ‘슬라이스’ 치유가 쉬워진다. 낮고 평평하게 클럽을 들어올려 백스윙톱(사진①)을 만든 뒤 클럽을 등 뒤로 떨구며 다운스윙(사진②)을 시작해 궤도가 ‘아웃-인’이 아니라 ‘인-아웃’ 형태가 되도록 한다. 가파른 V자가 아니라 U자형 궤도가 만들어져야 슬라이스가 잘 나지 않는다. 왼쪽 겨드랑이를 붙여 양팔을 쭉 뻗으면 헤드가 열리지 않는다(사진③). 뒤에서 보면 왼쪽팔꿈치가 몸통에 가려져 있어야(사진④) 헤드가 열리지 않은 피니시다.  /신경훈 기자 kshin@hankyung.com
‘훅’을 알면 ‘슬라이스’ 치유가 쉬워진다. 낮고 평평하게 클럽을 들어올려 백스윙톱(사진①)을 만든 뒤 클럽을 등 뒤로 떨구며 다운스윙(사진②)을 시작해 궤도가 ‘아웃-인’이 아니라 ‘인-아웃’ 형태가 되도록 한다. 가파른 V자가 아니라 U자형 궤도가 만들어져야 슬라이스가 잘 나지 않는다. 왼쪽 겨드랑이를 붙여 양팔을 쭉 뻗으면 헤드가 열리지 않는다(사진③). 뒤에서 보면 왼쪽팔꿈치가 몸통에 가려져 있어야(사진④) 헤드가 열리지 않은 피니시다. /신경훈 기자 kshin@hankyung.com
헤드가 주인인데 몸이 주인처럼 행세

공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스는 동그랗고 작은 공을 무언가로 때렸을 때 걸리는 ‘사이드 스핀(side spin:실제로는 회전축이 오른쪽으로 기운 상태로 돌아가는 백스핀)’ 때문이죠. 간단히 말하면 클럽 페이스가 공을 때릴 때 헤드가 움직이는 방향(궤도)보다 페이스가 열려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 원인은 물론이고 해법 두세 개쯤 모르는 골퍼분들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인터넷에도 수두룩하고요. 예컨대 왼손등이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오른손등이 땅을 많이 바라보는 ‘스트롱 그립’은 상식에 속할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처럼 셋업한 뒤 오른발을 뒤로 길게 빼서 ‘인-아웃’ 궤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슬라이스를 봉쇄하는 방법도 ‘응급처치법’으로 많이 알고들 계시죠. 그런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데, 한 가지 원인으로만 슬라이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여러 해법을 일곱 가지로 요약해봤습니다.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지킨다면 슬라이스가 훨씬 완화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번째가 ‘헤드 먼저 떨구기’입니다. 제가 지난번 ‘다운스윙 편’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무릎과 엉덩이를 먼저 타깃 쪽으로 이동하면서 헤드를 끌고 내려와야 클럽이 백스윙 궤도와 같은 궤도로 내려올 수 있어 엎어 치고, 깎아 치는 실수가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두 번째가 ‘머리 남기기’입니다. 클럽헤드보다 몸통이 너무 빨리 돌아 페이스가 열려 맞는 경우라면 이 머리를 임팩트 때 공 오른쪽(우드류의 경우)에 남겨야 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왼쪽 겨드랑이 붙이기’입니다. 왼팔꿈치가 치킨윙이 되면서 클럽을 몸통 뒤쪽으로 끌어당기면 역시 페이스가 열리기 때문이죠. 겨드랑이가 착 달라붙어 있으면 임팩트 후 폴로스루에서 헤드가 양팔과 이루는 형태가 ‘대문자 와이(Y)’가 되기 쉽고, 페이스가 열릴 확률이 낮아진답니다. 네 번째가 ‘몸보다 헤드 먼저’입니다. 대문자 Y를 만들려면 임팩트 구간에 몸보다 헤드를 먼저 타깃 쪽으로 보내야 한다는 얘깁니다. 말하자면 공을 때리는 헤드를 ‘주인’으로 존중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려면 다섯 번째 해법인 ‘오른발 늦게 떼기’를 잘하면 좋습니다. 몸이 왼쪽으로 빨리 ‘스웨이’되는 걸 잡아줘 앞의 세 가지 해법이 잘 작동하는 걸 도와주거든요. 여섯 번째는 시각적 이미지입니다. 공이 놓인 방향을 12시라고 했을 때, 4시 방향에서 헤드를 끌고와 공을 때린 뒤 11시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겁니다. 확실한 ‘인-아웃’ 궤도로 공을 타격하자는 거죠. 훅이 나는 조건입니다. 이때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클럽을 올려치는 ‘상향 타격’을 하자는 게 마지막 일곱 번째입니다. 사이드 스핀이 걸릴 확률이 희박해지거든요. 슬라이스는 대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클럽헤드를 눌러 치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짐 퓨릭의 ‘8자 스윙’ 따라 하기도 효과

따지고 보면 슬라이스를 고치는 해법은 사실 훅을 내는 동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낮고 평평한 야구 스윙을 평소에 많이 해보면 좋은 이유입니다. 또 다른 연습은 ‘보상 동작’을 활용하는 겁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17승을 기록 중인 짐 퓨릭(미국)의 ‘8자 스윙’은 의외의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클럽헤드를 타깃 라인보다 살짝 밖으로 들어올린 뒤 다운스윙을 할 때는 등 뒤에서 끌고 내려오는 ‘인-아웃’ 궤도 스윙인데, 앞에서 말한 ‘4시-11시’ 방향으로 클럽이 빠져나가기가 수월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멘탈입니다. 슬라이스가 무서워서 에이밍을 할 때 자꾸만 왼쪽으로 돌아서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돌아서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슬라이스도 악화되곤 하죠. 이럴 때 오히려 오른쪽을 겨냥해 과감히 훅을 날려보시길 권합니다. ‘적(敵)’을 마주보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