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땅을 유발하는 동작 중 하나가 척추각이나 무릎각이 임팩트 전에 변하는 경우다. 해법은 머리를 고정한 채 스윙 연습(사진 (1))을 하는 것이다. 체중이동이 잘 안 돼 뒤땅이 자주 나는 경우라면 스윙 후 앞으로 걸어나가는 훈련(사진 (2))이 효과적이다. 일찍 손목코킹이 풀어진다면 코킹을 유지한 채 아래로 끌고 내려오는 펌핑 동작(사진 (3))이 요긴하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뒤땅을 유발하는 동작 중 하나가 척추각이나 무릎각이 임팩트 전에 변하는 경우다. 해법은 머리를 고정한 채 스윙 연습(사진 (1))을 하는 것이다. 체중이동이 잘 안 돼 뒤땅이 자주 나는 경우라면 스윙 후 앞으로 걸어나가는 훈련(사진 (2))이 효과적이다. 일찍 손목코킹이 풀어진다면 코킹을 유지한 채 아래로 끌고 내려오는 펌핑 동작(사진 (3))이 요긴하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TV에 잡히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박인비 선수가 얼마 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휴젤-에어프레미아LA오픈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바로 ‘뒤땅(fat shot)’ 때문이었는데요, 17번홀에서 친 5번 아이언샷이 심한 뒤땅이 나면서 공이 계곡으로 빠져들어갔죠. 그나마 환상적인 계곡 탈출 샷으로 자존심을 지키긴 했지만 보기를 제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좌우 흔들림보다 더 나쁜 상하 출렁임!

사실 뒤땅은 프로들도 흔하게 하는 실수입니다. TV에 잘 포착되지 않을 뿐이죠. ‘부활한 황제’ 타이거 우즈도 한때 ‘칩샷 뒤땅 입스(yips)’로 고생했고, 가깝게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마지막홀에서 배상문 선수가 소속 인터내셔널팀을 패배로 몰고 간 실수도 ‘팻샷’이었고요. 심지어 프로축구선수들도 결정적인 슛 순간에 뒤땅을 차곤 한다고 하네요.

대개 스윙 리듬과 템포가 평소와 달라지면 많이 생기는데, 기술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어요. 스윙 때의 척추각 변화, 체중이동의 실패, 캐스팅(casting) 동작입니다. 내가 왜 뒤땅을 잘 내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게 치유의 시작입니다.

먼저 어드레스 때 척추각이 백스윙-임팩트 구간에서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문제입니다. 해법은 너무 간단합니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머리 고정’이거든요. 물론 완전한 고정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척추각과 머리 위치를 최대한 어드레스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겁니다. 모자를 쓴 뒤 벽면에 이마를 대고 스윙 연습을 하거나 거울에 점을 하나 찍어놓고 머리가 움직이는지 보면서 스윙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가장 좋은 건 누군가가 머리를 스틱이나 손으로 잡아주는 겁니다. 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은 아마추어 때는 물론 지금도 대회에 들어가기 전 이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요. 우즈도 스윙코치들과 함께 이 훈련을 많이 했고요. 저 역시 3개월 동안 척추각 유지훈련만 한 적도 있었는데, 어떤 때는 머리 대신 머리카락을 고정한 적도 있었답니다. 스승께서 제 머리카락을 잡고 있었거든요. 여차하면 머리카락이 사라지는(?) 고통이 있을까봐 어떻게든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려고 용을 썼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당시 스승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턱이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고 생각해봐라. 아래위로 출렁거릴 일이 없을 것이다. 머리카락을 살리려면….”

그립 끝이 공 바라보게 ‘펌핑, 펌핑, 펌핑’

체중이동이 안 되는 것도 ‘뒤땅 유발자’ 중 하나입니다. 백스윙 때 상체와 머리를 오른쪽으로 보냈다가 임팩트 때 왼쪽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니 클럽이 목적지(공)에 오지도 못하고 뒤땅을 때리는 겁니다. 선수들은 머리를 고정하고 엉덩이를 타깃 쪽으로 밀어 체중을 이동시키는데, 아마추어들은 거꾸로 엉덩이를 고정하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떨구는 실수를 흔하게 합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완전하게 체중을 왼다리로 옮겨 놓은 뒤 다운스윙-임팩트하는 연습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백스윙-임팩트-피니시한 뒤 앞으로 ‘걸어가듯’ 오른발을 타깃 쪽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겁니다. 천재 골퍼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한때 스윙교정을 위해 오랫동안 실전에서 시도해본 방법이죠.

마지막이 ‘캐스팅 동작’입니다. 손목 코킹이 다운스윙에서 일찍 풀려 임팩트 때 ‘핸드퍼스트(hand-first)’ 동작이 안 되는 겁니다. 핸드퍼스트는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임팩트 순간 공보다 타깃 쪽으로 좀 더 이동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클럽 헤드가 공부터 먼저 때리고 지나간 뒤 공 뒤에 디벗을 만들기 위해선 이 동작이 꼭 나와야 합니다.

해법은 ‘펌핑(pumping)’만 한 게 없습니다. 손목 코킹을 유지한 채 클럽을 지면과 수평이 될 때까지만 끌고 내려오는 동작을 세 번 정도 한 뒤 스윙을 완료하는 연습입니다. 다운스윙 때 그립 끝은 꼭 공을 가리키고 있어야 효과가 제대로 나옵니다.

더 중요한 뒤땅 대처자세를 알려드릴까요? 그냥 한 번 크게 웃고 마는 거예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면 다음 샷, 다음 홀을 망칠 수 있고 라운드 분위기까지 썰렁해지니까요. 매너싱글이 기술싱글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