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분위기면 한국 선수들이 15승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웃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년차 고진영(24·사진)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LPGA투어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 한국을 찾은 고진영과 15일 연락이 닿았다. 연습 후 얼마 안되는 시간을 쪼개 그동안 못 먹었던 한국 음식을 먹으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한국이 좋지만 미국에서도 잘 지낸다”면서 “마음 맞는 선수들끼리 밥도 잘 먹고 또 지은희 언니 등 많은 선배님들이 적응에 큰 도움을 준다”며 웃었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5개 대회 만에 3승을 합작하며 무섭게 승수를 쌓고 있다. 2015년에 이어 단일시즌 최다승(15승)을 기록했던 2017년과 같은 페이스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타지에서 평소 알던 언니 동생들만큼 힘이 되는 존재를 찾기 힘들다. ‘맏언니’ 지은희가 개막전인 다이아몬드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을 줬다. 고진영은 “선수들 간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했다.

3승에는 고진영의 우승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그도 언제든 우승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해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이미 우승을 맛본 그다. 올해도 참가한 3개 대회에서 컷오프 없이 준우승 한 번에 공동 3위를 한 번 기록했을 정도로 샷감이 물올랐다. 그린 적중률이 79.2%(6위)를 기록할 정도로 날카로운 아이언도 살아있다.

고진영은 “지난해는 루키여서 낯설고 떨렸던 마음으로 긴장하며 경기했더니 우승한 것 같다”며 “올해는 벌써 적응을 했는지 긴장을 안 해서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을 안 했나 보다”고 농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절 박성현(26)과 전인지(25)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아이언샷만큼은 밀리지 않았던 그다. 한때 그의 백을 멨던 캐디 딘 허든은 고진영을 가리키며 “여자 골프선수 중 최고의 볼 스트라이킹 기술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아이언샷을 앞세워 지난 2년간 KLPGA투어를 지배한 ‘핫식스’ 이정은(23)이 올해 LPGA투어에 합류하면서 고진영과 선의의 대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진영은 “(이)정은이와 경기장에서 종종 마주친다”며 “정은이와는 경쟁한 시기가 맞지 않았는데 올해는 (잘하는 시기가) 겹친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선의의 경쟁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