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 이사회에 새 사무총장 선임 요청…뚜렷한 교체 사유 밝히지 않아
사무총장 교체 후 더욱 거세진 정운찬 KBO 총재 퇴진 여론
KBO 사무국을 이끌 새 사무총장이 선임됐지만, 정운찬 KBO 총재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은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KBO 사무국은 8일 장윤호 전 사무총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류대환 KBOP 대표이사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장 전 총장은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야구계에 따르면, 타고투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공인구 교체를 의욕적으로 주도해 온 장 전 총장은 지난달 사임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신상의 이유로 장 전 총장이 자진 사임했다던 KBO 사무국의 발표와 달리 사실상 사무총장 경질 또는 교체를 결정한 이는 정운찬 KBO 총재다.

연합뉴스가 9일 이사회 구성원인 복수의 구단 대표들에게 문의한 결과 정 총재는 설 연휴 전인 지난달 말께 유선으로 각 구단 대표에게 새 사무총장 선임 동의를 요청했고, 대표들은 7일 서면으로 의결했다.

이는 KBO 정관 임원의 선출에 따른 절차다.

사무총장은 총재의 제청으로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이사회는 재적이사 ⅔ 이상 출석과 출석이사 ⅔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정 총재는 사무총장을 새로 선임하면서 각 구단 대표들에게 사유와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 전 총장의 자진 사임보다 경질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과거에도 KBO 총재가 재임 중 사무총장을 교체한 사례가 있었기에 특별한 일은 아니다.

다만, 한국 야구의 수장인 정 총재가 재임 1년간 보여준 존재감과 목표 의식이 워낙 미미했기에 이에 실망감을 느낀 야구팬과 야구계 인사들이 이번 인사를 정 총재의 책임 회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정 총재는 지난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의 전격적인 사퇴로 리더십에 큰 치명타를 맞았다.

투명하지 못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 문제로 야구계가 큰 비판을 받을 때 정 총재는 앞장서 문제를 수습하기보다 한발 물러서 뒷짐 진 태도로 야구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특히 한 배를 탄 동지로 비난의 표적이 된 선 전 감독을 감싸기보다 사실상 방치했다는 여론에 직면했다.

게다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KBO 총재라는 공인의 발언이 아닌 정제되지 않은 개인 의견을 피력해 야구계 분열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초래했다.

결국 선 전 감독은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사퇴서에서 정 총재에게 가시 돋친 직격탄을 날린 선 전 감독이 정 총재를 신뢰할 수 없고, 더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는 게 정설이다.

'야구광'이라는 정 총재가 지난해 1월 3일 3년 임기의 KBO 수장에 취임한 이래 현안 해결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의견도 퇴진론에 힘을 싣는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 개선, 선수 최저 연봉 인상, 수익구조 개편, 통합 마케팅 추진 등 한국 야구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하나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구단, 선수에게 모두 첨예한 사안이라 KBO 총재는 끊임없는 대화를 유도하고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 총재가 전면에서 이를 진두지휘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스피드업과 규정 변경 등 여러 현안을 놓고 선수노조와 직접 머리를 맞대는 롭 만프레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와는 너무나 대조된다.

정 총재는 장 전 총장과 함께 KBO 톱 2명이 모두 야구계 외부인으로 구성된 1기 집행부를 운영했다가 1년 만에 '사무국의 안정적 운영과 대외 소통 강화'를 이유로 내부인인 류대환 KBOP 대표를 새 사무총장으로 선임해 일종의 타협을 모색했다.

전임 총재와 달리 보수를 받는 정 총재가 파트너를 바꾼 취임 2년 차에도 뚜렷한 성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더욱 거센 퇴진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