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영준·김낙현·박인태·양홍석, 최악의 환경 딛고 3대3 농구 준우승
집단 복통·인스턴트 음식 먹으면서도 긍정적인 생각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KBL유망주들의 위대한 도전
한국 남자 3대3농구 대표팀 안영준(23·SK), 김낙현(23·전자랜드), 박인태(23·LG), 양홍석(21·KT)은 프로농구 대형 유망주다.

안영준은 2017-2018 시즌 신인왕을 받았고 양홍석은 2017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았다.

김낙현은 2017 한국대학농구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뒤 1라운드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박인태는 2016-2017시즌과 2017-2018시즌 40경기 이상 뛰었다.

누구 하나 아쉬울 것 없는 한국 프로농구의 미래다.

그러나 이들은 허재 감독이 이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5대5 농구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자 과감히 3대3 농구에 도전했다.

지난 4월 팀을 꾸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3대3 농구 훈련을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5대5 농구대표팀이 실내체육관에서 훈련하는 동안 이들은 폭염이 쏟아지는 야외 경기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평소 사용해본 적이 없는 작은 사이즈의 농구공을 들고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프로 출신이라 해도 특혜는 없었다.

이들은 프로-아마추어 경계가 없는 아시안게임 선발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대표팀 자격을 얻은 뒤에도 환경은 열악했다.

코치진은 정한신 감독, 단 한 명뿐이었다.

트레이너, 전력분석관은 아예 없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자카르타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조직위원회는 경기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조 편성을 새로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조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정한신 감독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에게 동요하지 말자고 했다"라며 "선수들이 긍정적인 자세로 잘 이겨냈다"라고 말했다.

3대3 농구대표팀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된 훈련과 경기 출전으로 몸이 뭉치면 5대5 대표팀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요청해 마사지를 받았다.

음식을 잘못 먹어 조별리그 마지막 날 심한 집단 복통 증세에 시달렸지만, '이겨낼 수 있다'라며 자기최면을 걸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선수들은 결승전이 열리는 26일 아침, 즉석밥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우리는 괜찮다"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팬들의 관심은 온통 5대5 농구대표팀에 몰렸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꿋꿋하게 싸웠다.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했고 26일 하루 동안 8강, 4강, 결승 등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도 남아있는 모든 힘을 짜내 코트에 쏟아냈다.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 중국 대표팀과 결승전에서 한때 7-12까지 벌어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에 승리하진 못했어도 경기를 지켜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대표팀 막내 양홍석은 "3대3 농구에 도전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