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더 시원하다면야" …폭염 피해 야간 라운드 즐기는 '올빼미골퍼' 늘었다
경기 포천시의 27홀 퍼블릭 골프장인 포천힐스(대표 정구학)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띄엄띄엄 들어오던 3부타임 부킹이 7월 중순부터 꽉 차기 시작했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야간에 골프를 즐기려는 ‘올빼미’ 골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천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도시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3~4도가량 낮은 편이다. 일몰인 저녁 8시 이후에는 다시 여기에서 1~2도가 더 떨어지는 지역적 기후 특성을 갖고 있다.
최재영 포천힐스 마케팅 팀장은 “주중 저녁에 90% 이상 예약이 차고, 특히 금요일 저녁엔 부킹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야간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다면야" …폭염 피해 야간 라운드 즐기는 '올빼미골퍼' 늘었다
야간 라운드는 주로 오후 4시경부터 6시대까지 티오프를 하는 ‘번외’ 골프 라운드를 말한다. 그린피가 일단 주말이나 주중 그린피의 80% 수준인 10만원(월)~13만원(금)에 불과해 접대 수요보다는 동호인 단체나 휴가를 맞은 직장인, 주부, 시니어 고객들의 비중이 높다는 게 골프장 측의 설명이다. 포천힐스의 경우 지난해 포천-구리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서울 강남에서 골프장까지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게 되는 등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수도권 직장인 야간 고객이 크게 늘었다.
‘야간 라운드 성지’로 꼽히는 인천의 스카이72(클래식, 레이크)도 오는 28일까지 하루 80팀씩의 야간 라운드 부킹예약이 100% 완료됐다. 이른바 ‘백야(白夜) 골퍼‘로 불리는 주 고객들은 서울 여의도 금융·증권가 임직원들이나 수도권 자영업자들. 하지만 티오프타임이 퇴근 후 골프장 도착이 가능한 7시30분까지 확대되면서 일반 회사원들도 최근엔 크게 늘었다. 이용규 스카이72 고객서비스실장은 “이번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려 고객들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장객들이 많이 와 놀랐다”면서“아마도 서울에서 가깝다는 접근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카이72의 야간 라운드는 일반 골프장의 조명탑 간격(50~60m)보다 촘촘한 30m 간격으로 조명시설을 갖춰 최대 400룩스(lux)에 달하는 밝기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없는 조도가 300~400룩스 정도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다면야" …폭염 피해 야간 라운드 즐기는 '올빼미골퍼' 늘었다
폭염과 본격적인 휴가철이 겹치면서 야간 라운딩 고객을 모시기 위한 차별화 서비스에도 경쟁이 붙었다. 포천힐스의 경우 캐디피가 정상가(12만원)보다 5만원 싼 7만원이며 오후 5시 이전에 티오프하는 고객들에게는 치킨 샐러드를, 오후 5시 이후 고객에게는 저녁식사(시가 1만2000원 상당)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스카이 72는 꽝꽝 얼린 아이스생수와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주고 있고, 마지막 고객이 라운드를 끝낼 때까지 식당도 운영한다. 반바지 착용도 가능하다. 이용규 실장은 “열사병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포도당도 비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레이크힐스(경기 용인)와 해솔리아(용인), 솔트베이(시흥), 인천그랜드, 동원로얄(경남 통영) 등이 야간라운드를 열고 있다. 또 강원 평창의 알펜시아 700 골프클럽과 경주CC, 서원힐스(경기 파주), 충북 충주의 대영힐스도 야간라운드가 가능하다. 대영힐스는 야간 그린피가 4만원대. 경기 하남의 캐슬렉스는 주말에만 야간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울산CC는 야간에도 그늘집을 열어 골퍼들이 라운드 도중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강원 홍천의 소노펠리체는 아예 저녁 10시까지 양갈비구이 등 안주류를 판매하는 나이트 가든을 운영한다. 티오프 20분 이전에만 주문하면 닭강정과 순대 맥주 등을 포장한 야간 라운드 도시락도 챙길 수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