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했어” >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황대헌(오른쪽)과 동메달을 획득한 임효준이 22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경기가 끝난 뒤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잘했어” >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황대헌(오른쪽)과 동메달을 획득한 임효준이 22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경기가 끝난 뒤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격이나 넘어지지만 않으면 금메달!’

설마 했던 우려가 충격적인 현실로 나타났다.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최대 금 3개까지를 기대하며 들떠 있던 한국 선수단과 팬들은 탄식에 휩싸였다. 여자 1000m 결승에선 우리편끼리 뒤엉켜 넘어졌고,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미끄러져 완주에 급급했다. 3관왕, 최소 2관왕을 노렸던 ‘골드데이’가 ‘노골드데이’로 끝나고 말았다. 금 8, 은 4, 동 8개를 따 종합 4위에 오르겠다던 ‘8484’ 목표도 위기에 처했다. 아쉬움을 그나마 위로해준 건 ‘태극형제’들이다. 기대했던 추가 금메달과 2관왕은 나오지 않았지만 황대헌(19·부흥고)과 임효준(22·한국체육대)이 한국 선수단에 은메달과 동메달을 한 개씩 추가했다.

◆취약 종목 500m 2개 메달 처음

황대헌과 임효준은 22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각각 2위와 3위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황대헌이 39초854, 임효준이 39초919를 기록했다.

금메달은 39초584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들어온 중국의 우다징이 가져갔다. 금메달 기근에 시달려왔던 중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다. 우다징은 이날 준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도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500m는 남자 쇼트트랙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오기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성시백이 은메달을 따낸 이후 8년 만이다. 메달 두 개가 한꺼번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500m에서 채지훈이 금메달을,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안현수가 500m 동메달을 땄다.

500m의 최강자로 꼽혀온 우다징은 첫 바퀴부터 앞으로 치고 나간 뒤 끝까지 선두를 허용하지 않았다.

◆불운 이겨낸 고교생의 2전3기

고교생 스케이터인 황대헌은 이번 대회에서 잠재력을 입증했다. 4년 뒤인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는 평가다.

평창 대회 10대 챔피언을 기대하게 한 황대헌은 그러나 생애 첫 올림픽을 ‘아픔’으로 시작했다. 지난 10일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는 두 바퀴를 남겨두고 미끄러져 넘어졌고, 17일 열린 1000m 준준결승에서는 임효준, 서이라 등과 경쟁하다 막판에서 다시 넘어지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500m에서는 꼭 메달을 따겠다”며 투지를 불사르던 그는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에는 못 미쳤지만 자신의 첫 메달이자 대표팀에 소중한 은메달을 안겨주며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섯 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접한 황대헌은 어린 시절부터 쇼트트랙 영재로 컸다. 안양 안일초와 부림중 재학 시절 전국 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다. 꿈을 실현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선발전 이후 불법도박 혐의로 기소된 남자 선수 3명이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차순위였던 황대헌이 극적으로 막차를 탄 것이었다.

2016년 처음 국가대표가 된 황대헌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1000m 준준결승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1분20초875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선 1000m 금메달을 차지했다. 평창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혀왔다.

10일 남자 1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임효준은 이날 500m와 5000m 계주에서 추가 금메달을 따내 ‘멀티챔피언’을 노렸지만 동메달 한 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