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19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19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저에게는 너무 값진 은메달입니다.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소중히 간직할 것 같아요.”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29·사진)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으로 은메달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9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자신에게 100점을 주겠나”라는 질문에 이상화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하고 좋아지는 저를 보면서 아직 건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나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무릎과 허벅지 부상이 악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지난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정상에 섰는데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약간 감을 잃었다”며 “여기까지 끌어올린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 큰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전날 경기에서 마지막 코너를 돌 때 약간 삐끗하는 실수를 한 것에 대해 “너무 빨라서 들어가는 구간부터 실수가 있었고 그 때문에 코너를 매끄럽게 돌지 못했다”며 아쉬운 심경을 내비쳤다.

이상화는 지난 18일 경기 뒤 인터뷰에서는 은퇴를 미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상화는 “능력이 있으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은 못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제 경기는 어제 끝났고 (더 할지는) 나중에 결정 지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선수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올림픽 전에도 말했듯이 저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한 뒤 툭 던지는 말투로 “남았죠. 뭐”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날 경기에서 결승점에 들어온 뒤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는 “소치올림픽 끝나고 4년이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평창올림픽이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그런 압박감, 부담감이 없어져서 펑펑 운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 이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쉬고 싶다”고 답했다. 이상화는 “일어나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운동하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 또 낮잠 자고 운동 나가야 하는 시간 등 알람을 7개 맞춰놨는데 어제부로 모두 끈 상태”라며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쉬고 싶다”고 했다.

이상화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엄마가 큰 힘이 됐다”며 “여름에 엄마와 함께 캐나다에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