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성빈(왼쪽)과 김지수 스켈레톤 한국대표팀 선수. 연합뉴스
17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성빈(왼쪽)과 김지수 스켈레톤 한국대표팀 선수. 연합뉴스
17일 오전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보안검색 게이트.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선수(24·강원도청)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국민적 영웅이 된 윤성빈을 직접 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인기종목 메달 유망주’ 정도였던 윤성빈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환호성으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윤성빈은 이날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윤성빈은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딴 비결을 묻는 질문에 “스켈레톤은 아주 작은 격차로 순위가 바뀌므로 정말 심리가 가장 중요한 종목”이라며 “진천 선수촌에 있을 때 심리 안정을 위한 여러 강의를 들으면서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시합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한국대표팀 총감독은 “심리적 부분이 흔들리면 썰매는 완전히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군다나 윤성빈은 항상 마르틴스 두쿠르스를 쫓다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쫓기는 처지였다”며 “심리 안정을 위해 강사를 초빙했는데 저조차도 굉장히 놀랄 정도로 그게 정말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현실적으로 말하면, 돈이 없으면 안 된다”며 “이번에 정부, 대한체육회, 각 기업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은 최근 한국의 썰매 종목 인프라가 발전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재 발굴이 중요하고, 인재가 있을 때 그를 육성할 시설이 필요하다”며 “이제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장을 보유한 국가가 됐으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켈레톤 6위에 오른 김지수 선수(24·성결대)도 “앞으로 동계체전에 스켈레톤 종목이 생기면 그 종목을 하는 실업팀도 생길 것”이라며 “경기장을 잘 활용해서 더 많은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빈과 김지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빛 사냥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성빈은 “베이징 때도 (김지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좋겠고, 진심으로 잘했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상대에 저 혼자가 아닌 우리나라 선수들이 같이 올라가서 애국가를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수는 “성빈이가 하는 것을 따라 하기만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며 “성빈이가 옆에 있는 것이 제게 큰 도움”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 결과에서 보듯 지금은 윤성빈이 김지수보다 훨씬 앞서 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김지수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 총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지수는 평소처럼만 했더라면 0.8초를 줄일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김지수의 기록 3분22초98에서 0.8초를 줄이면 동메달리스트 돔 파슨스(영국)의 기록 3분22초20보다 빨라진다. 이 감독은 “베이징에서는 꼭 두 명을 시상대에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 이어진 팬 사인회에서도 윤성빈의 인기는 쉽게 확인됐다. 회견 종료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생겼다. 사람들은 직접 윤성빈의 사인을 받으며 기뻐했다. 사인에 이어 윤성빈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시간이 지체되고 줄이 너무 길어져 대한체육회 측이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사진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